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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산 휴양림'에 다녀온 뒤 '방콕'만 한 것이 미안해서 첫째를 데리고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으로 바다구경 갔다. 내가 사는 곳에서 부산역까지는 기차로 1시간 30분이 걸린다.
원래는 해운대 해수욕장에 가기로 했으나 거리가 너무 멀어 고민 중이었다. 그러던 차 부산지하철 안내도를 보니 해운대보다 상대적으로 광안리 해수욕장이 가까워 즉흥적으로 광안리를 택했다.
광안리 해수욕장은 평일(금요일)이라서 그런지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지난해 해운대에서 보았던 갈매기도 어쩐지 보이지 않았다. 나는 바다에 도착하면 맨 먼저 갈매기에게 줄 모이를 사서 아이와 공중에 흩뿌리며 그것을 낚아채는 갈매기와 시시덕거리며 놀 생각을 했었는데 아쉬웠다.
대신 사람들이 별로 없어서 호젓했고 파도소리만이 '쏴아 쏴아' 그 존재를 과시했다. 몇몇 수녀님들은 서로 얘기를 주고받으며 모랫길을 왔다 갔다 했다.
아이와 나는 저 끝에서 반대편 끝으로 걷다가 때로는 달리며 부서지는 포말을 감상하였다. 강물처럼 잔잔히 가만히 있을 팔자가 못 되고 쉬지 않고 철썩여야 하는 파도의 운명이 거칠게 보이면서도 그 야성이 묘한 매력으로 다가왔다.
나는 그동안 바다를 접할 때마다 바닷물이 왜 짠 걸까 궁금했지만 그 답을 알지 못했다. 나 같은 성인들에게 물으면 죄다 어깨를 으쓱하며 '몰라'를 연발하였다. 그러한 답은 초등학생들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초등학생과의 '접선'이 어려워 수년째 궁금증으로 남았는데 며칠 전 TV 만화를 보다가 알게 되었다.
먼 옛날 육지가 모두 물에 잠겨 있었을 때 바위 속 염분이 물에 녹아났는데, 바닷물이 줄면서 농도가 점점 짙어져 오늘날과 같은 짠맛이 되었다고 하였던가.
만화영화에서 얻은 지식이라 정말 바닷물이 짠 이유가 그런지는 확실히 모르겠다. 그러나 아이에게 두 형제가 싸우다 소금 맷돌을 바다에 빠트렸다는 옛날 얘기보다는 그럴 듯해서 바다에 온 김에 당장 그 얘기를 써먹었다.(진짜 바닷물이 짠 이유를 알고 싶다.)
나는 시골 출신이라서 바닷물이 무섭다. 그리고 행여 신발이라도 젖을 새라 파도로부터 뚝 떨어져서 걷는데 아이는 위태위태해 하면서도 계속 파도와 장난을 쳤다. 그러다 센 파도가 밀려와 신발이 통째로 젖어버렸다.
이왕 젖은 것, 좀더 대범해진 아이는 보다 더 과감하게 파도와 맞서다가 급기야 무릎까지 젖고 말았다. 아이가 파도의 흐름을 여유 있게 상대하다가도 열에 한 번 방심하면 어느새 물이 발목을 적시고 말았다.
발이 젖지 않았으면 좀더 머물렀을 텐데 파도에 몇 번 당하고 나니 피곤한지 가자는 내 말을 아이는 선뜻 따라주었다. 1시간 반쯤 놀다가 오기엔 너무 아쉬운 바다였지만 다음을 기약하고 발길을 돌렸다.
"배고프니?"
"응."
아닌 게 아니라 나도 배가 고팠다. 그러나 시간이 빡빡하여 간단하게 삼각 김밥과 우유를 사가지고 기차에 올랐다. 우유와 삼각 김밥 두 개를 먹고 나더니 녀석은 이내 잠이 들었다. 덕분에 나는 이런 저런 질문에 시달리지 않고 마음껏 창밖 겨울 풍경을 감상할 수가 있었다. 짧았지만 숨통이 트이는 그런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