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우먼타임스
기업들이 여성 채용비율을 확대하고 있지만 여성구직자들은 여전히 고단하다. 지원할 수 있는 영역이 한정적일 뿐만 아니라, 성차별적 요소가 가미된 질문을 받기 일쑤이기 때문.

최근 취업전문업체 스카우트의 조사에 따르면 여성 구직자 10명 중 3명꼴로 취업 면접시 성차별적 질문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 1024명의 여성구직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1.7%(325명)가 면접시 성 차별적 질문을 받았다고 답했다.

성차별적 질문 유형으로는 결혼 후 직장생활 가능 여부(30.2%), 야근 가능 여부(20.0%), 잔심부름 가능 여부(14.2%), 나이에 관한 질문(13.6%), 외모에 관한 질문(11.9%) 등으로 나타났다.

연령제한도 여성구직자들의 구직활동을 포기하게 만드는 커다란 요인 중 하나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가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여성구직자의 57.8%가 연령제한 때문에 아예 지원 자체를 포기했다. 이는 남성의 38.7%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지원했다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서류심사나 면접에서 탈락했다는 경우가 각각 여성 29%, 남성 22%에 달했다.

최근 많은 기업들이 연령제한제도를 폐지하고 있지만 중소기업을 비롯해 여전히 많은 기업들이 연령제한제도를 시행하고 있어 여성구직자들에게 장애로 작용하고 있다.

한편 여성구직자들은 구직시에 받은 스트레스를 흡연과 음주를 통해 해소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구직자들의 흡연율은 20세 이상 성인여성의 흡연율보다 4.5배나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채용정보업체 코리아리크루트가 지난 2004년 여성구직자 1000여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여성 구직자의 흡연율은 17.1%로 통계청이 조사한 20세 이상 성인여성 흡연율 3.8%보다 4.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구직자의 흡연율이 일반 성인여성의 흡연율보다 높게 나타나는 것은 직업을 구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불안감과 스트레스 때문이라는 것이 채용업체 관계자들의 견해다. 또한 여성구직자들의 약 30%는 주량이 소주 1병에서 1병 반 정도라고 답해, 구직 기간 동안 흡연과 음주가 늘어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취업 전문가들은 여성 채용비율을 늘리겠다는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며 여성구직자들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기업들의 여성인력 채용이 늘어날 것이라는 것.

지난해 12월 26일 취업포털 인크루트(incruit.com)가 상장기업 370곳에 '내년 여성 채용비율'을 물어보니, 조사에 응한 169곳의 평균 여성 채용비율은 35.8%로 나타났다. 2004년(26.1%)과 올해(29.6%)에 이어 여성 채용비율이 계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외식·식음료 업종은 내년에 전체 채용인원 가운데 56.5%를 여성인력으로 충원할 예정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제조업(41.5%), 정보통신(33.9%), 유통·무역(31.6%), 전기전자(31.1%), 금융(31.0%) 등도 30% 이상을 여성으로 채울 계획이다.

이재은 기자 lje@iwomantimes.com

■'선택형 백수'로 살아보니

“열심히 두드리면 쨍하고 해뜨겠죠”

고등학교 때부터 단짝친구인 전소영(27·가명), 홍정아(27), 오희연(27)씨는 대낮에 셋이 자주 모인다.

갈 데 없는 일명 '백수'들이기 때문. 친구들이 직장에서 일하고 있는 시간에 셋은 카페에 모여 밥도 먹고 책도 보며 서너 시간 정도는 기본으로 수다를 떤다. 이들은 처음부터 백수가 아니라 적성에 맞지 않아 직장을 그만두고 현재 취업을 모색하는 '선택형 백수들'이다.

전씨는 "백수라지만 요즘 백수들 얼굴에서 티 나나요? 시간도 많고 특별히 할일도 없으니까 자기 자신을 더 꾸미게 돼요. 그래서 백수 되고 난 후부터는 주변에서 다 예뻐졌대요."

전씨는 명문여대를 졸업하고 은행에 입사했다가 1년을 못 채우고 사직서를 던졌다.

"딱딱하고 정신없는 직장생활이 제게 맞지 않았어요. 그래서 전문직이 좋겠다고 생각해 기업체에 파견 나가는 '서비스 강사' 교육원과 승무원 양성 학원을 다니면서 자격증을 따고 교육을 받았는데 막상 취업전선에 뛰어드니 취직이 안 되더군요. 서비스 강사는 경력이 없다고 퇴짜 맞고, 승무원 시험에는 벌써 스무 번도 넘게 떨어진 것 같아요."

그는 현재 자신의 진로를 어떻게 잡아야 할지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그래서 때로는 은행을 그만둔 것을 후회할 때도 있다며 심경을 털어놓기도 한다.

"은행이라도 다녔으면 '시집이라도 잘 갔을 텐데'라는 생각을 해요. 요즘 남자들 중에 직업 없는 여자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홍정아씨는 국가에서 지원하는 '청년무역인력단'에 선출돼 약 1년 반 동안 외국의 기업에서 연수를 받았다. 업무 성과도 좋아, 큰 상을 받기도 했다.

이력서를 쓰라고 하면 각종 수상 경력과 이력을 10개도 넘게 쓸 수 있지만 그를 받아주는 곳은 아무데도 없다.

"제가 디자인을 전공했어요. 일의 강도에 비해 디자이너 월급이 너무 적어 보람이 생기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상사와 트러블이 있을 때마다 '고작 이 월급 가지고 내가 이런 수모를 당해야 해?'라는 생각이 문득문득 들었고 가슴속에 고이 묻어둔 사표를 꺼냈다 집어 넣었다를 반복했어요."

그는 자신을 엄밀히 말하면 백수가 아니고 프리터족이라고 설명한다. '프리터 족'은 프리와 아르바이터의 합성어로 정규직을 갖지 않고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꾸려가는 파트타이머를 지칭하는 말이다.

"차라리 마음은 편해요. 홈페이지 디자인 한두 군데 도와주면 매월 80만~100만원은 벌거든요. 물론 직장인보다 버는 돈은 적지만, 그래도 내가 편하면 되는 거 아니겠어요? 이게 진짜 웰빙이라고 생각해요."

이 멤버 중 유일한 기혼녀인 오희연씨는 간호대를 나와 현재 5번째 공무원 시험에 도전한다.

"간호 공무원을 2004년부터 도전해오고 있어요. 그러나 합격이 만만치가 않네요."

그는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병원 실습나간 것이 사회활동의 전부라고 한다. 결혼 때 직장은 없었지만 '간호학과'를 나왔으니 취직은 쉬울 거라고 남편과 시댁 어른들은 위로를 해주었다고 한다.

하지만 취업은 쉽게 되지 않아 결국 안정적인 공무원을 선택하기로 마음먹었다.

"제가 시부모님과 같이 살거든요. 두 분 다 일을 하시니 얼마나 민망한지 몰라요. 저번에는 어머님 학교 동창들이 낮에 집으로 놀러오셨는데, 글쎄 저보고 4~5시간은 집 밖에 나가 있으라는 거예요. 자기 며느리가 백수라는 것이 창피하셨던 거죠. 그래서 갈 데도 없어 찜질방에서 시간을 때웠는데 정말 처참했어요."

그들의 생각은 한결같았다. 하고 싶은 일은 뚜렷한데 그 일을 할 수 있는 사회적 일자리는 없다는 것. 하지만 일은 편하게 하면서 많은 돈을 벌고 싶어하는 요즘 젊은 세대들의 생각 때문에 그들은 자의적으로 '백수'를 선택한 것은 아닐까.

권미선 기자 kms@iwomantimes.com

댓글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