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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한문교실 첫 강의는 김정모 자치회장님이 맡아 주셨습니다.
어린이 한문교실 첫 강의는 김정모 자치회장님이 맡아 주셨습니다. ⓒ 박미경

"하늘천 땅지 검을현 누를황 집우 집주…."

저희가 사는 아파트에 옛날 서당에서 들음직한 아이들의 천자문 읊는 소리가 매일저녁 울리고 있습니다.

저녁이면 캄캄하던 저희 아파트 새마을문고 독서실에 지난 4일부터 불이 환하게 밝혀졌습니다. 저희가 사는 청전아파트 주민들이 방학을 맞은 어린이들을 위해 ‘무료 어린이 한문교실’을 열었거든요.

앞으로 4개월 간 환하게 불을 밝힐 독서실에선 아파트에 거주하는 초등학생 40여명이 '천자문'을 익히게 됩니다. 아파트 입주자대표회(대표 김정모)에서는 지나 4일 어린이 한문교실 개강식을 열었습니다. 날씨가 추운 탓에 목표정원인 40명을 채우지 못할까봐 걱정을 했지만 다행히 첫날부터 많은 아이들이 참여했습니다.

첫 수업이 열리던 4일 어린이 한문교실에는 40여명이 넘는 어린이들이 참여해 독서실을 가득 메웠습니다. 물론 뒤늦게 자녀의 수강을 문의하는 부모님들의 전화도 있었지요.

지난해 여름 처음 어린이 한문교실을 열었을 때, 주민자치회와 부녀회 임원들의 자녀들로 간신히 10여명의 아이들을 모집해 시작했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호응이었습니다. 물론 지난해에도 종강식을 할 땐 30여명의 아이들이 자리를 메웠지만요.

아파트 주민들이 함께 운영하는 어린이 한문교실에서는 매주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후 6시부터 매일 1시간씩 어린이들에게 '천자문'을 가르칩니다. 지난해 여름엔 명심보감을 가르쳐 아이들에게 조금 지루했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에 이번엔 단계를 조금 낮춰 천자문을 가르치기로 했습니다.

또 한문 천자를 우선 익히게 하면 다음단계의 한문교실도 어렵지 않게 진도를 나갈 수 있을 거라는 복안도 숨어 있었습니다.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빛에서 우리는 미래에 대한 희망을 읽습니다.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빛에서 우리는 미래에 대한 희망을 읽습니다. ⓒ 박미경
한문교실 강사는 김정모 자치위원장과 이정희 청전여자노인회장님이 맡아주셨습니다. 수업에 필요한 교재는 자치회에서 마련해 주셨고요. 틈틈이 부녀회에서 아이들에게 맛있는 간식을 제공해 주기로 했습니다.

물론 방학동안 학원을 다녀오는 외에는 컴퓨터와 TV앞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우리 혜준이도 수강신청을 했지요. 혜준이의 경우엔 엄마아빠에 의해 반강제로 수강신청을 한 경우지만요.

생활 속에서 한문의 필요성은 느끼지만 시간을 내어 아이들을 한문학원에 보내는 것은 그리 쉽지만은 않은 일이지요. 오후 2시30분경에 수업을 마치고 논술과 컴퓨터 학원을 다니는 혜준이의 경우 학교수업에 학원수강까지 마치고 나면 오후 5시경이 되어야 집에 돌아옵니다.

무언가 한 가지 더 시키려 해도 1주일에 세 번 사물놀이까지 배우고 돌아올라치면 아이는 거의 파김치가 되기 마련이지요. 그렇다고 한문 학습지를 시키자니… 일주일에 한번 선생님과 10~20분정도 수업을 하고 전적으로 엄마가 돌봐주거나 아이스스로 학습을 해야 하는 학습지 수업은 영 내키지가 않아 시키지 못했거든요.

그런 와중에 아파트에서 여는 한문교실은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었지요. 같은 아파트 단지안의 아이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기도 하고 어차피 집에서 놀던 시간에 필요한 공부를 시킬 수 있겠다 싶어 저희는 수강공고가 붙자마자 얼른 수강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이번의 경우엔 기초적인 천자문부터 시작하니 더욱 반가웠지요. 혜준이는 조금 툴툴거리고 있지만요.

무료 어린이 한문교실을 계획하신 김정모 자치위원장님은 "어린이들이 한문교실을 통해 한자에 익숙해지고 천자문을 익혀 방학을 보람 있게 보내길 바라는 마음에서 지난해 여름에 이어 한문교실을 열게 됐다"며 "장소가 비좁아 많은 어린이들이 수강할 수 없어 안타깝다"고 말하십니다.

아울러 "방학기간동안 천자문교재를 마치기는 무리여서 방학기간 뿐 아니라 개학을 한 이후에도 아이들이 천자문을 뗄 때까지 계속 수업을 진행하기로 했다"며 "다음에는 더 많은 어린이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주민들이 더 적극적으로 자원봉사에 나서 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비추셨지요.

더 많은 주민들이 자원봉사에 나서 주신다면 매일 한 시간씩이 아니라 여러 그룹으로 나눠 더 많은 아이들이 한문교실에 참여할 수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 때문이지요.

이번 겨울학기에는 아파트에 사시면서 논술강사로 활동하고 계시는 주민 한 분이 1주일에 한번 아이들에게 논술지도를 해주겠다고도 약속하셨습니다. 한문도 배우고 논술도 배우고 아이들에게 정말 좋은 공부방이 되겠지요?

주민들이 함께 아이들을 위한 좋은 문화환경을 만들어 가는 저희 청전아파트, 정말 멋지지 않나요?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화순의 소식을 알리는 디지탈 화순뉴스(http://www.hwasunnews.co.kr)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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