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8 열린우리당 전당대회 '빅매치'에 나선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은 최근 김근태 전 복지부 장관이 당 위기의 책임을 '실용주의 당권파'에게 돌리며 정 전 장관을 겨냥하고 나서자 당초 전략을 선회했다.
열린우리당 위기에 대한 '책임론'이 전당대회의 이슈로 부각된다면 별로 득이 될 게 없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정 전 장관은 김 전 장관의 지적에 대해 처음엔 "정치적 음모" "나와 당원을 갈라놓으려는 불순한 의도"라고 방어적인 자세를 취했지만, 최근엔 "아름다운 경쟁"과 "긍정의 힘"을 강조하며 "내 갈 길을 가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상대적으로 약세인 김 전 장관 쪽에서 전당대회 구도를 '정동영 vs 반(反) 정동영'으로 가져가려는 의도에 말리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른바 '포지티브' 전략이다.
정 전 장관은 13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2006 지방선거 경기도 예비후보자 워크숍'에서 "2년 전 당을 지지율 1위로 밀어올린 것은 '긍정의 선거'였다"며 "그러나 작년 4월 전당대회에서는 노선투쟁과 상대에 대한 비난 등 동지를 적으로 간주한 선거전략으로 인해 가라앉고 말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 전 장관은 "'네거티브 선거'는 국민을 멀어지게 한다는 극렬한 교훈이었다"며 "당을 살릴 힘은 제 탓이요, 제 탓이요 하는 '긍정의 힘'을 믿는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네거티브' 김근태 "당 위기 책임져라" VS '포지티브' 정동영 "자기 탓 해야"
반면, 김근태 전 장관은 지난 11일 <한국일보>과의 인터뷰에서 "정 전 장관이 의장이 되는 것은 화장만 고치는 것이지만 김근태가 되면 제품이 바뀌는 것"이라고 공세의 포문을 열었다.
이튿날 기자간담회에서도 김 전 장관은 "지난 2년간 당권파들이 중요한 당직을 도맡다시피 했다"며 "(당 위기에 대한) 책임이 없다고 한다면 결국 당원과 국민이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정동영 책임론'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정 전 장관은 11일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 선언하며 "편가르기는 옳지 않다"며 "내가 당 지도부 있었던 총선을 전후한 4개월은 열린우리당의 지지율이 역사상 가장 높았던 시절"이라고 물러서지 않았다.
하지만 이후 정 전 장관은 "아름다운 경쟁의 틀을 지켜야 한다"며 '김근태 공격-정동영 방어'라는 구도에서 벗어나 포지티브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남의 탓 하는 집안보다 자기 탓 하는 집안이 잘 된다"라는 논리를 내세우며 '공동책임론'으로 맞서고 있다.
'전면전'으로 치닫는 상황에 대해 당 일각에서는 "전당대회는 지방선거 흥행을 위한 전초전이 되어야 하는데, 이렇게 가다가는 전당대회 이후 한 쪽에선 회복하기 힘든 상처를 입는 것 아니냐"고 과열 경쟁을 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