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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꽤 재미있게 본 책으로 <조선왕 독살사건>(이덕일 지음, 다산초당 펴냄)이 있습니다. 역사에 관계된 내용을 비교적 독자들이 알기 쉽고 이해하기 쉽게 서술한 책으로 좀처럼 좋은 평가를 안하는 제가 만나는 사람마다 책에 대해서 홍보하고 나서기까지 했습니다. 이 책의 저자 이덕일씨는 한때 역사학자가 되고 싶었던 저에게는 상당히 매력있는 내용을 책으로 내놓았습니다.

그런데 책을 다 읽은 저로서는 조금 혼동스러웠습니다. 저자가 <조선일보>에 칼럼을 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독자들에게 탁월한 역사의식을 제시하는 그가 하필이면 <조선일보>에다가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니…. 이러한 사실이 저에게는 적지 않은 실망을 안겨주었습니다. 예전에 <오마이뉴스> 기사 중에 이덕일에 대한 인터뷰 기사를 검색해서 읽어보았습니다.

"식민사관 퇴출에 내 인생 걸었다." 이러한 내용의 기사였습니다. 구구절절 옳은 말이었습니다. 그러면서 계속적으로 저의 머리속을 맴도는 한가지 의문사항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역사의식을 가지고 있으면서 왜 하필이면 <조선일보>에다가 칼럼을 올리는 걸까?' 칼럼을 어디에다 내건 일개 독자가 무슨 상관이냐 하고 비판을 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저 나름대로는 서술한 책을 통해서 제가 느꼈던 저자의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이 현재 칼럼을 연재하고 있는 일간지의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과는 어딘지 모르게 맞지 않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솔직한 심정으로 <조선일보>의 기사를 거의 신뢰하지 않는 필자로서는 <조선왕 독살사건>, 그리고 뒤이어 보기 시작한 <송시열과 그들의 나라>를 읽으면서 "적이지만 훌륭했다" 라는 감탄사를 연발했습니다. 그리고 <조선일보>가 저자의 역사관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지, 아니면 이덕일이라는 역사학자가 자신의 역사관과 <조선일보>와의 관계에 대해서 그다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건지 혼동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조선일보>가 국내 최대의 판매부수(?)를 자랑하는 일간지이기에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올바른 역사의식을 심어주기 위해서였다고 하더라도 제가 가지고 있는 생각으로는 조금 납득이 가지 않았습니다.

물론 다른 사람들이 '내가 판단한 역사학자의 역사관하고 지금 칼럼을 내고 있는 일간지의 역사이해하고 달라도 상관이 없다'라고 말한다면 할 말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역사학자의 역사관과 실제 생활에 대해서 한번쯤 생각해 보아야 할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역사의식은 머리에만 담겨져 있는 것이 아니라 가슴에 담겨져야 하며, 그리고 실제 생활 속에서 드러나야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고등학교 때 접한 단재 신채호라는 사람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역사의식 때문에 머리를 굽히고 세수를 하지 않았다는 일화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일본 제국주의에 머리를 숙이는 것은 치욕적이라는 생각이었을 것입니다. 역사의식을 세상과 타협하는 도구로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조선왕 독살사건> <송시열과 그들의 나라>를 읽으면서 정말 질투심이 날 정도였습니다. 나의 얄팍한 역사적 지식이 드러나는 것 같고, '역사란 이런 것이다'라고 가르쳐주고 있는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정말로 안타깝고 아쉬웠던 것은 책의 내용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탁월한 역사적 감각을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있는 저자의 <조선일보> 칼럼 게재 사실이 더욱 아쉽게 다가왔습니다.

덧붙이는 글 | "식민사관 퇴출에 내 인생 걸었다" 라는 기사를 보면 저자의 역사적 의식에만 국한해 있는 것 같습니다... 저자의 삶과 저술활동에 대해서는 알 수 없는 것 같았습니다...


조선 왕 독살사건 1 - 문종에서 소현세자까지

이덕일 지음, 다산초당(다산북스)(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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