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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는 25일 신장이식 수술을 앞두고 있는 유태진군(가운데). 엄마 아빠가 격려하고 있다.
ⓒ 고재순
"'전생에 무슨 죄를 많이 지었기에 이렇게 고난을 주신가'하며 원망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모든 걸 포기하고 싶은 맘이 여러 번 있었지만 하나님께 모든 걸 의지하며 이겨내고 있습니다."

유추근(46·화순읍 만연리 부영3차)씨는 현재 아들과 함께 서울대병원에 입원해 있다. 만성신부전증으로 지난해 6월부터 일주일에 3번 혈액투석중인 큰 아들 태진(20·명지대 행정학과 1학년)군에게 오는 25일 신장을 떼어 주기 위해서다. 유씨는 조직검사 결과 특별한 이상이 없으면 25일 신장이식 수술을 통해 아들에게 사랑을 전달한다.

아내 박정숙(45)씨에 이어 두 아들마저 만성신부전증과 힘겹게 싸우고 있는 것을 보며 유씨는 처음에는 죽음까지도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주변에 자신보다 더 어렵고 힘든 사람들이 있다는 생각에 마음을 고쳐먹었다.

태진이는 지난해 군에 입대하기 위해 받은 신체검사 결과 유전성 만성신부전증 판정을 받았다. 사실 초등학교 때부터 만성신부전증상을 보이고 있었지만 아내와 같은 결과가 나올지는 꿈에도 몰랐다.

아내는 만성신부전증으로 고생하다 8년 전인 1998년 무료로 신장이식수술을 받았다. 많이 좋아졌지만 면역력이 없어 주기적으로 검진을 받고 약물을 복용하는 등 계속 치료를 받고 있는 상태. 유씨의 안타까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둘째 태성(17·나주 금성고 1학년)이도 소변에서 단백뇨가 섞여 나오는 등 신부전증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태성이도 초등학교 때부터 얼굴이 거무스레하는 등 같은 증상을 보이고 있다. 달리기만 하면 숨이 차서 체육 활동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유씨는 자신의 신장을 아들에게 떼어주기로 했지만 3천여만 원에 이르는 수술비를 아직 마련하지 못했다.

"아내가 만선신부전증으로 투병하면서 20년간이나 형제, 친척분들한테 도움을 받아 이제는 도움을 받는 것이 부끄럽고 죄스럽습니다. 챙피해서 이제는 어디에다 말도 못 꺼낼 형편입니다."

때문에 형제들이나 친한 친구들조차 아들의 증상을 최근에야 알았다고 한다. 뒤늦게 형제들이 이런 사실을 알고 지금까지 뭐했느냐고 역정을 낼 때 몰래 운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는 유씨.

"두 아들의 장래도 걱정됐습니다. 부모 욕심에 두 아들을 장가라도 보내야 하는데 건강이 안 좋다고 공개되면 누가 시집을 오겠습니까?"

언론에서 처음에 기사화하자고 했을 때 망설인 이유도 그런 이유에서다. 아들한테도 증상을 쉬쉬하고 있는데 언론에 공개되면 뒷감당을 어떻게 할지 자신이 없었다는 것.

언론에서 보도되면서 사람들이 마치 도움을 바라는 것처럼 생각할까 당황스럽기도 했다는 유씨는 비슷한 처지에 있는 분들한테 좌절하지 말고 힘을 내라는 의미에서 취재에 응했지만 자기도 모르게 도움을 바라게 되는 자신을 보며 눈물도 많이 흘렸다고 한다.

유씨는 현재 막노동을 하면서 생계를 꾸리지만 병원비 대기에도 버겁다. 직업 얻기도 힘들기도 하지만 가족들 간호를 해야 하기 때문에 정규직을 갖질 못했다. 돈 벌 능력이 있어도 여건이 안 돼 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는 일용직 노동자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

"집안에 환자가 있으면 모든 생활이 뒤죽박죽이 돼 버립니다. 직업도 갖기 힘들어 경제적으로도 어려울 수밖에 없죠."

아내가 8년 전에 무료로 장기는 이식을 받았지만 그 때 수술비가 3천만 원이었다고 한다. 지금은 유씨 자신이 보험혜택이 안 돼 그 때보다 더 나올 것 같다고 걱정했다. 그래도 위안이 되는 건 과거에 아내 혈액투석비용으로 한 번에 8만 원이 들었는데 지금은 기초생활수급자에게 보험이 적용돼 한번에 4600원에 밖에 들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한 달에 한 번씩 혈청주사를 맞으면서 50여만 원의 큰돈이 들어간다. 화순군에서 자신의 딱한 사실을 알고 몇 년 전부터 지원해 준 게 큰 보탬이 되고 있다.

"하나님께서 저희에게 고난을 주셨지만 이 고난을 이겨내라는 힘도 주셨습니다. 주변에서 병마와 싸우고 있는 많은 분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불어넣어드리기 위해서라도 꿋꿋이 이겨내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남도뉴스(http://www.namdonews.co.kr)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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