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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수도병원에 입원 치료중인 군인들이 창문 밖을 내다보고 있다.
국군수도병원에 입원 치료중인 군인들이 창문 밖을 내다보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제대 1개월여를 앞둔 홍모 병장(26). 그는 지난해 11월 20일께 군대에서 축구를 하다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큰 부상을 입었다. 그러나 즉각 치료를 받을 수 없었다. 치료를 위한 기본적인 X-레이, MRI(자기공명) 촬영을 하고 싶어도 군의관로부터 "부상자가 많아 진료가 밀려있다"는 말만 들어야 했다.

홍 병장은 걷지도 못할 정도로 아팠다. 보름 가량을 기다려 촬영한 MRI 결과는 '수술이 필요할 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홍 병장은 지난 1월 2일 말년휴가를 얻어 서울 이대목동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다. 군병원에서 수술할 수도 있었지만 그는 "군병원은 믿음이 안 간다, 수술받을 거면 차라리 민간병원을 가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이대목동병원의 진단결과는 "수술은 필요없다"였다. 홍 병장은 "'말년'이라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채 쉴 수 있었기 때문에 수술까지 가지 않았던 것"이라고 주장하며 "일·이병 때 다쳤다면… 생각도 하기 싫다"고 고백했다.

소위 '짠밥'이 차지 않았을 때는 몸이 아파도 마음 편히 쉴 수 없어 "쩔뚝거리면서도 일해야 했을 것"이라는 게 '상상조차 하기 싫은' 그의 생각이다.

"아프다고 호소하면 '빠졌다'고..." 군 문화 개선 시급

"병원 짓고 군의관 늘린다고 해결될까? 아직 선임 눈치를 살펴야하는 군대에서 일·이병들이 아프다고 호소하면 '빠졌다'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지, 쉽게 병원에 보내줄까?" (지난해 3월 만기 전역한 엄창호씨)

국방부의무사령부가 지난 5일 발표한 '군 의무발전 추진계획'에 대해 현역 군인과 예비역들은 "본질적인 해결책이 아니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군대 내 엄격한 위계질서 문화부터 개선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의무사령부의 군의무발전추진계획은 ▲민간대학병원 수준의 '국방 메디컬센터'건립 ▲원격진료시스템 조기시행 ▲장기 군의관 증원 ▲단기 군의관 처우개선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해병대 모 사단 의무대에서 근무한 바 있는 엄창호(24·대학생)씨는 "이병들이 허리 아프다면 선임들은 마치 '통과의례'라는 듯 '괜찮아, 조금만 참어봐'한다, 그런데 이후 디스크로 판정받아 수술받고, 결국 의가사제대하는 사병들도 허다했다"며 "의무발전계획에 앞서 인권을 중시하는 군대문화를 만드는 것이 첫 단추"라고 꼬집었다.

의무병 출신 김모(27·대학생) 씨도 "'짠밥' 안되면 아프다는 말도 못하는 계급사회가 군대"라며 "그런 엄격한 위계질서 아래에서 의무발전계획이 얼마나 효력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군의관들의 인식에 대해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2004년 5월에 전역한 유보길(25·대학생)씨는 "군의관이 '봉와직염은 괜찮다'라며 치료를 게을리하다 곪아터지는 경우가 허다했다"며 군생활을 회고했다. '봉와직염'이란, 피하 조직에 세균이 침범하는 염증질환을 일컫는 말로 '진행성 화농성 염증'의 한가지이다. 유씨는 이어 "군의관은 절대적인 권리와 특권의식까지 가지고 있어 일반 사병 치료에 무심하다"며 "밑에서부터의 의식개혁부터 단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엄창호씨도 "군의관은 환자를 '환자'로 보지 않고 '후임'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부 군의관들은 아픈 병사가 오는 자체를 싫어한다, 의무병이 환자를 많이 데려오면 대놓고 그를 혼내기도 했다"고 전했다.

환자를 '환자'로 보지 않고

"수술 받을 거면 차라리 민간병원에서 하고 싶었다"는 현역 병장의 말은 군병원에 대해 쌓여있는 사병들의 깊은 불신감을 잘 보여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예비역도 "일반 사병들 사이엔 '돈 더 들여도 차라리 (휴가) 나가서 치료받는다'는 인식이 퍼져 있는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인식을 반영하듯, 현역군인과 예비역들은 군 자체가 의무발전계획을 세워 추진하기보다는 "아예 군대 근처에 사병을 주 고객으로 하는 민간병원을 더 설립하자"고 주장했다.

"사병 치료비를 국가가 전폭 지원하고 민간병원을 통한 외진을 일괄적으로 시행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같은 비용이 든다면 민간병원에서 치료받는 것이 사병들에게 심리적인 안정감도 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의무사령부의 의무발전계획안에는 '군병원 진료능력을 초과하는 질환은 민간협진병원 위탁진료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현역군인과 예비역들은 위계적인 군대문화 속에서 그것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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