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이 두자릿수로 오르는 사이 대학생들은 아르바이트를 두 세개씩 한다."(신찬미 공주교육대 총학생회장)
대학생들이 두 자릿수 등록금 인상률에 울분을 토하고 나섰다. 이들은 전국적 차원의 연대투쟁을 선포, 올 봄 대학가가 '등록금 춘투'로 출렁일 조짐이다.
올해 연세대는 등록금 인상률을 12%로 확정했고 전국 각 국공립·사립 대학들도 10% 안팎의 인상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전국 50여개 대학 총학생회와 학내 자치기구로 구성된 '전국대학생 교육대책위원회'(공동대표 김미숙 윤두진) 소속 100여명은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동행동에 나섰다.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2.7%를 감안했을 때 등록금 인상률이 너무 지나치게 높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전국 50여개 대학 총학·자치기구 모여 대책기구 구성
대책위는 먼저 노무현 대통령이 신년특별연설에서 "사회양극화 해소를 위해 많은 재원이 필요하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근거없는 등록금 인상 논리와 다를 바 없다"며 "왜 세금과 등록금만 높여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서민경제 안정을 노래했지만 또 교육비를 학생과 학부모에게 전가하며 가계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등록금 때문에 진학을 포기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성토했다.
정부가 2005년 가을학기부터 시행 중인 '부모마음 학자금 대출'(학자금대출신용보증기금 신설을 통한 정부보증 방식)도 도마에 올랐다.
이전의 이자차액 보전방식(은행으로부터 학자금을 대출받고 이자의 절반 정도를 정부에서 보전하는 제도)보다 대출 대상을 확대했지만 이자가 4%에서 7%로 올라 학생들의 불만을 샀다. 또한 청년실업이 만연한 현실에서 학자금 대출은 졸업 뒤에도 빚으로 남아 대학생 미래를 방해하고 있다는 것.
이들은 "국립대학 법인화, 대학·학과 통폐합 등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이 등록금 인상 경쟁을 부추기고 교육의 권리를 파괴한다"고 성토했다.
더불어 "잘못된 교육정책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고 토로한 이들은 등록금 마련을 못해 죽음을 택했던 안타까운 부모님의 사연, 등록금 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 현장에서 세상을 떠난 친구 소식의 이야기 등을 예로 들었다
"교육, 이제는 돈 없이 가질 수 없는 상품 됐다"
이들은 공동투쟁 선언문을 통해 "명분없이 쌓이는 사립대의 이월 적립금은 숨겨두고 등록금 인상만 강요해 어느덧 '연간 천만원' 시대를 맞이했다"며 "교육은 이제 돈 없이는 가질 수 없는 시장 상품이 됐다"고 규정했다.
이들은 노 대통령 대선 공약인 '교육재정 확보 6%'를 강조하며 교육의 공공성 확보를 위한 정책마련도 함께 촉구했다. 강정남 부산대 총학생회장은 "등록금 문제는 이제 대학 담장을 넘어 사회적인 문제가 됐다"며 "전국 대학이 힘을 모아 등록금 인상을 저지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남훈 전국교수노동조합 사무총장도 기자회견에 참석해 "등록금 인상 반대 투쟁을 3월로 끝내지 말고, 교수·직원과 연대해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는데 힘을 모으자"고 격려했다. 교수노조는 가난한 학생들의 등록금을 면제하는 등 정책 마련에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