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보강 : 11일 낮 12시 30분]
'독배' 각오한 정동영 "나를 던지겠다"
"당이 좋은 상태에 있었다면, 저는 출마를 고민하지 않았을 것이다. 저는 백의종군할 수도 있었다. 2·18 전당대회가 독배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피하는 것은 정치인의 도리가 아니다. 지난 10년 정동영이가 정치해온 원칙과 벗어난다. 당이 어렵기 때문에 정동영이 해보겠다. 던져보겠다고 나온 것이다."
'왜 꼭 나여야 한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정동영 전 장관은 이같이 말했다. 또한 김근태 전 장관에 대해 "좋은 지도자다. 좋은 경쟁으로 당을 살리는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 냈으면 한다"고 선의의 경쟁을 다짐했다.
2년 전 오늘인 2004년 1월 11일 전당대회에서 47석의 열린우리당 당의장으로 선출됐던 정동영 전 장관이 다시 출사표를 던졌다.
11일 정 전 장관은 영등포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지율 1위, 반드시 재탈환하겠습니다, 지방선거에서 꼭 승리하겠습니다"라고 다짐하며 2·18일 전당대회에 당의장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정 전 장관은 열린우리당의 현재 처지를 '회사'에 비유하며 "신규 소비자는 물론 오랜 단골 소비자도 등을 돌렸고, 회사의 주가는 폭락해 바닥을 헤매고 있다"며 "2년 전에 그랬듯 지금 이 순간도 이 한 몸 던져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면 그 어떤 것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정 전 장관은 "모두가 지방선거는 해보나마나라고 말한다, 실제로 어려운 상황이다"라면서도 "정치도 기업과 마찬가지로 리더십이 중요하다, 우리가 하기에 달렸다"고 자신감을 내보였다. 하지만 구체적인 복안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정 전 장관은 특히 기자회견문을 통해 "4·12 의회권력 교체에 이어 풀뿌리 지방권력 교체를 이루자"며 "한나라당이 우리 아이들을 볼모로 장외투쟁을 벌이고 있는 진짜 이유는 한나라당 내부의 대선후보 경쟁과 5월 지방선거를 위한 사전선거운동일 뿐"이라고 한나라당을 향해서도 포문을 열었다.
당-정부-청와대는 한 몸, 당·청 소통 이끌겠다"
민주당과의 선거연합, 인재영입, 전략공천 등의 가능성에 대해 정 전 장관은 "오늘 첫 시작이다. 설계도는 갖고 있다. 이를 구체적으로 만들어 여러분 앞에 펼쳐 보이겠다"며 "2004년 4월은 더 어려웠다. 47명밖에 안됐지만 우리당이 한 덩어리가 되어 민심 소재를 정확히 파악하고 뛰었기에 국민이 우리에게 기회를 줬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의 고질적인 당정청 갈등의 해결사가 되겠다고 자임했다. 김근태 전 장관이 개혁성을 강조하고 나선데 반해, 정 전 장관은 '소통의 리더십'을 내세워 "우리당과 정부, 그리고 청와대는 한 몸 속에 있다"며 당정청 소통 시스템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정 전 장관은 "2년 만에 당이 무너진 이유는 국민들의 눈에 사분오열 되어 있기 때문"이라며 당의 내부 융합을 강조한 뒤 "당이 중심에 서서 당·청 소통을 이끌어갈 필요가 있다"고 당 주도권 회복에 방점을 찍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허위당원' 문제와 관련해 정 전 장관은 "정당개혁의 깃발을 들었던 우리당이 국민의 지탄을 받는 것에 대해 창당 주역의 한 명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기간당원제에 대해) 창당 초심으로 돌아가 근본 문제부터 손댈 필요가 있다"고 단호한 의지를 보였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이른바 '열린우리당의 위기는 실용주의 당권파들의 책임'이라며 정동영 전 장관을 겨냥한 것과 관련 "제가 1년 6개월 동안 당을 망쳤다고 하는 사람들의 그 의도에 순수성을 의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늘의 책임을 정동영이 지라고 하면 지겠다. 하지만 '당권파'라는 말은 그 동안 당의장을 한 분들에 대한 모욕이다. 신기남, 이부영, 임채정, 문희상, 정세균 의장이 정동영 밑에 있는 사람이 아니다. 제가 당 지도부 있었던 것은 총선을 전후한 4개월이다. 그 4개월은 열린우리당의 지지율이 역사상 가장 높았던 시절이다. 저를 당권파라고 하는 것은 정동영이와 당원 관계를 갈라놓은 정치적 의도가 있다. 편가르기는 옳지 않다."
한편 대권 도전 의사를 묻는 질문에는 "대권이라는 말은 적절치 않다, 권위주의 시대에 생겨난 말"이라고 전제한 뒤,"지금 저에게 중요한 것은 당이 살기도 전에 개인의 미래를 계획하는 것은 헛된 것"이라며 "우선 당을 살리는데 던지겠다"며 답을 미뤘다.
기자회견문 '전문'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그리고 사랑하는 열린우리당의 당원동지 여러분,
정동영입니다.
2년 전 오늘이 생각납니다.
지난 2004년 1월 11일, 그날은 백척간두의 위기에 놓여있던 우리당의 전당대회 날이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저는 47석의 벤처 정당에 불과했던 열린우리당의 지지율을 반드시 1등으로 끌어 올리겠다는 약속을 했습니다. 낡은 정치 청산과 새로운 정치 구현을 주장하며 신발 끈을 질끈 동여맸던 우리는 헌정사상 초유의 탄핵을 뚫고 152석을 가진 과반여당으로 도약했습니다.
하지만 그로부터 정확히 2년이 지난 오늘, 저는 그때와 똑같은 약속을 들고 여러분 앞에 서게 됐습니다. 모두가 똘똘 뭉쳐 일구어낸 '벤처신화'가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회사에 비유한다면 신규 소비자는 물론 오랜 단골 소비자도 등을 돌렸고, 회사의 주가는 폭락해 바닥을 헤매고 있습니다. 참으로 가슴 아픈 현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는 구태를 버리고 새로운 정치를 구현하자며 신당 창업에 앞장섰던 한 사람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책임은 전가하는 것이 아니라 공유해서 나누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먼저 앞장서겠습니다. 2년 전에 그랬듯 지금 이 순간도 이 한 몸 던져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면 그 어떤 것도 마다하지 않겠습니다.
"주식회사 열린우리당을 명실상부한 우량기업으로 만들겠습니다."
저는 여러분과 약속하고자 합니다. 소수정예의 벤처기업을 어엿한 대기업으로 만든 경험을 살려 주식회사 열린우리당을 명실상부한 우량기업으로 만들겠습니다. 실질적 주주이신 당원 동지 여러분께서 '자부심과 긍지'라는 가슴 뿌듯한 배당을 두둑이 받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한번 투자하면 절대 후회하지 않을 블루칩으로 만들겠습니다.
"올바른 소통의 리더십을 세우겠습니다."
이번 전당대회에선 올바른 '소통의 리더십'을 갖춘 지도부가 구성되어야 합니다. 당내의 소통과, 당과 국민 사이의 소통, 당과 정부, 당과 청와대의 소통을 원활하게 이끌어 내겠습니다. 혈관이 막히면 몸에 탈이 납니다. 우리당과 정부, 그리고 청와대는 한 몸 속에 있습니다. 혈액순환이 제대로 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에 앞장서겠습니다. 남과 북의 단절도 대화하고 소통하면 풀렸습니다. 여와 야의 문제도, 노와 사의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화와 소통의 문화 정착에 우리당이 앞장서겠습니다.
"중산층과 서민의 희망 설계사가 되겠습니다."
경제가 살아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느낄 수 없으니 문제입니다. 돈벌이는 괜찮은데 먹는 반찬과 입는 옷은 달라진 게 없습니다. 지갑의 두께도 늘 똑같습니다. 피부로 느낄 수 없으니 경제는 늘 어렵습니다. 변화가 없으니 희망도 없습니다. 중산층과 서민의 행복 추구는 우리당의 기본 정체성이자 존재이유입니다. 성장이 복지를, 복지가 성장을 부추기는 정책개발과 실행에 힘쓰겠습니다. 일자리가 최고의 인권이자 복지라는 사실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올해 40만 개의 일자리를 더 만들겠다는 정부의 정책을 적극 지원함은 물론 각계각층의 의견을 다양하게 수렴하여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입법 활동에 매진하겠습니다. 중산층과 서민의 희망 설계사가 되겠습니다.
"지지율 1위, 반드시 재탈환하겠습니다. 지방선거에서 꼭 승리하겠습니다."
지방선거는 견제와 균형, 분권이라는 참여정부 국정철학에 대한 국민의 평가입니다. 반드시 승리해야 합니다. 지지율 1위가 그 전제입니다. 제겐 4.15의 소중한 경험이 있습니다. 'Again 4.15!'의 기치아래 똘똘 뭉쳐 우리당 지지율을 반드시 1위로 끌어 올리겠습니다. 모두가 5월 지방선거는 해보나마나라고 말합니다. 실제로 매우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러나 기업에서 CEO의 역할이 중요하듯 정치도 리더십이 중요합니다. 우리가 하기에 달렸습니다. 시간은 아직 남아 있습니다. 우리가 겸손한 마음으로 민심을 받들고 국민이 원하는 대로 내부에서 서로 인정하고 존중하며 융합해 나간다면 국민이 우리를 다시 쳐다 볼 것입니다. 기회를 주실 것입니다.
5월 지방 선거에서 제2의 기적을 만들어 냅시다. 기적은 우리 안에 있습니다. 4.15의 뒤를 이어 5.31 신화창조에 이 한 몸 던지겠습니다. 정권교체와 재창출에 이어 사상 최초로 의회권력을 교체한 저력이 우리에겐 있습니다. 이제 풀뿌리 지방권력 교체만이 남아 있습니다. 한나라당이 우리 아이들을 볼모로 장외투쟁을 벌이고 있는 진짜 이유는 한나라당 내부의 대선후보경쟁과 5월 지방선거를 위한 사전선거운동일 뿐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국회에 등원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당원동지 여러분,
4강신화 창조이후 해이해진 기강과 혼란을 딛고 국민적 기대에 부응하며 되살아 난 한국 축구의 중심엔 아드보카트가 있습니다. 사람들은 그를 '나는 승리하리라!(I Would Victory!)'를 뜻하는 '아드빅(I'd Vic)'으로 부릅니다. 우리도 할 수 있습니다. 저를 믿어 주십시오. 당원동지 여러분과 어깨에 어깨를 걸고 1위 탈환의 소중한 경험을 살려 반드시 지지율 1위 재탈환 하겠습니다. 5월 31일, 지방선거에서 꼭 승리하겠습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2006년 1월 11일 정 동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