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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섭 원장.
최정섭 원장.
세계무역기구(WTO)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이 올해 안에 타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왔다.

지난 2004년까지 정부쪽 협상대표로 DDA 협상에 참여했던 최정섭 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은 24일 "DDA 협상은 올 7월말까지 세부 원칙이 마련되고 올해 안에 이행계획서 검증이 끝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2006 농업전망대회'에 앞서 가진 <오마이뉴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관세를 줄이는 것은 EU 입장쪽에 가깝게, 국내보조는 미국 입장쪽에 가깝게 만들어질 것"이라며 "고추와 마늘 등 국내 농업에 민감한 품목의 수는 전체의 3% 안팎에서 비율이 정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 원장은 "이렇게 될 경우 현재 '100% 이상' 관세가 메겨지는 (외국산) 농산물에는 적어도 '40% 이상'으로 관세를 크게 낮춰야 한다"면서 "민감 품목으로 지정되지 않은 것들은 관세 인하폭이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민감 품목으로 지정된 고추·마늘·감귤 등은 관세 감축률이 20~30% 정도에 그칠 전망"이라며 "하지만 수입 물량은 최근 수입량 수준으로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001년 11월 출범한 DDA협상은 WTO 회원국을 상대로 농업을 비롯해 비농산물, 서비스 분야 등에 대한 시장개방 확대 방안을 논의하는 것이다.

작년 12월 한국 농민들의 반세계화 시위로 전세계 이목을 받았던 홍콩 각료회의에서는 우선 올 4월 말까지 관세·보조금 감축 방식 등에 대한 세부원칙을 마련하기로 했었다. 이어 7월 말까지 회원국은 세부원칙에 따라 이행계획서를 제출한다는 일정에 합의해 놓은 상태다.

"DDA협상 타결되면 농산물 관세 대폭 감축 불가피"

최 원장은 또 "현재 우리나라는 미국, EU, 일본, 중국 등 거대 경제권과 자유무역협정을 추진 중이어서 농업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클 것"이라며 "채소류는 중국-아세안-멕시코에, 과일류는 미국-중국-남미공동시장(Mercosur)에, 육류와 낙농제품은 미국-캐나다-남미공동시장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최 원장은 지난 2003·2004년 DDA협상 당시 농림부 농업통상정책관으로 정부협상 대표로 참여했고 작년 9월부터 농촌경제연구원의 원장을 맡고 있다.

한편 농촌경제연구원은 25일 서울 잠실롯데호텔에서 2006 농업전망대회를 연다. 올해로 9번째인 이번 농업전망대회는 '세계 속의 한국 농촌'이라는 주제로 농업협상, 농가경제, 농촌복지 등 주요 이슈와 각 농업 분야별 수급전망이 발표되고, 농업계 인사들의 참여한 가운데 토론도 이어질 예정이다.

연구원이 이날 대회에서 앞서 밝힌 농업 각 부분별 예측치를 보면 올해 가구당 농가소득은 작년보다 3.0% 증가한 2980만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농업쪽에 농가 숫자가 줄어들고, 직불금 등의 수입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국내산 한우 가격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다시 시작됨에 따라 지난해보다 14% 정도 값이 떨어진 330만원대에서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이어 쌀 한가마니(80kg) 가격은 14만7000원 가량 될 것으로 연구원은 예상했다.

이밖에 친환경농산물의 시장규모는 작년에 비교해 20% 증가한 9100억원에 이를 전망이고, 오는 2010년 1조9800억원, 2015년 4조3200억원 등으로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다음은 최정섭 원장과의 일문일답.

"올해 쌀 한 가마니는 14만7000원 가량... 친환경농산물 시장 커질 듯"

- '농업전망대회'는 어떤 행사인가.
"'농업전망대회'는 농업의 미래를 예측하고 전망하는 행사다. 미래를 알아야 내일에 대한 방책을 세울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올해가 아홉 번째다.

좀더 자세히 말씀드리면 우리 연구원은 지난 99년부터 '농업관측정보센터'를 운영하고 있는데 여기에서 대회를 주관하고 있다. 조금 생소하지만 농업관측은 농산물의 생산·수입·소비 그리고 가격이 어떻게 변할 것인가를 알려준다. 여기서 나오는 정보는 농업인에게는 작목 선정 등 농사 방향을 정하는 데 도움을 주고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수립과 농산업 종사자들의 경영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 올해 농업전망대회에서 주목할 부분이 있다면.
"올해 전망대회는 농정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원년이 되도록 기획됐다. 무엇보다 관심을 끄는 것은 각 분야의 구체적인 전망 내용이다. 내년도 농업전망이 그리 밝지는 않지만 현실을 바탕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것은 중요하다. 우리의 농정 패러다임을 바꿔 농업 문제를 풀어간다면 희망 요소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 그동안 어떤 성과가 있었나.
"지금까지 주로 장단기 국내외 농업 및 경제전망과 품목별 전망을 발표해 농업인들의 영농계획 수립에 도움을 줬다. 또 이러한 자료는 정부·지자체·농업 관련단체·유통가공업체의 사업 및 수급계획, 그리고 영농 지도에 기본 자료로 활용되기도 했다. 또 채소 9개 품목, 과일 6개 품목, 과채 6개 품목, 축산물 5개 축종, 밤과 표고버섯 등 임산물 관측 결과를 매년 또는 분기별로 발표하고 있다.

최근에는 농업관측 이용자들이 관련 자료를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관측정보시스템을 개발했고, 올 하반기부터는 쌀과 풋고추에 대해서도 관측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앞으로 지리정보 시스템(GIS)을 이용하여 상세 정보를 제공할 틀을 만들고 중장기적으로 인공위성을 이용한 관측사업도 계획 중이다."

- 올해 우리 농업에 가장 큰 영향을 줄 변수로는 DDA 협상이 꼽힌다. 올해 협상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나.
"DDA 협상은 올 7월말까지 세부 원칙이 마련되고 이행계획서 검증이 연내에 끝날 가능성이 있다. 관세감축은 EU 입장에 가깝게, 국내보조는 미국입장에 가깝게 만들어지고 민감 품목의 비율은 전체 품목수의 3% 안팎이 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현재 관세가 100% 이상인 농산물은 적어도 40% 이상으로 관세를 감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민감 품목이 아닌 것은 관세상한이 설정돼 관세가 더욱 큰 폭으로 감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고추·마늘·감귤 등은 민감 품목으로 지정되어 관세 감축률이 20~30%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지만 수입 쿼터는 최근 수입량 수준으로 늘어날 것이다."

"농업 구조조정 해야 경쟁력 생긴다"

- 현재 자유무역협정(FTA)도 아세안을 비롯 여러 나라와 급속하게 추진되고 있는데, 향후 협상 추이를 어떻게 내다보나.
"미국, EU, 일본, 중국 등 거대 경제권과 자유무역협정을 추진 중이어서 농업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

고추·마늘·양파 등 채소류는 중국·아세안·멕시코의 영향이 클 것이다. 또 과일은 미국·중국·남미공동시장(Mercosur), 육류와 낙농제품은 미국·캐나다·남미공동시장의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 지난 13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결정됐다. 국내 쇠고기 가격이 어떻게 형성될 것으로 보나.
"이번 협상에 따라 올해 쇠고기 수입량은 지난해 보다 41% 증가한 20~21만톤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올해 국내에서 사육되는 한육우 사육두수는 지난해 보다 12만두 증가한 194만두 정도가 될 것으로 보여 한우 수소 가격은 14% 정도 떨어진 330만원대로 형성될 것으로 추정된다."

- 지난해 쌀 수매제에서 공공비축제로 바뀌면서 2004년에 비해 가격이 13.6% 떨어졌다. 올해 쌀 가격 전망은.
"쌀값 하락을 막기 위해 정부가 공공비축량을 늘릴 것이다. 이에 따라 수입쌀 시판에도 불구하고, 단경기(농산물의 생산·공급량이 수요보다 훨씬 적어지는 시기) 가격은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생산조정제 중단에 따라 올해 쌀 재배 면적도 예년과 달리 0.5% 감소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 우리나라 농업이 생존을 위해서는 변신이 필수적인데, 올해 우리 농업이 어떻게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지난해 우리는 쌀협상 국회비준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해소되기 전에 세계무역기구 홍콩 각료회의를 반대하는 시위로 일부 농업인들이 홍콩에 억류되기도 하는 등 농업 부문에 굵직한 일이 많았다.

올해는 무엇보다 작년 쌀 수매제를 공공비축제로 전환하면서 겪은 시장 혼란을 줄이기 위한 대책을 강구해야 하고, 올 상반기 소비시장에 등장할 수입쌀의 유통대책도 차질 없이 마련해야 한다.

DDA 농업협상과 FTA를 통한 농산물 관세의 추가감축은 국내농업에 커다란 위협 요인이다. 또 저가 공세로 농산물 시장을 교란하고 식품안전성 측면에서도 문제가 되는 일부 중국산 농산물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대비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농업의 중장기 발전을 위한 구조조정과 그에 따른 영세농 및 중소농 대책을 추진해야 우리 농업의 경쟁력이 생긴다. 세계를 상대로 경쟁할 준비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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