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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20일 <오마이뉴스>가 단독보도한 이른바 '맞춤형 정책개발'을 통한 지방선거 개입 의혹이 6개월만에 구체적 정책을 통해 그 '실체'를 드러냈다. "컨셉을 잘 살려서 내년 지자체 선거시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노무현 대통령의 당시 지시가 정책으로 구체화된 것이다.

청와대는 이달 말부터 이른바 '참여형 도시 만들기' 프로젝트를 공론화하겠다고 12일 밝혔다. 성경륭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은 이날 청와대에서 브리핑을 갖고 "정부내 정책협의기구가 가닥이 잡히면 1월 말이나 2월 초에 1차로 (참여형 도시 만들기에 대한) 정부 측 계획과 정책 방향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 등 야당은 "5·31지방선거와 내년 말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정치적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며 반발하고 있어 다시 한번 논란이 예상된다.

'살고싶은 도시 만들기'에서 '참여형 도시 만들기' 프로젝트로 명칭 변경

12일 청와대가 발표한 '참여형 도시 만들기' 프로젝트는 지난해 7월 4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청와대 김영주 경제정책수석이 보고한 '살고싶은 도시 만들기 추진현황 및 향후계획'을 발전시킨 것이다.

당시 '살고싶은 도시 만들기 추진현황 및 향후계획'을 보고받은 노 대통령은 "정책의 최초 발상은 행정수도에 반대하는 수도권 도시들의 인식을 전환하는 것이 목적이었다"면서 "적정한 시점이 되면 당(黨)에서 주도하는 모양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지시해 논란을 빚었다.

노 대통령은 또 당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대통령 보고회에 당의 인사들도 참여시켜 주도권이 자연스럽게 당으로 이관되는 방안을 검토"하라면서 "지방자치 과정에서 좋은 공약으로 제기되는 것도 좋은 방안일 것이니 컨셉을 잘 살려서 내년 지자체 선거시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활용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당시 노 대통령은 이 정책의 추진과 관련 ▲필요시 정책기획위원회에서 담당하고, 위원회 단위로 격상시켜 논의하는 방안도 검토 ▲정부의 주무는 건설교통부에서 담당 ▲비서실 시민사회수석실과 홍보수석실에서도 노력할 것 ▲반대자가 없는 정책이므로 시민사회와도 논의할 필요 등의 방향을 제시한 바 있으나 정책을 다듬어가는 과정에서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로 이관된 것으로 보인다.

또 당시 청와대는 <오마이뉴스> 첫 보도가 나가자, 처음에는 노 대통령의 발언 자체를 부인했다. 그러나 <오마이뉴스>가 '수석·보좌관회의시 대통령님 말씀 주요내용'이라는 제목의 노 대통령 발언록을 추가로 공개하자, 청와대는 "대통령께서 지자체 선거에서 그동안에는 지역개발공약 위주였는데, 앞으로는 실제로 지방의 삶의 수준을 높일 수 있는 것으로 공약의 수준이 업그레이드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하신 발언이 잘못 전달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아울러 청와대는 "여·야 없이 정치인들이 지방선거에 공약으로 제시함으로써 무엇이 살기좋은 것인지 개념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라며 "따라서 대통령이 말한 것이 특정 정당을 지자체 선거에서 유리하게 하기 위해서 선거전략으로 써먹어라는 취지는 아니다"고 해명했다.

한나라당 "복잡한 용어 쓰지 말고 70년대 새마을운동이 모델이라고 솔직히 말하라"

한편 이번에도 '지방선거용 공약'이라는 논란이 제기되자 청와대는 "(선거 공약으로 활용하기는) 불가능하다"고 전제하고 "위로부터의 주민 동원이 요즘 사회에 가능하냐"면서 사업 초기 정부는 일정 역할만 한 뒤 민간 주도의 사업으로 전개하겠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그러나 설 연휴인 1월 말을 공개 시점으로 잡은 점 등으로 볼 때 정책홍보를 극대화해 지방선거에서 전국 단위의 선거 이슈로 활용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당장 이계진 한나라당 대변인은 청와대의 발표 뒤에 "이 프로젝트의 목적이 국민을 위한 것인지, 관(官) 주도의 범국민 운동으로 발전시켜 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에 이용하려는 것인지 궁금하다"면서 "복잡한 용어를 쓰지 말고 1970년대 새마을운동이 모델이라고 솔직히 말하는 게 좋겠다"고 비판했다.

또 박용진 민주노동당 대변인도 "관 주도의 새마을운동처럼 변질되면 '강제 참여형 도시 만들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김대중 정부 시절 제2건국 운동이 지금은 사라졌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7월 당시 청와대 국정상황실이 기록한 노 대통령의 관련 지시내용 전문을 원문 그대로 공개하면 다음과 같다(굵은 글씨로 강조한 것은 원문 표기대로임).

□ 처음 다듬어가는 정책이므로, 내용을 풍부히 할 여지가 많은 정책임.
o 또한 참여정부의 다른 정책과 연계해 전략적으로 논의해볼 만한 소재임
o 정책의 최초 발상은 행정수도에 반대하는 수도권 도시들의 인식을 전환하는 것이 목적이었음
- 정보과학기술보좌관의 "좋은 건축 만들기"도 이 정책과 관련

□ 사람들은 수준이 높고 쾌적한 삶, 그리고 사람다움이 살아 있는 사회에서 살 것을 요구하고 있음
o 따라서 이 정책의 방향은
- 소수의 사람들만 쾌적한 곳에서 잘사는 것이 아니라
- 많은 사람들이 더불어서 사람답게 살아가는 도시의 개념으로 확장되어야 할 것임
o 그동안 도시가 양적 팽창과 경쟁의 수준으로 내몰렸다면, 이제는 질적 향상과 인간다운 삶의 공간으로 확대되어야 할 것임

□ 사고의 폭을 넓히면서 정부의 추진체계와 함께 청와대는 어떻게 담당을 할 것인지 결정할 필요
o 각 위원회에서 이 정책과 관련된 위원들을 차출해서 TF 를 만드는 것을 검토할 것
- 행정중심복합도시 등과 연계해서 좋은 삶의 모델, 살기 좋은 도시라는 이름을 내걸면서 앞으로 우리가 가꾸어 가야 될 우리 사회의 가치들을 잘 배치해볼 것
- 필요시 정책기획위원회에서 담당하고, 위원회 단위로 격상시켜 논의하는 방안도 검토
- 정부의 주무는 건설교통부에서 담당
o 비서실 시민사회수석실과 홍보수석실에서도 노력할 것
- 폭넓게 확대할 수 있는 정책이며 반대자가 없는 정책이므로 시민사회와도 논의할 필요

□ 적정한 시점이 되면 당(黨)에서 주도하는 모양이 되도록 할 것
대통령 보고회에 당의 인사들도 참여시켜 주도권이 자연스럽게 당으로 이관되는 방안을 검토
지방자치 과정에서 좋은 공약으로 제기되는 것도 좋은 방안일 것임
o 컨셉을 잘 살려서 내년 지자체 선거시 활용할 수도 있을 것임
- 각 지방도시의 기준을 제시할 수 있는 수준으로 만들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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