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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일상적으로 보리밭이라고 말하는 곳은 대부분 논입니다. 그럼 왜 보리가 있을 때는 보리밭이라 하고 벼가 있을 때는 논이라고 하는 것일까요? 논과 밭의 구분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요?
행정기관의 논, 밭 구분은 간단합니다. 토지대장에 지목(地目)이라는 것이 있는데 여기에 전(田), 답(畓), 대지(垈地)로 표기됩니다. 전은 밭이고 답은 논입니다. 대지는 집을 지을 수 있는 땅입니다.
분명 여기는 전이 아니라 답입니다. 즉 행정구역상 논인 것이죠. 하지만 그 누구도 보리논이라고 하지는 않습니다. 모두 보리밭이라고 하죠. 논을 가리키는 한자 답(畓)은 중국에도 없는 한자입니다. 답(畓)자의 풀어보면 물(水)이 있는 밭(田)이라는 뜻입니다. 즉 수전(水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보리는 벼처럼 물을 가두어서 키우는 것이 아닙니다. 즉 5~10월까지 벼를 키울 때는 물을 가두어 키우기 때문에 답(畓) 즉, 물이 있는 밭 논이 되는 것이고 보리가 자라는 나머지 시기에는 물이 없는 땅 밭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행정구역상은 논이지만 보리논이 아니라 보리밭이 되는 것입니다.
우리 농민들은 논과 밭의 구분을 이런 실질적인 땅의 사용방법으로 구분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논과 밭을 행정상의 편의로 구분하는 행정기관에서는 논과 밭의 차이를 세금을 거두거나 형질변경 등을 위한 구분으로 했기 때문에 논이면서 밭인 땅이 논이 되어 버린 것입니다.
어떤 분들은 논이 벼를 키우는 곳이라고 생각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벼는 밭에서도 키울 수 있습니다. 밭벼라는 것이 있거든요. 이 벼는 밭에서 키우는 벼입니다. 즉 벼를 키운다고 해서 논이 될 수는 없는 것이죠. 그 이유는 물(水)이 없기 때문입니다. 밭벼는 물이 없어도 됩니다.
그래서 보리가 자라는 땅은 논이 아니면서 논이고 밭이면서 밭이 아닌 양자 모두를 가진 다양성의 땅이라고 해야 하는 것입니다. 보리는 논에서 자라지만 보리밭이라고 하는 것이죠. 만약 이것을 행정상 구분으로 부르자면 보리논이 되어야 합니다. 토지대장의 지목에는 이 땅은 엄연히 논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즐겨 부르는 노래 중에 "보리밭 사잇길로"라는 가사가 있습니다. 행정구역을 따지면 이 노래는 보리논 사잇길이 되어야 합니다. 이 땅을 밭이라고 부르든 논이라고 부르든 큰 문제가 될 것은 없습니다. 사실 문제는 이 땅에서 농사짓던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고 이 땅을 떠나간다는 것이죠.
요즘 들판은 보리들로 인해 푸른 물결이 밀려오기 시작했습니다. 봄이 오는 것입니다. 여린 보리 싹 하나를 뽑아 입에 넣어보니 향긋한 봄 향기가 "훅~"하고 밀려듭니다.
올해는 이 땅의 어려운 농민들에게도 향긋한 희망의 봄이 찾아 왔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인터넷을 통해 농산물 직거래에 동참해 주세요.
농산물 직거래는 농민에게 경제적인 도움과 희망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