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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이라크파병연장동의안이 재석의원 158-찬성 110-반대 31-기권 17로 통과됐다.
30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이라크파병연장동의안이 재석의원 158-찬성 110-반대 31-기권 17로 통과됐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2005년 마지막 본회의 풍경은 결국 두 안건이 좌우했다. 사립학교법 개정안과 이라크파병연장동의안. 지난 9일 열린우리당은 야 3당과 함께 사학법을 표결 처리했고, 이후 한나라당의 계속되는 장외투쟁 속에 '반쪽국회'는 계속되었다. 새해 예산안 등을 처리하기 위해 열린 30일 본회의는 다시 파병연장동의안이라는 복병을 만났다.

127석의 제1야당이 빠진 가운데 각당 파병반대 의원들은 의결정족수 미달이라는 방법으로 부결을 도모했으나 결국 좌절됐다. 민주노동당은 "대한민국 국회 내에 평화세력이 존재한다는 것을 전세계에 알릴 수 있는 특별한 시기"라며 본회의장을 일제히 퇴장했다. 권영길 의원은 본회의장 밖에 서성이며 "5명 정도만 나와도…"라며 혹시 모를 불참자들을 기다렸다.

당초 열린우리당 내 표결 불참에 동조하는 의원은 최소 5명에서 최대 10여명에 달했다. 임종인, 정청래 의원은 이들 의원들의 명단을 공개하지 않으면서 부결 움직임을 조직화했지만 '모래성'이었다. "열린우리당의 당론은 권고적 찬성"이라는 점을 앞세운 당 지도부의 으름장도 작용했지만 연내 파병안을 처리하지 못하면 '불법 체류' 상태가 된다는 점에 크게 흔들렸다.

30일 오후 한나라당이 불참한 가운데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이라크파병연장안이 상정되자, 김부겸 열린우리당 수석부대표와 오영식 공보부대표가 반대론자인 임종인 의원을 찾아가 투표에 참여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왼쪽)/표결을 앞두고 반대론자인 임종인 의원과 파병연장안 제안설명을 한 안영근 의원이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30일 오후 한나라당이 불참한 가운데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이라크파병연장안이 상정되자, 김부겸 열린우리당 수석부대표와 오영식 공보부대표가 반대론자인 임종인 의원을 찾아가 투표에 참여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왼쪽)/표결을 앞두고 반대론자인 임종인 의원과 파병연장안 제안설명을 한 안영근 의원이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노회찬 "기록용 반대인가"... 찬성으로 돌아선 여당 의원들

30일 오전 노무현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한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이 국회 본회의에서 차기 복지부장관으로 유력한 유시민 열린우리당 의원을 찾아가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 장관은 의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인사했지만, 표결에는 불참했다.
30일 오전 노무현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한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이 국회 본회의에서 차기 복지부장관으로 유력한 유시민 열린우리당 의원을 찾아가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 장관은 의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인사했지만, 표결에는 불참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표결 직전까지도 원내대표단은 '요주의 인물'들을 찾아다니며 설득 작업을 벌였으며 임종인 의원에게 특히 집중되었다. 김부겸, 오영식 의원에 이어 파병연장안 제출 제안설명에 나섰던 안영근 의원도 동원됐다. 보다 못한 한화갑 민주당 의원은 "말 안 들으면 제명시켜(웃음)"라고 거들었다. 최재천, 유승희 의원 등에게도 지도부가 다가가 표결에는 참여하라고 설득했다. 원혜영 의원은 앉았다 일어섰다를 반복하며 출석 상태를 점검했다.

천영세 의원에 이어 손봉숙, 임종인 의원의 반대토론, 이에 맞서는 조성태, 김성곤 의원의 찬성 토론이 끝난 뒤 김원기 국회의장이 표결을 선언하는 순간 의원들의 시선은 일제히 전광판을 향했다. 재석 의원수가 과반(150석)을 넘기느냐가 관건이었다. 열린우리당은 이해찬 총리를 비롯해 천정배, 김진표, 정동채 장관까지 가세했다. 무소속인 김원기 의장도 찬성표를 던졌다.

재석수가 서서히 늘어나더니 150명을 넘겼고, 임종인 의원이 계속 재석 버턴을 누르지 않고 있자 김동철 의원은 "반대 토론을 했으면 반대표라도 던져야지"라며 쓴소리를 던졌다. 당초 불참을 결의했던 손봉숙 민주당 의원도 재석수가 과반을 넘기자 반대표를 행사했다. 본회의가 끝난 뒤 손 의원은 "어차피 의결정족수 미달을 통한 부결은 불가능해졌기 때문에 반대 기록이라도 남기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재석수 158명. 열린우리당 표결 불참자는 의외로 김근태 의원이었다. 마침 이날은 복지부장관직 사의를 표명한 날이었다. 김 장관은 슬그머니 자리를 비우는 방식으로 파병반대 소신을 드러냈다.

혹시라도 부결을 기대했던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열린우리당 파병반대 의원들의 '소극적 저항'에 실망감을 드러냈다. 노회찬 의원은 "기록용 반대였냐"며 "반대한 의원들이 작년보다도 낮다"고 꼬집었다.

작년 한나라당이 참석한 가운데 이뤄진 1차 연장동의안 표결 때는 찬성 161, 반대 63, 기권 54였던 것에 반해 이번 2차 연장안 결과는 찬성 110, 반대 31, 기권 17로 나왔다. 한나라당 의원 상당수가 찬성 입장에 섰던 것에 비춰보면 열린우리당의 상당수 반대표가 찬성으로 돌아섰다는 얘기다. 유시민·김선미·문병호·선병렬 의원 등은 반대에서 찬성으로, 우상호·지병문 의원 등은 기권에서 찬성으로 돌아섰다.

심상정 의원은 "미국에만 열려 있는 당이냐"며 "미국의 압력에 굴복하는 단기적 외교에 급급하고 '자주적 외교'라는 중장기적 한미관계에 아랑곳하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하지만 열린우리당의 파병반대 의원들은 "표결에 불참하는 것은 비겁한 잔수"라고 항변한다. 철군촉구결의안 공동발의자인 강창일 의원은 "참여해서 반대하는 방식이 정상적인 정치행위"라며 "국가적 대사인 안건에 대해 표결을 거부하면서 어떻게 예산안 처리에 참여하지 않는 한나라당을 비난할 수 있냐"고 되물었다.

30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이라크파병연장동의안이 재석의원 158-찬성 110-반대 31-기권 17로 통과됐다. 파병연장동의안이 통과된뒤, 정세균 열린우리당 의장이 안도의 웃음을 짓고 있다.
30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이라크파병연장동의안이 재석의원 158-찬성 110-반대 31-기권 17로 통과됐다. 파병연장동의안이 통과된뒤, 정세균 열린우리당 의장이 안도의 웃음을 짓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반대표를 던진 이인영 의원 역시 "반대 의견이 많아져서 부결시키는 것이 정상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불참 여부를 놓고 끝까지 고민하다가 결국 '반대 투표'로 돌아선 최재천 의원은 "할말이 없다"며 등을 보였다.

표결 불참이 가장 확실시 되던 임종인 의원은 의결정족수가 넘어가는 것을 확인한 뒤 158번째, 가장 마지막으로 재석 버튼을 눌렀다.

일사천리로 진행된 3시간...안영근 "국회의원 많으면 싸움만"

한편 올해 마지막 본회의는 여느 때와 달리 제시간에 시작됐다. 새해 예산안을 비롯해 8·31 부동산 후속 대책 법안 등 20개 법안이 처리되는데 걸린 시간은 3시간. 찬반 토론은 파병연장동의안이 유일했고 나머지 법안들은 일사천리로 처리됐다.

결석한 의원들은 한나라당 127명을 비롯해 민주당의 이승희·이정일 의원, 자민련의 김학원 의원, 무소속의 정몽준, 정진섭 의원 정도였다.

법안들이 하나둘 무리없이 처리되자 안영근 열린우리당 의원은 "이렇게 쉽게 처리될 걸… 국회의원이 너무 많았어, 많으니까 싸우기만 해"라고 혼잣말처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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