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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메산에서 바위를 떼내어 방조제로 가고 있는 24톤 트럭
ⓒ 허정균
오는 3월 최종물막이 공사를 앞두고 있는 33km 새만금 방조제 축조 공사에 들어가는 막대한 양의 토석을 조달하기 위해 인근 야산이 곳곳에서 헐리고 있는 가운데, 삼국시대의 소산리 산성과 돌방무덤 등 백제의 문화유적이 원형을 훼손당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러한 문화유산은 주로 전북 부안군 주산면 배메산을 중심으로 분포되어 있는데 한 때 중단됐던 석산개발 허가가 다시 나면서 마구잡이로 파헤쳐져 방조제 축조용 피복석 등으로 들어가고 있다.

▲ 새만금방조제 단면도(새만금사업단 자료)
ⓒ 새만금사업단
새만금 방조제는 해발 8~11m 높이로 설계 시공되고 있으며 방조제 밑바닥 평균 너비는 290m, 최고 높이는 36m이다. 방조제 둑마루의 폭은 최소 4m이며 방조제 4m 안쪽으로 4차선 도로가 뻗어나간다.

이러한 거대한 구조물이 바다를 가로질러 33km를 뻗어나가는데 방조제 전체의 체적은 7300만㎥이다. 이는 경부고속도로 4차선의 폭을 7m 높이로 쌓을 분량이며 15톤 트럭으로 이를 나르자면 486만 대분이다. 방조제는 육지나 섬에서 가져온 토석이 3100만㎥이고, 나머지는 갯벌에서 퍼올린 진펄로 메운다.

▲ 국립공원 안에 있는 해창산을 헐어내는 현대건설(2002년)
ⓒ 부안새만금생명평화모임 제공
간척사업 초기에 해창산, 신시산, 비응산 등 3곳에서 토취 허가가 나 토석채취가 시작되었다. 이 가운데 국립공원 안에 있는 해창산은 환경단체 등의 항의로 토석채취가 중단되었으나 2002년 4월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이 농업기반공사의 요구를 받아들여 토석채취 재개 허가를 내주어 지금은 형체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 정읍시 영원면 은선리 고분군이 있는 천태산(2005년 4월). 현재 채석 허가 중단 상태이다.
ⓒ 허정균
변산반도 안에서 피복석으로 들어갈 큰 바윗돌의 채취에 어려움이 발생하자 채취장은 정읍시 영원면 은선리에 있는 천태산까지 파고들었다. 고부와 인접한 영원면은 마한 54국 중 고비리국이 있었던 곳이며 백제의 중방고사부리성의 유적지가 은선리 일대에 있다. 천태산은 근초고왕이 마한을 정복한 뒤 왜 장수와 회맹(會盟)한 곳으로 추정되는 유서 깊은 산이며 인근에 전라북도 기념물 57호인 은선리 고분군이 있다.

▲ 배를 메는 산. 옛날에는 바로 밑에까지 조수가 드나들었으며 소산리 산성과 백제 고분군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이 산의 동서 양쪽에 채석허가가 나 헐리고 있는 중이다.
ⓒ 허정균
마지막 물막이 공사를 앞두고 중단되었던 방조제 부근 토석채취장들의 채취 허가가 작년부터 다시 나기 시작했다. 부안군 주산면에 있는 배메산도 그 가운데 하나이다. 배메산(해발 231m)을 동서 양쪽에서 동시에 헐어내고 있는 채취장 인근에는 백제시대의 고분 수십 기가 널려 있으며, 산 정상에서 동남쪽으로 뻗은 140m 고지 정상에는 테머리식으로 감은 백제시대 성책토성지인 소산리 산성이 있다.

<전라북도 문화재지>에 따르면 원래 이곳은 민무늬토기계 고지위곽유적이었던 것을 삼국시대에 이르러 성책을 만들었으며, 노출된 유물로는 삼각형석도편 4점, 마제화살촉선 3점, 마제석부편 1점, 첨두석기, 부형석기, 고석(敲石) 각 1점, 편평인석기 1점 등이다.

▲ 배메산 서쪽 사면의 채석장
ⓒ 허정균
토기편으로는 적갈색사질민무늬토기, 홍도, 흑도 등의 조각들이 수집되었다. 유적출토품 중에서 다수의 삼각평석도편과 함께 채집된 볍씨자국이 있는 민무늬토기편이 있는데 이는 명홍색사질토기의 밑바닥에 벼잎자국과 함께 볍씨자국이 찍혀있다. 이는 당시 한반도에서 가장 오래 된 벼농사를 표명하는 고고학적 자료로서 1975년에 학계에 보고되어 주목을 끌었다.

▲ 배메산 돌방무덤. 배메산에는 6세기경의 것으로 추정되는 이러한 돌방무덤이 확인된 것만 10여기가 넘는다.
ⓒ 허정균
한편 배메산 동사면 채석장에서 100여미터도 안되는 곳에는 10여기 이상의 돌방무덤이 덮개석과 함께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2001년 이 지역을 조사한 전북대학교 윤덕향 교수(고고인류학)는 "주산과 사산에 자리하고 있는 토성은 삼한단계의 유적으로 판단되며, 그 주변지역에는 그와 관련된 유적 및 삼한을 전후한 시기의 유적이 존재하거나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며 "개발에 앞서 사전 지표조사가 이루어져야하고, 보다 근본적으로는 이 일대 토성 유적을 문화재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사를 맡고 있는 현대건설 관계자에 따르면 대석 36만㎥를 외부에서 들여오고 있으며 그 중에 13~14만㎥를 이미 확보했고 앞으로 22만㎥ 가량의 물량이 필요하다. 새만금사업이 강행될 경우 더 헐려야 하는 산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내부 개발을 위해 138km의 방수제를 쌓아 담수호를 만들려면 앞으로 얼마나 많은 토석이 들어가야 할지 산출하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 새만금갯벌은 이 곳 열린 구간 2.7km를 통해 간신히 숨통을 트고 있다.
ⓒ 부안새만금생명평화모임 제공

덧붙이는 글 | 허정균 기자는 부안새만금생명평화모임 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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