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태 의원은 보건복지부 장관 재직 시절, 노 대통령과 불거진 갈등에 대해 "경제분야 참모진에 의해 주도된 보고라인의 문제"라고 항변했다.
또한 과거 민주당 시절 '노무현 대통령 만들기' 과정에서 소극적이었다는 지적에 대해 김 의원은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가 거의 대통령이었다"며 "이를 저지하기 위해 노무현 중심의 후보 단일화에 기여를 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와 관련된 일문일답 전문이다.
- 부동산 분양 원가공개 문제를 놓고 노 대통령과 갈등이 있었는데.
"대부분 '계급장 떼자'는 말은 기억하면서 정작 그 내용이 분양 원가 공개 문제인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건 열린우리당 총선 공약이었다. 그런데 총선 직후 경제 부처 경제관료들이 건설 경기 연착륙, 경기활성화 주장을 하자 이에 노 대통령이 영향을 받았다. 하지만 총선 선거대책위원장의 한 사람으로 번복하면 구태 정치다, 그래서 반박을 했던 것이다.
8·31 부동산 대책이 법안으로 통과됐지만 특정 지역은 여전히 들썩이고 있다. 그래서 지난주 내가 헌법 119조 경제민주화 조항에 추가해 '부동산 공개념' 도입이 필요하다는 정책제안을 했다. 부동산 투기는 중산층과 서민의 근로 의욕을 죽여버린다. 부동산 투기를 매개로 해서 이뤄지는 재산의 불평등은 국민 분열을 초래한다."
- 계급장을 확실히 떼고 끝까지 가지 그랬나.
"혼자 주장하고 나머지는 침묵했다. 나를 포위해 공격하니까 독불장군으로 싸우는 것은 힘에 벅차고 불가능했다."
- 정동영 전 장관은 대통령과 별다른 잡음이 없었던 반면 김 의원은 여러 차례 구설수에 올랐다.
"복지부에 들어가니 경제부처와 복지부처간 견해 차이가 너무 예각적이었다. 그런데 대통령 주변에는 경제부처 출신, 참모들이 많다. 보고 라인들이 주로 그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대통령은 바빠서 전체를 일일이 확인할 수 없다. 그래서 누구에게 보고 받느냐가 중요하다."
"주변의 포위 공격...눈물을 머금고 후퇴했다"
- 연기금의 주식투자 문제로도 대통령과 갈등이 있지 않았나.
"국민연금 활용 문제는 기금운영위원회(위원장 복지부장관)가 결정할 사안인데 재경부 장관이 민자유치사업(비티엘)에 국민연금 기금으로 사용하겠다고 했다. 내가 하지 말라고 했는데 또 얼마 뒤에 기금을 이용해 적대적 M&A를 막겠다고 나왔다. 그럴 권한이 재경부에는 없다. 국민들의 국민연금 불신의 근원이 바로 여기에 있는 것 아닌가. 그래서 이걸 홈페이지에 올렸는데 대통령과 장관이 싸운다는 식으로 왜곡되었다. 그래서 눈물을 머금고 후퇴했다. 이런 왜곡 현상이 한둘이 아니다."
- 복지부장관으로 있으면서 양극화 해소를 추진하는 데 크게 부닥친 벽은.
"비밀의 문을 열어야 되겠네(웃음). 행정부 내에서 경제부처의 힘과 발언권이 크다. 돈을 버는 곳과 쓰는 곳의 차이다. 그래서 복지부 직원들은 '압박과 설움에서 살아온 30년'이라고 말한다. 경제부처 관료들이 논리적이기 때문에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정책결정은 논리와 이성으로만 안 된다. 마음이 있어야 한다. 가끔 경제부처 책임자들에게 따뜻한 마음이 있는지 의구심이 들 때가 있다. 시장경제도 발전해야 하지만 시장이 실패하는 영역이 있다. 그런 점에서 경제부처 책임자들과 생각의 차이도 있고 마음의 따뜻함 정도가 달랐다. 그리고 대통령의 보고 라인에 있어 보건복지부 장관쪽에 기회가 적게 왔다."
- 보고라인의 문제도 대통령의 철학과 원칙으로 돌파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렇지 않다. (양극화 해소에 대한) 철학과 원칙은 지금도 대통령이 확실히 가지고 있다. 그런데 정책결정자에게는 선후완급의 문제가 있다. 그건 주변의 참모들에 의해 바뀐다. 그런데 참모진 중에는 경제부처 출신들이 많다."
- 당정청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고 보나.
"인사 문제는 대통령의 권한과 책임에 해당하기 때문에 필요한 범위 내에서 조율되고 소리 없이 추진되어야 한다. 깃발처럼 휘날리면 권력 다툼으로 비쳐지고 여권의 실패로 규정될 수 있다."
- 당정청 엇박자 문제가 계속 제기되어 왔다.
"최근 구성된 당정청 TF팀에서 해야 하지만 지금 이대로는 안된다. 의사소통의 차이는 인식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그래서 조율과 타협이 필요하다. 국민들이 볼 때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을 하나로 본다. 그것이 정당정치의 핵심이다. 노 대통령이 과거에 탈당을 검토했다고 말했을 때 내가 철회해달라 건의한 것은 책임정치는 대의민주주의의 약속이기 때문이다. 대통령과 여당이 통합해서 국민에게 제시해야 한다. 그것을 이루는 통로와 제도는 매우 중요하다. 또 지난 번(개각 파동)처럼 당과 대통령과 의견차이가 나타나면 국민은 우리를 버릴 것 같다."
"언제나 노무현과 함께 하지는 않았지만"
- 정동영 전 장관측에선 '노무현과 정치개혁을 함께 해왔다'며 '그 때 김근태는 어디 있었냐'고 주장한다. '노무현 대통령 만들기' 과정에서 소극적이었다는 비판이다.
"과거의 얘기여서 일일이 반박하기가 마땅치 않은데…. 당시 이회창 후보가 거의 대통령이 되는 분위기였다. 그런 한나라당의 후보를 상대로 노무현 후보가 이길 것인가 문제였다. 당시 노무현 후보를 낙마시키고 탈당하는 분위기로 몰아갔지만 나는 탈당의 반대 입장에 섰다. 노무현과 언제나 함께 하지는 않았지만 노무현 중심의 후보단일화를 이뤄내자고 주장했다.
결국 노 후보가 결단했다. 이것이 이회창 전 총재가 저지하는 역사적 분수령이었다. 여기에 김근태가 기여했다고 본다. 또 노 후보가 정몽준 후보가 제안한 단일화 방안을 받아들였는데 또 바꾸고자 했다. '도대체 말이 되냐'고 내가 강하게 비판했다. 그게 한 계기가 되었다고 본다.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거의 대통령이 되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걸 저지하려는 것이었다."
| | "자세 낮아졌으면 좋겠다" | | | [후임자 유시민에게] 복지부 장관은 갈등, 조정역 중요 | | | | 후임자인 유시민 의원에게 김 의원은 "보건복지부는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부처"라며 "토론과 타협이 중요한 만큼 자세가 낮아졌으면 좋겠다"고 충고했다.
다음은 이와 관련된 일문일답이다.
- 장기적인 정책 일관성이 필요한 만큼 보건복지부에 '정치인 장관'은 부적절하지 않나.
"복지부는 이해관계가 대립하고 충돌하는 부처다. 국민들을 들었다 놓기도 한다. 의약분업이 그렇고 최근 김치 기생충알 파동이 그렇다. 정책결정 과정을 도와주고 이해관계 어떻게 타협을 할 것인가, 이것이 정치의 본령이다.
따라서 정치인 장관이 맞다. 전문가는 그걸 도와주는 역할이다. 유시민 의원이 정치인으로서 여러 가지 활동해왔는데 그게 자산이 되길 바란다. 입각 과정 파동은 본인이 성숙하는 계기가 되어서 유능한 장관으로 평가받기를 기대한다."
- '유시민 입각'에 반대했던 여당 의원들은 한나라당과 보수언론의 정조준으로, 참여정부의 양극화 해소 정책이 국민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였다.
"내가 1년 6개월을 있었는데 장수 장관에 속한다. 평균 1년 미만이다. 이 과정에서 내가 제일 강조했던 것은 이해관계가 차이나는 사람들끼리 만나서 싸우고, 싸우면서 만나자는 것이었다.
서로 철학, 노선, 정책이 다르더라도 일부 언론과 한나라당이 이견을 제시하면 겸손하게 경청하고 그럴 수 있도록 자세가 낮아졌으면 좋겠다. 아마 그럴 것이라 본다."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