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같은 우려에 대해 양측의 평가도 엇갈린다. 특히 공격수였던 김근태 전 장관 쪽은 "당이 이 지경이 되었는데 누군가 책임지는 사람이 있어야 되는 것 아니냐"며 "이대로 가면 다 죽는다는 절박감을 드러내는 과정이었다"고 항변한다.
핵심 참모인 이인영 의원은 "진단·평가·반성 속에서 혁신이나 비전도 나오는 것 아니냐"며 "하루 이틀도 아니고 2년 동안 40% 대였던 지지율을 절반으로 깎아먹은 것에 대한 책임을 물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 전 장관을 향한 인신공격이 아닌 위기의 리더십을 추상적으로 의인화한 표현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중반을 넘어서면서 김 전 장관 쪽은 네거티브 전략에서 벗어나 지방선거와 양극화 해소 등에 관한 대안을 내놓는 포지티브 전략으로 선회할 예정이다. 김 전 장관은 민주노동당, 한국노총, 중소기업중앙회 등을 잇따라 방문하며 '사회 대타협' 대장정에 들어섰다.
1차전은 성공적이라는 것이 김 전 장관 쪽 판단이다. 참모진들은 '김근태스러운' 이미지 변신에 주력했다.
어렵고 긴 말투부터 단순 명료하게 바꿨고, 현안에 대한 온건·수동적인 자세도 바꿔 적극적으로 입장을 전달하며 강한 이미지를 남겼다. 단적인 예가 손가락 경례와 빨간 넥타이, 여기에 양팔을 들어올려 '사랑합니다'를 연신 외치며 부드러운 인상도 남겼다.
특히 최근 한길리서치 여론조사('차기 정치인 보조 지지도')에서 김 전 장관(6.4%)이 정 전 장관(6.3%)을 앞섰다는 결과에 고무되어 있다. 또한 '김근태 캠프' 자체 여론조사(열린우리당 대의원 700명 대상)에서도 정 전 장관을 2.8% 차로 바짝 추격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늦은 출발' 정동영] "김근태 총구 피해 한나라당을 과녁으로"
정동영 전 장관 쪽은 이같은 결과에 대해 "자체 여론조사"라며 "무의미하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김 전 장관에 비해 늦게 레이스를 시작했고, 정 전 장관이 움직이기 전에 조사된 것이라며 괘념치 않는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당청 갈등, 가짜당원 등 '현안'에 대해서는 어정쩡한 입장을 보인 것 아니냐는 것이 참모진의 평가다.
김 전 장관의 공격에 '공동 책임론'을 내세워 "내 탓이요"라고 맞서지 않다가, 최근 다시 '분열주의'라고 맞받아치기 시작한 것은 이같은 문제의식에 따른 것이다. 한 관계자는 "저쪽의 '실용주의 당권파'라는 공격 논리를 정확히 받아치고 가는 것이 낫다는 건의가 많았다"고 전했다. 그래서 나온 것이 '실천하는 개혁파'다.
또한 전당대회 '이후'도 고민해야 하는 정 전 장관으로서는 총구를 밖으로 겨누는 방식으로 서로의 상처를 최소화하겠다는 판단이다. 정 전 장관이 17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를 향해 "마키아벨리스트적 정치" "의회주의자가 아니라 장외주의자" "유신 독재 망령에 갇혔다"라고 포문을 연 것은 이런 맥락이다.
'정동영 캠프' 대변인을 맡고 있는 최규식 의원은 "누가 당의장이 되더라도 (5월 지방선거 등) 부담감을 안게 된다"며 "전당대회를 흥행으로 이끌고 국민에게 어떤 변화된 모습을 보여줄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캠프의 관계자는 "'정동영 당의장'에 큰 변수는 없다고 본다"며 "다만 저쪽과 격차가 많이 벌어져도 문제, 너무 적게 벌어져도 문제"라고 말했다.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선 어느 정도 격차도 있어야 하지만 너무 차이가 크면 열린우리당의 자산이 죽는다는 짐짓 여유있는 자세다.
['줄세우기 싫다' 무계파]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초선들
반면 '싸늘한 무계파 민심'도 전당대회 열기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 하루 평균 5~6통씩 받는 지지요청 전화, 오찬·만찬 초청 등에 초선 의원들이 특히 난색을 표하고 있다.
우윤근 의원은 "내가 모 후보의 비서실장으로 내정됐다느니 하는 말들이 나오는데 아니다"라며 고개를 내저었다. 러시아통인 우 의원은 이쪽 저쪽에서 오는 연락을 피해 최근 10일간의 예정으로 러시아 외유길에 올랐다. 러시아대학을 방문하는 일정이다. 우 의원은 '속편하게' 유일한 여성 후보인 조배숙 의원 출마 기자회견장에는 모습을 드러냈다.
이계안 의원은 두 주자 캠프에는 이름을 올려놓고 있지 않지만 '2그룹'인 김혁규·임종석·조배숙 의원 지지에는 겹치기 출연을 했다. 임 의원은 '뜻'이 맞는다는 이유로, 김 의원은 같은 'CEO 출신'이라는 점에서, 조 의원은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옆자리 '짝꿍'이라는 이유에서다.
허위로 이름이 올라가기도 다반사다. 경기도의 한 초선 의원은 "어느 날 언론보도를 보니 내가 김근태 후보 지지자 명단에 올라있더라"며 "그렇다고 이름을 빼달라고 할 수도 없고…"라고 난처해 했다.
이들은 '힘'있는 당권 주자들의 러브콜이 반갑지 않다. 줄을 잘못 섰다가 닥칠 후유증도 걱정이지만 이번 전당대회가 '줄세우기 선거'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에서다.
이와 관련, 초선 모임을 주도하고 있는 조경태 의원은 '무계파'의 외연확대를 꾀하고 있다. 강창일·노웅래·정성호 의원 등을 중심으로 삼삼오오 의원들을 접촉하고 있다. 19일 중에 한 번 더 예비모임을 갖고 모임의 방향을 결정한 뒤 조만간 공식 기자회견도 열 예정이다.
조 의원은 "정권 재창출을 위해 당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야 하는데 전당대회 조기과열로 인해 진흙탕 싸움이 되고 있다"며 "당내 건전한 비판세력이 되자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이번 전당대회가 차기 대권주자들의 세 대결로 되는 것을 우려하며 양 계파에 속한 의원들은 철저히 배제하겠다는 입장이다.
김덕규·문희상·임채정·유인태 의원 등 이른바 '광장파'로 불려지는 중도성향의 중진들도 조만간 모임을 갖고 전당대회가 과열 조짐을 보이는데 대한 쓴소리를 던질 생각이다.
| | "정동영,김근태계 대적할 '안김이' 만들다" | | | [인터뷰] '무계파 초선' 김재윤 의원의 요즈음... | | | |
| | | ▲ 김재윤 열린우리당 의원. | | 어느 계파에도 속하지 않은 초선인 김재윤 의원(제주 서귀포)은 17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오늘만 하더라도 여러 선거 캠프로부터 '도와줬으면 좋겠다'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으니 같이 다니면서 나를 호응해 줬으면 바란다'는 전화를 대여섯 통은 받은 것 같다"고 토로했다.
뿐만 아니라 40대 후보자들에게서도 '비전을 공유하자, 같이 했으면 좋겠다'라는 전화를 받는다. 김 의원은 "두 후보의 캠프에 있는 측근 의원에게서 거의 매일같이 전화를 받는다"며 "한 캠프로부터는 비서실장 자리까지 제안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NGO 국감 모니터단에서 선정한 '국감 베스트'에 꼽힌 김 의원은 정치 입문 전 방송진행 등의 경험이 있어 이같은 '러브콜'이 더 쇄도하기도 한다. 지역구에 내려가고, 방송 출연에 바쁘다는 이유로 잠시 피난처를 삼기도 한다.
김 의원은 "이번 전당대회가 '비전과 공약'은 묻혀버리고 유력 주자에 '줄'서는 식으로 흘러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대권을 향한 세력확장, 갈등의 장이 아닌 당 회생을 위한 대안을 제시해 당원들에게 심판을 받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김 의원은 자체 조직을 결성하기도 했다. 이른바 '안김이'. 안민석, 김재윤, 이상경 의원의 이름 첫자를 따서 만든 '3자 결사체'다.
김 의원은 "지금 당장 특정인을 선택해 선거캠프에 들어가는 것보다 후보자들이 내놓는 비전을 토론, 평가한 뒤 도출된 후보를 돕자고 의기투합했다"고 소개했다.
한발 나아가 김 의원은 "'안김이'가 후보들 간에 서로 안아주고 포용하는 속에서 국민들을 섬기는 정치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 유창재 기자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