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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대표 선거에 나선 세후보. 왼쪽부터 주대환, 문성현, 조승수 후보.
민주노동당 대표 선거에 나선 세후보. 왼쪽부터 주대환, 문성현, 조승수 후보. ⓒ 오마이뉴스 이종호

"선거 쟁점이 흐릿하다. 잘 보이지 않는다"(평등파 선거운동원)

"정책문제에 대해서는 각 후보에게 별 차별성이 보이지 않는다"(의정지원단 관계자)

"조승수 후보의 당원자격 여부라는 비본질직인 사안이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이게 민주노동당의 혁신이나 발전과 무슨 관계가 있나. 가뜩이나 쟁점형성이 어려운 상황에서 당원 관심이 더 떨어지고 있다. 조직선거 양상이다"(자주파인 지역당 위원회 위원장)

지난 5일 시작해 19일까지 계속되는 민주노동당의 당직선거 운동이 중반전에 들어섰다.

2004년 총선 이후 20%까지 올라갔던 지지율이 반으로 줄어들고, 10·26 재선거에서 근거지인 울산에서 패배한 책임을 지고 김혜경 대표 체제가 퇴진함에 따라 새 지도부를 뽑는 선거다. 새 지도부는 정파구조 해소 등 당의 혁신작업과 올해 지방선거, 내년 대선을 이끌어야 할 책임을 맡게 된다.

당대표 후보들은 쟁점 형성을 바라지 않는다?

그러나 당직공직 겸직분리가 유지되면서 당의 간판스타들이 나서지 못하고, '진성당원'들만이 참가하는 선거라는 감안하더라도, 이번 선거에서는 별다른 쟁점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 국민들의 관심을 끌만한 사안이 없어 당원들은 물론 당밖의 관심을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선거운동 막판인 17일부터 대표 후보들간의 TV토론도 열리지만, 당의 최대선거 중 하나인 '대표 선출'이라는 무게와 달리 별다른 알맹이없이 진행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1기 지도부의 한 최고위원은 "쟁점 형성이 어려운 선거구도"라고 말한다. "조승수 후보는 당 안팎으로 인지도가 높다는 점을 이용해 당내쟁점을 안 만들려고 하고, 조직에서 강점이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는 문성현 후보 측도 가능한 한 쟁점이 생기는 것을 피하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같은 평등파로 줄곧 같은 노선의 활동을 펼쳐온 조승수 후보와 주대환 후보가 당대표 후보로 출마한 점 ▲과거 '문단심'(문성현·단병호·심상정)으로 불릴 만큼 민주노총 중앙파의 핵심인물로 꼽혀왔던 문성현 후보가 자기 후보를 내지 못한 자주파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점도 '무쟁점'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애초 이번 당직선거에서는 당 혁신과 발전 방향, 북한 인권에 대한 입장 등이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지금 상황은 꼭 그렇지는 않다.

혁신방안과 관련해서는 1기 지도부에 대한 평가에서 차이가 있으나 대안과 계획에 있어서는 별다른 차별성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는 평가다. 또 북한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각 후보들간에 뚜렷한 차이가 있으나 쟁점화는 피하고 있는 모습이다.

혁신 방안은 차별성 없고, 북한인권은 쟁점화 피하고

북한인권 문제와 관련해 문 후보 등 당직선거에 출마한 자주파는 "미국이 대북적대 정책의 근거로 삼던 북핵문제가 효력을 잃자 북한인권을 문제로 등장시킨 것"이라며 "북한 인권문제에 분별없이 동조하는 것은 남과 북 모두를 전쟁이라는 최악의 인권상황으로 몰고가는 위험천만한 행동"이라고 비판적인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반면, 주 후보와 조 후보 등 평등파는 각각 "보편적인 가치에 입각해 비판할 것은 비판하되, 사실관계는 신중하게 확인해야 한다" "비판적 입장을 분명히 해야 북한 인권문제를 대북 적대정책에 이용하려는 미국에 대해 외교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차이가 크다.

자주파에 속하는 신창균 남동구위원회 공동위원장은 "표현만 다르지 혁신의 내용은 양쪽이 거의 비슷하다"며 "북한 인권문제는 좌파(평등파)에서 논점을 삼으려 했으나, 미국의 북한인권 문제 제기 양상이 이라크 상황과 유사하다는 점을 인정해 자제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평등파 후보의 선거운동을 뛰고 있는 신장식 전 대표비서실장은 "자주파 쪽은 북한인권 문제를 제기하면 그냥 타넘어가고, 구체적인 혁신방안을 물으면 '실사하고 조사해 같이 만들어가겠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각 정파별로 그 원인분석은 차이가 있지만, 쟁점이 되고 있지 않다는 데는 의견이 같다.

민주노동당의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되는 '정파 구조'에 대해서는 모두 한 목소리로 '혁신의 대상'으로 꼽고 있다. 조승수 후보나 최고위원에 나선 김정진 후보는 '정파등록제'를 통해 각 정파를 공개화하고 책임을 부여하자는 안을 내놓았으나 정파문제에 대해서도 치열한 토론이 벌어지지는 않는다.

이런 가운데 조승수 후보의 당원자격 문제가 쟁점이 되고 있다.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한 조 후보가 현행법상 정당의 당원 자격이 없기 때문에 5월 지방선거 진두 지휘를 비롯, 당 대표로서 법적 활동에 장애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임 김혜경 대표도 같은 상황이었고 당 선관위도 문제가 없다고 판정한 상황이어서 비본질적인 문제가 쟁점이 되고 있다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민주노동당 선관위는 9일 오전 당 대회의실에서 주대환 문성현 조승수 최고위원 선거 후보자 합동토론회를 개최했다.
민주노동당 선관위는 9일 오전 당 대회의실에서 주대환 문성현 조승수 최고위원 선거 후보자 합동토론회를 개최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개헌, 당 지지도, 양극화... 몸부림쳐도 시원치 않은데"

더 큰 문제는 대국민 메시지가 없다는 것이다.

한 당직자는 "올해는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일이 벌어질' 격변기라는 예상이 많다, 이번 지도부는 올해 5월 지방선거와, 내년 대선까지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라며 "태풍이 오는 상황에서 국민들에게 예보도 하고 기대도 줘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이번 선거는 대단히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각종 문제들에 대해 고민하고 몸부림치는 모습을 보여도 시원치 않은 판에, 후보 자격문제, 북한인권 문제 등을 갖고는 국민은 고사하고, 당원과 지지자들의 관심도 끌어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 당직자는 "개헌 문제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인지, 열린우리당이 연정을 시도해 올 경우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코앞에 닥친 지방선거에서 침체된 당 지지도를 어떻게 끌어올릴 것인지, 양극화와 빈곤해소의 구체적인 방안은 무엇인지 등 정치·경제·사회적인 문제들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 게 아니냐"고 꼬집었다.

김윤철 진보정치연구소 연구기획실장도 "당에서 국민적 관심 사안들에 대해 논의하고, TV 토론을 통해 그 결과물을 국민들에게 제시해야 한다"며 "위기에 빠진 민주노동당이 그 고민을 매듭짓고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가 있어야 하는데 그에 대한 논의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김 실장은 또 "보수정당들도 이런 문제들에 대해서는 기초조사를 하는데, 지금 그런 준비를 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노회찬 의원은 "국민들에게 줄 메시지는 없고 복창 터지는 소리와 머리 속 쥐나는 소리만 나오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노 의원은 10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공당의 선거이기 때문에 투표권은 당원들이 가지지만 국민의 선거다, 그런데 지금 상황을 보면 이게 사당이지 공당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라며 "지지율 10%로 계산할 때 360만명, 아니 관심을 가진 500만명이 지켜보는 당인데 이들에게 줄 메시지가 필요하다, 그런 메시지가 없다면 방송 중계를 요구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17일부터 3일간 방송 3사 대표후보 토론 생중계
대표선거는 문성현-조승수 양강 구도

이번 민주노동당 당직선거 선거운동은 19일까지 진행되는데, MBC에서 17일 오후 3시, KBS에서 18일 오후 2시 10분에 당 대표 후보간 토론회를 생중계하기로 했으며, SBS는 19일 오후 3시(잠정)에 중계할 예정이다.

투표는 20일부터 24일까지 인터넷과 지역위원회 투표소에서 실시된다. 전체 8만 당원 중 1년 중 10개월간 당비를 낸 '당권자' 4만 8천명이 유권자가 된다. 당 대표·사무총장·정책위의장 등 당3역의 경우 과반수 득표자 없으면 1· 2위간 결선투표를 치른다.

이번 민주노동당 대표 선거에는 주대환 전 정책위의장(기호1번), 문성현 전 비대위 집행위원장(기호2번), 조승수 전 국회의원(기호3번) 등 3명이 나섰다.

또 사무총장에는 이용길 충남도당 위원장(기호1번)과 김선동 전 전남도당 위원장(기호2번)이, 정책위의장 후보는 윤영상 정책위 부의장(기호1번), 김인식 서울 중구지역위원회 부위원장(기호2번), 이용대 전 경기도당 위원장(기호3번)이 출마했다.

당 대표 선거는 조승수 후보와 문성현 후보 간의 양강 구도로 진행되고 있다. 당내 좌파로 1기 최고위원 중 유일하게 재출마한 주 후보는, 1기 지도부에 대한 비판여론이 높은 상황에서 사실상 단기필마라는 평을 받고 있다.

각각 당 대표, 사무총장, 정책위의장 선거에서 자주파는 문성현·김선동·이용대 후보를, 평등파는조승수·이용길·윤영상 후보를 지원하고 있다.

자주파는 '문성현·김선동·이용대', 평등파는 '조승수·이용길·윤영상'

3명의 최고위원을 뽑는 일반명부에는 모두 5명이 나섰다. 김광수 중앙위원(기호1번), 김정진 전 법제실장(기호2번), 이해삼 비정규직철폐운동본부장(기호3번), 김성진 인천시당 위원장(기호4번), 김기수 대구시당 위원장(기호5번) 등이다.

4명을 선출하는 여성명부 최고위원에는 4명이 출마해 전원 당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홍승하 전 대변인(기호1번), 심재옥 서울시의원(기호2번), 박인숙 전 최고위원(기호3번), 김은진 부산시당 여성위원장(기호4번) 등이 그들이다.

농민부문 최고위원 후보에는 전국농민회총연맹의 추천을 받은 강병기 농민위원장이 등록했으며, 노동부문 최고위원은 오는 2월 민주노총 지도부 보궐선거 이후에 선출한다. / 황방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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