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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생긴 그 찜질방은 정말 꽤 좋았다. 많은 곳을 가보지는 않았지만, 내가 가 본 찜질방 중에서 제일 넓고, 깨끗했다. 찜질방의 구조를 좀 보자면, 먼저 찜질을 할 수 있는 여러 개의 방이 있다. 모두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황토방, 참숯방, 자수정방, 막, 종유석(얼음)방 등이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노래방에 PC방, 영화관까지 따로 있었다. 영화는 무료상영이었는데, 내가 간 날은 <너는 내 운명>을 상영하고 있었다.
내가 너무 오랫만에 찜질방에 온 터라 다른 곳은 어떤지 잘 모르겠는데, 이 찜질방에서 특이한 점은 '모임방'이라는 것이 따로 있다는 점이다. 아마 계모임 같은걸 조용하게 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것 같았다. 6인 이상 미리 신청을 해야 사용할 수 있는 예약제이고, 따로 비용은 내지 않아도 된다.
또하나 특이한 점은 헬스장과 함께 수영장이 있다는 점이다. 야간에는 안전사고 때문에 사용할 수 없지만, 주간과 오후 10시까지는 마음껏 수영할 수 있도록 해 놓았다. 여름이도 수영장에 들어가고 싶어했지만, 수영복도 준비하지 못했고 시간도 늦어 안타깝지만 수영장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저기 구경을 다한 후에 엄마와 나는 번갈아 가며 찜질을 했다. 여름이를 한 사람이 돌봐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찜질을 하는 동안 여름이는, 고구마도 먹고 달걀도 먹고 식혜도 먹고 하며 신이 났다. 그 넓은 찜질방을 마구 뛰어다니며 놀 수 있으니 얼마나 신이 났을지 짐작이 간다.
어린아이가 찜질복을 입고, 찜질방에서 뛰어 노는 모습이 귀여웠는지 여기저기서 여름이는 먹을 것도 많이 받아왔다. 흥에 겨워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고…. 그러다가 지쳤는지 드디어 잠이 들었다.
여름이가 잠이 들자 엄마와 나는 좀 더 본격적(?)으로 찜질에 임했다. 나는 여러 방 중에서 '막'을 제일 좋아한다. 멍석 같은 걸 뒤집어쓰고 땀을 뻘뻘 흘리며 앉아 있는 곳인데, 조금만 앉아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른다. 이상하게도 '막'에서 땀을 흘리고 나면 속까지 시원해진다.
찜질방에 가면 간혹 보기 좋지 않은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들었는데, 동네에 있는 찜질방이라 그런지 그런 모습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대부분 가족동반으로 온 집이 많아 보였고, 평일이라 그런지 사람이 그다지 많지 않았다. 아마 그래서 더 쾌적하게 지낼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
엄마와 나 여름이. 이렇게 삼 대가 한 자리에 둘러앉아 군것질도 하고, 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누고 하니 참 좋았다. 무엇보다 오랜만에 원없이 찜질을 해서 더 좋았다. 시원하게 사우나도 하고 말이다.
다음엔 아빠도 모시고 오면 좋을 것 같다. 아빠는 찜질방에 한 번도 와보지 않으셨는데, 아빠에게 '다음에 꼭 함께 가자'고 말씀드렸더니 좋아하셨다. 다음에는 온 식구가 함께 나들이를 하는 기분으로 찜질방엘 와야겠다.
덧붙이는 글 | 남편도 가게 끝나고 새벽에 찜질방으로 왔어요. 아침에 제가 출근해야 하는 바람에 6시쯤 찜질방에서 나왔는데 어스름한 새벽에 눈발이 흩날리더군요. 기분이 정말 상쾌하고 좋았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