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오마이뉴스 남소연
"우리 사회를 들여다보면 지난해 우리 서민 살림살이가 어려웠고, 청년 실업을 비롯해 경제 동력이 떨어지고, 사회 양극화는 심해지고, 또 지역·계층·세대간 갈등도 커지고요. 그런데 이런 시대적인 과제들을 정치가 해결해줘야 하는데, 지금 '이념의 굴레'가 있다고 할까요, 이념대립의 정치 리더십이 이런 과제 해결에 별로 도움을 못 줘요. 그래서 지도자들이 이념의 굴레에서 벗어나서 국민을 위한 실사구시 관점에서 민생을 돌보고 경제 회생에 최선을 다하는 실용주의 리더십을 실천해주길 바라는 거죠."

고건 전 국무총리는 16일자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21세기 초반의 대한민국과 정부에 대해 "한국은 아주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어 그는 "경제적으로 '비용의 중국, 효율의 일본' 사이에 끼여서 협공을 당하고 있는 형상인데도 이에 대한 대응전략이 분명치 않다"고 지적했다.

또 노무현 정부의 지난 3년에 대해 "참여정부가 권위주의를 타파하고 지방 분권화를 촉진한 점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며 "다만 한국을 끌고갈 리더십을 구축하는 데는 미흡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특히 국가 정책을 수립·추진하는 과정에서 국민과 의사소통을 하고, 협력을 얻는 노력이 미흡했다"며 "지금부터는 정부가 서민들이 느끼고 있는 경제난에 대한 체감 온도를 똑같이 느끼고, 국민과 함께 힘을 모아 뛰자고 호소를 해야한다, 그게 제일 급하다"고 주문했다.

'21세기 새로운 한국'에 대해 "2015년이면 인구 구조가 달라져 생산 인구가 비생산 인구보다 적어진다"며 "장기발전을 지향하는 앞으로 10년이 아주 중요하다"고 전망했다. 그는 "지금부터 10년이 선진국에 진입할 유일한 시기로, 장기 전략과 비전을 수립해서 국민 에너지를 결집시켜 나가는 것이 다음 정부가 할 일"이라며 "지금 분열된 우리 사회가 그 대립과 분열을 넘어, 포용·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하는 정부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양극화 해소와 동시에 성장하는 복안에 대해서는 "성장과 분배는 대립적으로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고 상호 보완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고성장'과 '교육' 두가지를 제시했다.

"제 역할에 확신 서면 국민 부름 응할 것"

고 전 총리는 대선 출마 의사를 묻는 질문에 "노 대통령 임기가 2년 이상 남은 시점에서 출마 여부에 대해 직접 이야기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면서 "또 지방선거가 있어 정치 과잉이 염려되는데, 따라서 지금은 그럴 시점이 아니다"라고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고 전 총리는 "2015년까지 선진국 '지텐'(G-10)에 진입한다는 장기전략을 추진하는 것이 이 시대의 국가적 과제라고 생각한다"며 "이 과제를 추진하는 데 저의 역할에 대해 확신이 서면 그 때는 국민의 부름에 응해야 한다"고 여운을 남겼다.

또 '정당 입당' 가능성에 대해 "정치적 역할에 대해 아직 결단을 안내려서 그 문제도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많은 이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국민 목소리를 적극 경청해서 판단할 예정이고 새 당을 만드는 것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자신의 이념 성향에 대해서는 "개혁적인 실용주의자로서, 보수라하면 개혁적 보수이고, 진보라하면 합리적인 진보"라며 "예를 들면 시장의 원리는 존중하되 여기에 공정성을 더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2007년 대선을 결정짓는 중요한 변수에 대해서는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가 지난 2005년 12월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국민들은 차기 대통령이 갖추어야 할 요건은 '국가 운영능력'-'국민통합'-'안정감'-'도덕성'-'개혁성' 순으로 대답했다"며 "다음에 중요한 것은 대립과 분열을 넘어선 통합이 시대정신이 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고 전 총리는 이번 개각에 대해 "국민이 통합적인 리더십을 가장 바라고 있는 것 같은데 이번 인사는 통합적 리더십과는 맞지 않는 인사 같다"고 했으며, 한나라당의 사학법 개정안 반대 장외투쟁에 대해서는 "국민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대승적 차원에서 진지한 대화와 협의를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황우석 교수 사건에 관해서는 "과학 연구와 정부의 검증 시스템 모두가 대중 인기영합에 빠져서 나온 안타까운 결과"라며 "정부가 막대한 국가예산을 투입할 때는 실현 가능성과 효율성을 검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과학계는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고 새출발을 해야 한다"며 "신뢰성을 회복하는 조용한 물결들, 실천 운동들이 펼쳐져야 하지 않을까"라고 제안했다.

한편, 고 전 시장은 서울시장의 자질에 대해서는 ▲1천만 대도시 관리 능력 소유자 ▲10~20년 후 서울을 내다보는 안목을 가진 '그랜드 디자이너'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는 "정치인이 시장이 됐을 때는 그 직책이 정치적으로 매몰되어서는 안된다"고 충고했다.

이외에도 고 전 총리는 참여정부의 남북관계 및 외교·안보 전략, 한미 관계 등에 대해서도 평가 및 의견을 전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용산 대통령실 마감하고, 서울을 떠나 세종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진실 너머 저편으로...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