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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슴도치 아이> 표지 입니다.
<고슴도치 아이> 표지 입니다. ⓒ 보림
“예전에 나는 누구 뱃속에 있었어요?”

엄마가 대답했습니다.

“음, 내 배는 아니었단다. 그때는 다른 엄마가 있었어. 넌 그 엄마 뱃속에 잠시 머물렀지.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지금은 이렇게 우리 곁에 와 있단다.”
“내가 옆에 없어서 많이 울었나요?”
“그래. 그때 엄마는 아주 아주 많이 울었어. 아빠도 눈물을 흘렸지. 하지만 지금은 정말 행복하단다. 우리 세 식구가 오순도순 함께 사니까.”

아기를 갖지 못해 슬퍼하는 부부와 부모를 잃은 아이가 만났다. 부부는 아낌없이 사랑을 베풀고 보살필 대상이 필요하기 때문에 입양을 결정한다. 그러나 막상 아이를 보자 선뜻 집으로 데려 올 수 없었다. 온 몸에 가시가 돋은 아이를 잘 키울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아이가 먼저 여자에게 손을 내민다. 순간 여자는 깨닫는다. 결코 뿌리칠 수 없다는 것을. 고슴도치 아이는 안기는데 익숙하지 않았다. 자꾸만 가시로 찔러 사람을 아프게 했다. 엄마가 된 여자는 고슴도치 아이가 안기기 좋아한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자주 안아 주고 쓰다듬어 주었다. 아이의 가시는 한결 부드러워졌다.

한달이 지나고 석 달이 지나자 고슴도치 아이의 가시는 조금씩 떨어져 나갔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어느 따뜻한 봄날 아이는 말한다.

“엄마, 엄마가 나를 낳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엄마가 대답 했습니다.

“그래, 나도 그러고 싶었단다. 하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너를 낳을 수 없었어. 그런데 정말 고맙게도 엄마 대신 다른 엄마가 너를 낳아 주셨단다. 덕분에 네가 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고, 우리가 이렇게 함께 할 수 있는 거야. 아가야, 엄마는 너를 정말 사랑한단다.”

세상에 어떤 엄마가 이보다 감동적인 말을 할 수 있을까, 부모의 온전한 사랑을 받아 보지 못한 아이는 자기 방어 수단으로 가시를 만든다. 그 가시에 찔리는 아픔을 고스란히 감수하면서까지 끌어안은 사람이 입양아 부모다.

담담하게 그려진 그림 속에 작가는 자신의 체험을 진솔하게 담고 있어 감동이 깊다. 세상에 모든 자녀가 그 부모에게 특별하고 유일한 존재인 것처럼, 입양아도 그 부모가 가시 돋은 몸뚱이를 가슴으로 품어낸 특별하고 유일한 존재이다.

요즘 연예인들의 공개입양이 화제가 되면서 입양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이 시점에서 내가 속한 가족의 의미를 생각해 보았다. 혈연관계로 맺어진 것이 가족이라지만 사실 남편이나 시집식구들은 나와 같은 피를 나누지 않았다. 또 나의 부모님 역시 혈연적 연관관계에 놓여 있지 않다. 그러나 우리는 부부, 부모자식이라는 이름으로 가족관계를 맺고 살아가고 있다.

아이가 처음 태어났을 때, 우리는 보통 누구를 닮았는가, 살핀다. 완벽한 생물학적 조건을 갖춘 것도 아니면서, 굳이 부모와 닮은 구석을 찾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부모들은 어차피 아낌없이 사랑을 줄 대상이 필요해서 자식을 낳는 것일 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이런저런 생각 끝에 입양이란, '혈연관계에 연연하는 동물학적 계보에서 벗어나 한차례 업 그레이드된 가족관계를 만드는 것이다'라고 나름대로 결론을 내렸다. 동시에 책이 주는 변화에 대해서도 생각하였다.

작가 카타지나 코토르스카는 누구?

자신이 입양한 아이가 이 책을 읽으면서 어떻게 가족이 되었는지 금방 알 수 있기를 바랐다. 그녀는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태어나 바르샤바 국립공과대학 건축학부를 졸업했다.

도자기 공예가, 의상 디자이너 등으로 일하다가, 1999년에 <고슴도치 아이>를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고슴도치 아이>는 입양이라는 소재를 담담하면서도 뭉클하게 그려낸 작품으로, 국제아동도서협의회 추천 도서에 선정된 것을 비롯해 여러 상을 받았다. 그 밖의 작품으로 어른들을 위한 우화 <장난감 벽돌로 쌓은 탑>이 있다. / 강임수
아이가 없던 아픔을 겪고 아이를 입양해 가정을 꾸린 작가는 한 편의 동화를 만든다. 절제된 감정이 다듬어진 언어로 전달되어 독자에게 특별한 감동을 준다. 이 감동으로 기존의 고정된 가족관에 대해 의문을 갖는다. 결국, 타인의 특별한 가족관계를 온전한 가족으로 자연스럽게 보게 된다. 이것이 동화가 일구는 사회적 기능일 것이다.

공개입양으로 아이들을 키우는, 연극인 윤석화는 추천사를 통해 또 다른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이 책은 입양에 관한 이야기이자 생명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이 세상에 가시투성이, 상처투성이로 살아가는 이들이 오로지 입양아뿐이겠습니까? 어쩌면 우리 모두 단단한 가시를 달고 세상을 살아가는 고슴도치 같은 존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몸에 돋친 가시를 빼내고 온전한 생명으로 살아가게 하는 힘은 바로 '사랑'입니다. 이 책을 통해, 잊어버리기 쉬운 소중한 교훈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어 감사하고 기쁩니다.'

덧붙이는 글 | 고슴도치 아이 / 카타지나 코토프스카 지음 / 보림

연극인 윤석화의 추천사가 들어 있네요. 짧은 책이지만 모든 어린이들이 읽었으면 합니다.       

리더스 가이드와 알라딘에 실었습니다.


고슴도치 아이

카타지나 코토프스카 지음, 최성은 옮김, 보림(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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