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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인 도암역사문화연구회장.
ⓒ 최연종
“아이들이 자기 지역의 역사나 문화에 관심이 부족합니다. 지역의 역사나 문화를 잘 모르기 때문이죠. 이번 교재 발간을 계기로 지역의 역사나 문화에 관심을 갖고 애향심을 키워갔으면 합니다”

<도암의 역사와 문화> 편집위원장으로 참여한 김성인(48) 도암역사문화연구회장은 9일 화순천태초등학교에서 열린 조촐한 출판기념회에서 상기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1년간 정윤수 천태초등학교 교장과 도암면 관내 34개 마을을 방문해 민담이나 전설을 채록하고 카메라에 담는 모습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기 때문.

김 회장은 “문화재 분야에 비전문가들이 나서다 보니 체계적으로 조사하기 힘든 데다 조사 인력이 부족해 어려웠다”며 “전문가들이 동참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많은 문화유산들을 민초들이 스스로 지키고 보존해오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꼈습니다. 하지만 주민들이 연세가 지긋해 주민들 힘만으로 전승 보존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뜻있는 사람들이 힘을 합쳐야지요.”

김 회장은 학생들이 국사나 세계사를 배우면서도 자기가 태어나고 자란 고장의 역사나 문화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다 체계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변변한 교재도 없어 책을 펴내게 됐다고 했다.

이번 교재는 정윤수 천태초등학교 교장을 비롯한 학교 선생님과 역사문화연구회 회원들의 땀과 정성의 결과물이다.

천태초등학교 동문 출신 인문사회계열 교수와 선생님 등 8명으로 구성된 역사문화연구회는 그 동안 11차례 모임을 갖고 자료를 조사 발굴하고 원고 검토 작업을 했다.

김 회장은 수 년 전부터 학교에 책을 만들자고 제안했으나 구체적으로 논의되지 못한 채 번번이 무산됐다.

김 회장은 2004년 9월, 정윤수 교장이 부임하자마자 책 발간을 제안, 정 교장이 흔쾌히 받아들임으로써 지난해 1월초부터 답사를 시작, 만 1년 만에 빛을 보게 됐다.

천태초등학교가 행·재정 지원을 하고 도암역사문화연구회가 집필한 이 책자는 도암의 역사와 연혁을 비롯한 삼국 ~ 조선시대의 문화유산, 민속 민요 전설 민담 등 무형문화유산, 마을 유래, 독립투사, 효자 효부 열녀 등 인물에 이르기까지 도암면과 관련한 모든 분야를 망라한 종합기술서.

특히 1923년 일제 강점기 도암면지가 편찬된 이래 80여년 만에 도암면의 역사와 문화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정윤수 교장은 “작은 산골학교에서 책을 펴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닌데 김성인 도암역사문화연구회장이 앞장서고 여러 회원님들이 힘을 합쳐 결실을 맺었다”며 “우리의 전통이 이 세대가 지나면 모두 사라질 것이라는 조급한 생각을 했는데 이번 책자 발간으로 민요 등의 무형문화재를 보존하고 계승할 수 있는 계기가 돼 기쁘다”고 했다.

이 책은 앞으로 천태초교 학생들의 현장체험학습교재로 활용된다. 학생들은 매년 봄과 가을에 한번씩 6년 동안 각 마을을 방문해 도암의 역사와 문화를 배우게 된다.

특히 인물 편은 새로 발굴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게 김 회장의 설명이다. 조선시대의 충신 박지수, 동학농민군 대장 한달문, 의병장 김용상, 대한광복단의 김영하 선생 등 나라가 어려울 때 발 벗고 나선 인물들을 발굴해 소개한 것. 또 국가가 인정했거나 독립유공자 중심으로 효자 효부 열녀를 소개, 객관성을 살렸다.

“조사과정에서 독립유공자의 묘비가 길가에 방치되는 등 제대로 예우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후손들로서 부끄러웠습니다.”

김 회장은 “도암 출신 인물은 묻혀 있다시피 하고 유적은 방치돼 있다”며 “후손들이 자긍심을 갖도록 번영회나 자치단체에서 행·재정적인 지원으로 역사 문화자원을 보존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산제와 ‘도암 밭노래’등 각 마을에서 불리고 있는 민요 30여 곡을 정리, 점점 사라져 가는 무형문화재 전승에도 신경을 썼다.

특히 민담을 녹취, 토속어의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그대로 표기 했다. 도암을 중심으로 쌍봉사, 화순고인돌군, 월곡리 고택, 청동기 유물출토지, 나주 불회사 등 인근 문화유적지도 소개해 눈길을 끈다.

김 회장은 "마을마다 독특한 민요나 민담이 있으나 마을 주민들이 대부분 연세가 많아 이 분들이 돌아가시면 전승하는데 어려워진다"며 "10년 일찍 시작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며 안타까워했다.

김 회장은 이번 교재 발간은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지금까지의 자료가 단행본 2~3권 분량에 달해 이 자료를 마을별로 체계적으로 정리해 책으로 펴내겠다고 했다.

“더 욕심을 낸다면 답사코스를 개발하고 문화재 안내판과 표지석을 세우는 일이 뒤따라야 합니다. 묻혀 있는 인물들에 대한 기념사업도 추진해야지요. 물론 자치단체차원에서도 관심을 갖고 향토문화를 가꾸고 보존하려는 의지가 있어야 합니다.”

김성인 회장은 "역사나 문화는 우리 삶의 바탕"이라며 “역사나 문화를 모르고서는 뿌리 없는 삶을 사는 것과 같다”고 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남도뉴스(http://www.namdonews.co.kr)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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