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일 근무제, 법정노동 주 40시간제가 실시되었는데도 왜 노동시간이 줄어들지 않는 걸까?
법정 노동시간이 주 48시간에서 주 44시간으로 그리고 40시간으로 줄어들었으면 거기에 걸맞게 노동시간이 4시간씩 줄어들었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
경총이 300인 이상 사업장 126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사무·관리직은 88.9%, 생산·현장직은 70.9%가 주5일제를 실시하는데도 불구하고 실 노동시간이 줄지 않았다고 한다.
사용자는 주5일만 공장을 돌리든지 신규인력을 채용했어야 했다
경총의 조사 의도는 주5일제로 오히려 초과근로수당이 늘어났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주40시간제 노동으로 200만명의 일자리를 창출하자'는 민주노총의 주장은 헛구호가 되고 말았다. 정부의 입법취지 또한 무색하게 되었다. 경총은 그것을 주장하고 있다. 일자리 창출도 안 되면서 인건비만 높아졌다는 것을 말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그 책임은 노동자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사용자에게 있다.
주5일제가 되었으면 주5일만 공장을 돌리든가, 주6일을 가동하려면 그에 걸맞는 신규인력을 채용했어야 했다. 그런데 법개정 당시의 인원으로 주 40시간제 하에서 기존과 똑같은 노동시간 및 공장가동률을 유지하게 되면 할증료가 늘어나 노동자 개인별 인건비가 늘어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사용자들이 이것을 모를 리 없다. 신규인력을 채용하는 것보다 기존에 고용된 노동자들에게 할증료를 더 주고 부리는 것이 훨씬 더 값싸게 먹힌다는 것을 말이다.
경총은 조사결과를 통해 1000인 이상 제조업에다 노조가 있는 사업장일수록 인건비가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총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이 줄어들었다는 것은 밝히지 않고 있다. 더욱이 매출액 대비 순이익이 증가했다는 것은 아예 말하지 않고 있다.
노조있는 대규모 사업장은 인건비 증가? 그러나 매출액과 대비하면?
단순한 주5일제, 자본가에 맡겨두는 주5일제로는 실 노동시간이 단축되거나 일자리가 창출되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필자는 지난 2003년 8월 '법정 노동시간 단축이 임금 및 고용구조에 미치는 영향 분석'이라는 논문을 통해 "자동차 산업과 서비스산업의 사례조사 분석에서도 법정(기준) 노동시간이 줄어들고 주 5일 근무제가 확산되고 있으나 전체적으로 장시간 노동은 줄어들지 않고 있으며 노동 강도는 강화되고 있음을 확인"한 바 있다.
그리고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고용창출(또는 유지)은 개별기업의 문제가 아니고 전사회적 문제이므로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노·사·정 3주체가 부담해야 한다"고 지적하였다.
그 대안으로는 첫째, 정부는 ▲차별적 임금의 핵심인 대기업의 사내복지성 임금을 법인세로 징수하여 사회적 임금을 확대하고 ▲노동자들에게 교육·주택·의료 등을 사회적으로 해결케 하여 생계비 지출규모를 축소하고 ▲중소영세기업에 대한 비용부담에 대한 세제혜택 등 재정적 지원을 한다.
둘째, 기업은 신규인력의 채용이나 해고회피에 따른 작업재조직과 생산성 향상을 통해 추가비용을 흡수토록 하며 초기 몇 년간 최소한의 이윤잠식을 수용한다.
셋째, 노조는 실질 노동시간을 단축하되 당해연도의 임금을 동결하거나 삭감하지는 않더라도 비정규직 노동자와의 차별해소와 실직자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연대 정신으로 향후 몇 년간 노사간 임금의 추세협상을 실시한다.
정규직에게 일 더 시키고 임금 더 준 뒤 '귀족노동자' 공격
지금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의 상대적 고임금이 비정규직노동자들과의 차별적 구조로 고착되는 것은 사용자들이 인건비를 절감하고 비정규노동자(신 산업예비군의 풀 활용)를 양산시켜 노동운동을 약화시키기 위한 의도가 숨어 있다.
말하자면, 주40시간제 하에서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추가를 일을 시키고 더 많은 임금을 지급한 뒤 '귀족노동자'라느니 '철밥통 고임금노동자'라느니 공격하는 꼴이다.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을 공격할 것이 아니라 그들의 장시간 노동을 주5일제에 맞게 실 노동시간을 단축시키고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급선무다. 지금 주5일제는 입법취지와 달리 파탄난 지 오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