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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오후 평소 알고 지내는 분에게서 연락이 와 전라남도 담양의 한 시골 마을에 다녀왔습니다. 마을 회관 공터에서 그 분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무슨 일이 있는지 한참을 기다려도 오지 않습니다.
그런데 보통의 시골 마을과는 달리 마을 공터에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했습니다. 요즘 시골에서 아이들 목소리 듣기가 쉽지 않은데 이 마을에 다행이 젊은 사람들이 많이 사는 모양입니다.
웃음소리의 진원지를 살펴보니 아이들이 소꿉장난을 하고 있습니다. 여자아이 하나가 부러진 플라스틱 숟가락으로 열심히 황토를 반죽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남자 아이들을 흙을 퍼나릅니다.
"얘! 그게 뭐야?"
여자아이는 부끄러운 듯 얼굴을 숙이며 "고추장이요" 합니다. 말을 듣고 보니 붉은 황토에 물을 넣어서 비벼놓으니 정말 고추장 같습니다.
"야! 이것 정말 고추장 같은데…."
요즘은 밖에서 소꿉장난 하는 아이들 보기도 어렵지만 한겨울에 밖에서 흙을 만지며 노는 아이들 보는 것은 더욱 어렵습니다. 제가 자랄 때만 해도 햇빛 좋은 양지에 앉아서 동네 누나와 동생들과 앉아 깨진 사기그릇을 주었다가 소꿉장난을 많이 했습니다.
소꿉장난을 하다 보면 엄마도 되어보고 아빠도 되어보고 역할을 바꿔 가면서 연극을 하게 됩니다. 엄마는 흙과 풀을 뜯어다가 반찬을 만들고 가끔은 아기가 되어 보기도 합니다. 그러고 보면 소꿉장난은 역할을 바꾸면서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보는 일종의 역할체험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콧물을 흘리며 소꿉장난을 하는 아이들, 손에 흙이 묻어 있는 아이의 모습을 보니 제가 어렸을 때 모습과 동일합니다.
요즘 아이들은 흙은 더럽고 멀리 해야 하는 것으로 배우는 것 같습니다. 손에 흙이 묻으면 얼른 손을 씻어야 한다고 가르치기도 합니다.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만 가득한 도시에서 흙을 만진다는 것도 힘든 일입니다. 도시에서 건강한 흙을 찾기도 어려울 것입니다. 제가 어릴 때만 해도 상처가 나면 흙을 바르기도 했습니다. 사실은 흙이야 말로 사람의 생명을 이어지는 가장 고마운 존재인데 말입니다.
사진기를 목에 걸고 있으니 아이들이 사진을 찍어 달라고 합니다. 그래서 갑자기 소꿉장난을 하던 마을 공터는 사진관이 되었습니다.
"저도 찍어주세요!" "찰칵"
"저도요!" 찰칵"
아이들은 환하게 웃으면서 귀여운 포즈를 취합니다.
자 "찰칵… 찰칵… 찰칵" 카메라 셔터가 내려가는 소리에 따라 아이들의 웃음이 카메라에 속에 저장됩니다. 환하게 웃는 건강한 아이들을 모습을 보니 세상이 모두 행복해 보입니다.
아이들과 사진놀이를 하며 놀고 있는데 약속했던 분이 나타납니다.
"아저씨 또 올 거죠."
"그래 또 오마… 잘 있어…."
아이들에게 작별인사를 합니다. 아이들은 아쉬운지 떠나는 저에게 연신 손을 흔들어 댑니다.
저 아이들이 지금처럼 항상 행복하기를 기원해봅니다.
덧붙이는 글 | 농산물 직거래 운동에 동참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