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고 김장수박사의 수목장
고 김장수박사의 수목장 ⓒ 이형웅
우리 사회는 수목장에 대한 관심이 대단히 많습니다. 이틀이 멀다하고 언론에 수목장에 대한 기사가 나오고 있으며, 개인이나 시민단체, 자치단체까지도 나서서 수목장을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누구도 수목장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하고 있지 못한 것 같습니다.

현재 일부 개정되는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서는 수목장을 상당히 모호한 형태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즉, 화장유골을 바다에 뿌리거나, 산, 강 등에 뿌리는 형태와 같이 수목장도 일종의 산골(散骨, 이를 총칭하여 '자연장'이라 명명)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산골(Ash Scattering)이란 화장유골을 자연에 뿌리는 것으로서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방법입니다.

우리도 아주 오래전부터 이같은 산골을 행하여 왔습니다. 그러나 수목장은 화장유골을 나무에 뿌리는 행위에 속하지 않습니다. 산 속에 있는 나무 주위에 유골을 뿌리는 것은 수목장에 해당되지 않습니다. 말 그대로 하면 수목산골(Ash Scattering at Tree)이 됩니다.

수목장을 묘지와 같은 형태로 보든지, 산골의 형태로 보든지 현재 수목장을 행하는 방법을 보면 산골에도 묘지에도 해당되지 않습니다. 화장유골을 나무 밑에 묻고 그 위에 꽃나무나 묘목, 혹은 기존 나무에 표식을 합니다. 산골과 다른 점은 뿌려서 없애는(자연으로 돌려보내는)것이 아니라, 모시어 놓는 안치(安置)입니다. 즉 일정기간이나마 보관이 된다는 점과 기존 분묘의 기본기능인 표식기능이 있다는 점입니다. 묘지와 다른 점은 시신을 묻는 것이 아니라 시신의 처리 이후(火葬)에 매장이 이루어진다는 점이 다릅니다.

세계적으로도 수목장이라 칭하고서 산골(Scattering)하는 나라는 없으며, 모두가 작으나마 표식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는 수목장을 조성한 사업자가 원활한 운영을 위해 일부러 묘지로 신고하고 운영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수목장은 '봉안(안치, 납골)'의 형태로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인위적인 봉안시설에 봉안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품에, 나무를 표식으로 삼고 '봉안'하는 행위입니다. 수목장은 산골의 범주에 들지 않으며 묘지의 범주에도 들지 않습니다.

'수목장은 관련 법률이 없기 때문에 아무 곳에나 조성해도 위법이 아니다'며 달려들 것이 아닙니다. 장사 등에 법률에는 엄연히 '봉안(납골)'이라는 형태가 존재합니다. 운영할 수 있는 주체도 제한하고 있으며, 장소도 제한하고, 영속적인 운영이 가능하도록 법적인 구속이 가해지고 있습니다. 쉽게 생각할 사항이 아닙니다. 문제는 행정기관이나 자치단체 담당자가 수목장이 '봉안(납골)'이라는 인식을 하지 않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전혀 새로운 것이라 이에 맞는 새로운 법률이 필요하고, 법률이 제정되기 까지는 방관할 수밖에 없는 문제라 여기고 있습니다.

수목장은 새로운 형태가 아닙니다. 오히려, 납골시설이 생기기 이전부터 인류가 자연스럽게 행하여 오던 화장유골을 나무 주위에 모셔두는(봉안하는) 추모방법이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형웅 기자는 장례문화웹진 www.funeralnews.co.kr의 운영자를 맡고 있으며, '(준)수목장을 실천하는 사람들의 모임' 기획실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