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에서 첫 서울시장 출마자가 나왔다.
한나라당의 후보들이 일찌감치 당내 경선에 대비하고 있는 것과 달리 집권여당은 출마자가 나서지 않아 거북이 행보를 해왔다. 그러던 중 '강금실 영입론'이 당 안팎에서 일면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스타트는 이계안 의원이 끊었다.
이 의원은 22일 영등포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공공기관 지방 이전과 용산 미군기지 이전 등으로 공동화 위기에 직면해있다"며 강북·강남 격차 해소 등을 내세워 "서울을 사회 통합의 중심도시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또한 "전문적인 경영능력을 바탕으로 세계의 경제 중심지 뉴욕을 벤치마킹해 서울을 세계와 경쟁할 수 있는 으뜸 도시로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이 의원은 출사표를 던지면서 '서울시장 재선'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밝혀 눈길을 끌었다. 용산미군기지 이전이 2008년, 공공기관 이전이 2012년 완료된다는 점을 들어 서울시정의 혁신에 일관성과 지속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라며 2010년에 다시 한번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17대 국회 첫 정계에 입문한 이 의원의 '초선' 정치 이력은 경영인 이력이 뒷받침하고 있다. 그는 이명박 서울시장에 이어 현대가 낳은 또 다른 샐러리맨 신화의 주인공으로 꼽힌다. 1976년 현대중공업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이 의원은 현대석유화학 이사(1993년)를 거쳐 46세의 나이로 현대자동차 CEO(1998년)가 되었다. 3년 뒤엔 현대캐피탈·현대카드 회장으로 최고의 정점에 올랐다.
"이명박 시장 뒤를 잇겠으나… 난 달라!"
'현대맨'으로 출발할 당시 이명박 현 시장과는 신입사원과 사장의 관계였다. 이 의원은 이 시장에 대해 "CEO형 시장이 필요하다는 길을 연 분"이라며 "내가 그 뒤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대라는 배지를 같지만 건설업과 제조업(자동차)의 종사분야가 달랐다"며 이 시장과의 리더십을 차별화했다.
"건설업은 고객수가 적지만 제조업은 굉장히 많다. 건설업은 오너가 관리를 다하지만 제조업은 영업이 중요하다. 따라서 나는 고객에게 봉사하고 서비스하는 훈련이 되어 있다. 또 이 시장은 권위주의 정부 시절 사장을 했지만 나는 민주화 이후에 전문경영인이 되었다. 시대가 어려울 때 된 분과 생각하는 방법과 사안의 준거가 다르다."
노동운동가 출신의 이목희 의원이 선대본부장을 맡은 점도 이채롭다. 이 의원은 "노사관계를 잘 풀어온 CEO"라며 "이계안 의원이 현대차 사장 시절 장기 파업은 없었다"고 갈등조정의 리더십이라고 평가했다.
이계안 의원은 전당대회 당의장 경선 후보들 중 "나와 정치적 입장이 같다"며 임종석 의원을 공식 지지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이명박 시장에 이은 '또 현대냐?'라는 지적에 대해 "'역시 현대차야'라는 말이 나올 수 있도록 하겠다"며 괘념치 않았다.
한편 강금실 전 장관을 서울시장 후보로 '전략공천'하자는 움직임이 이는 것과 관련 이 의원은 "외연확대는 바람직하다"면서도 "경선을 통해 경쟁해야 한다"고 말해 경선 원칙을 강조했다.
열린우리당의 서울시장 후보군 중에는 경기도지사 출마설에도 오르고 있는 진대제 정통부 장관을 비롯해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 김쌍수 LG전자 부회장, 문국현 유한킴벌리 대표이사 등이 거론되고 있다. 당내에선 초선인 민병두 의원이 도전 의사를 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