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여기가 네 살 반 줄이 맞아요?"
"네~."
"그럼 혹시 줄이 어디부터예요?"
"여기 옆에 있는 줄부터인 것 같은데요?"
"와~ 진짜 많다~ 언제부터 오셨어요?"
"저도 온 지 얼마 안 됐어요."
"그럼 저 앞에 계신 분들은 몇 시부터 왔을까요?"
"사람들 하는 말 들어보니까, 저 맨 앞에 계신 분은 어젯밤부터 오셨다는 것 같던데..."
"네에? 어젯밤이요?"
"그래서 이불까지 가져왔잖아요."
잠시 후 남편이 세수도 못한 채 헐레벌떡 뛰어왔다. 그리고 대기하고 있는 많은 사람을 보더니 깜짝 놀라는 듯했다. 나는 출근시간이 늦어 남편에게 자리를 내주고 어린이집을 나왔다.
회사에 있는데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다.
"지금 막 등록하고 나오는 길이야."
"아 그래? 고생했네."
"고생은... 근데 네 살 반 몇 명 모집한다고 했지?"
"아~ 열네 명."
"그래?"
"우리 몇 번째로 등록했는데?"
"열여덟 번째인가, 열아홉 번째인가. 근데 우리 뒤로 스무 명이나 더 있어."
"와~ 진짜 대단하다! 우리도 잘하면 못 보내겠다, 그치?"
"일단 기다려봐야지 뭐."
걱정스런 마음에 시립어린이집 모집요강을 다시 읽어보니, 순위에 대해서 나와 있다. 1순위부터 10순위까지 있는데, 일단 1순위에는 가장 먼저 어린이집에 입학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맞벌이부부도 순위에 들어가 있는데 7순위이다. 그런데 만약 순위가 같을 경우 먼저 원서를 접수시킨 사람에게 우선권이 주어진다.
대부분 맞벌이 가정인 것 같았는데 아무래도 여름이가 그 어린이집에 입학하긴 힘들 것 같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이제부터 다른 곳을 또 알아봐야 하나. 아니면, 다시 원초적인 고민으로 돌아가 여름이를 한 해 더 부모님께 맡기는 불효를 저질러야 하나. 원아 모집에서 제외되면 얼마간은 또 고민에 빠져 지내야 할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육아문제는 늘 생활 속에 도사리고 있습니다. 특히나 저희 집처럼 맞벌이를 하는 집이라면 더 그렇겠지요. 아이를 낳아서 기르는데 있어 '책임'이란 건 정말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아이에게 최선을 다해 '책임'지고 싶은데, 그게 참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