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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13일, 강원도 춘천 102보충대에서 아들과 이별 후 꼭 열흘 만에 '장정소포'라고 적힌 박스(택배)가 도착했습니다. 조심스럽게 연 상자 안에는 옷과 신발, 그리고 한 장의 편지가 있었습니다.
'엄마, 잘 지내고 있어요. 집 생각 많이 나는데 100일 동안 잘 해내고 갈게요. 엄마, 아빠 사랑해요!' - 97번 장정 서명승 올림
몇 글자 되지 않는 내용이었지만 아들의 편지는 초등학교 졸업 후 처음 받아보는 것이었습니다. 읽고 또 읽기를 수십 번, 그리고 곱게 접어 지갑의 가장 앞 쪽에 넣었습니다. 두둑한 돈의 액수보다도 제 마음을 든든하게 해 준 편지였습니다.
훈련소에 입고 갔던 아들의 옷을 꺼내 살며시 펼쳐보았습니다. 군복으로 갈아입은 녀석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립니다. 군복 사이즈는 맞게 골랐을까? 평소 옷은 녀석이 사 입었었지만 그래도 안심이 되지 않습니다. 또 훈병 이름표는 반듯하게 달았을까? 바느질은 해 본 적 없어 더욱 눈에 밟힙니다.
지난 여름, 디자인이 예뻐서 샀다고 자랑을 하던 운동화도 상자 맨 아래 나란히 놓여있습니다. 금방이라도 녀석이 엄마를 부르며 뛰어 올 것 같아 순간 현관문을 바라보았습니다. 군화는 딱 맞는 것보다 5미리 여유가 있어야 좋다고 얘기를 해주었었는데 잊지 않고 골랐는지 걱정이 됩니다. 다시 옷을 개어 상자에 담았습니다. 금방이라도 나타날 것 같은 아들생각에 또 눈물이 납니다.
수많은 군인 부모들이 '장정소포'를 받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전엔 군인엄마의 마음을 한 번도 헤아려 보지 못했습니다. '장정소포'가 도착할 때 많이 울었고, 마음이 아팠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실감이 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아들을 군대 보낸 후 마음 고생을 하고 나서야 그 마음 헤아려 보게 됩니다.
결혼 후 시댁 조카 10명이 제대를 했어도 형님들은 아들에 대한 기다림을 내색하지 않았었는데, 묵묵히 견뎌냈던 네 분의 형님들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직장 일로 바빠서였을까요? 무관심했던 게 후회가 됩니다. 대전의 둘째 형님(시누이)께 전화가 왔습니다.
"옷 도착할 때가 되어서 전화했는데 혹시 도착했는가?"
순간 눈물이 주르르 쏟아졌습니다.
"나도 상전(형님의 큰 아들)이 추운 1월에 보내고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네. 잘 하고 올 테니까 걱정 말게. 나도 택배가 왔다는 소리를 듣고 계단을 내려가야 했는데 떨려서 발이 떨어지지 않아 기어서 갔다네."
훌쩍이느라 대답이 없는 내게 형님은 세 명의 아들이 제대할 때까지 겪었던 마음 고생 등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장정소포'를 받고 생각해봅니다. 택배로 보내지 말고, 휴가 때 씩씩한 모습으로 박스를 들고 오는 아들의 모습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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