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노조(위원장 홍명옥)가 공공의료 확충을 위한 대정부 투쟁을 전면화하겠다고 선언했다.
24일 임기 3년의 새 집행부를 공식 출범시킨 보건의료노조는 이날 서울 영등포동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의료산업화 저지 투쟁에 조직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혔다.
보건의료노조는 "의료 산업화 정책은 국민의 건강을 팔아 경제를 살리겠다는 의료 공공성 파괴 정책"이라고 지적하고 "5월 지방선거와 2007년 대선, 2008년 총선에서 의료 산업화 정책의 허구성을 낱낱이 폭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를 위해 민주노총, 전교조, 의료연대회의, 전국사회보험노조 등과 공동사업, 공동투쟁을 강화하겠다면서 4~5월 민주노총의 '무상의료·무상교육 실현을 위한 투쟁'에 적극 결합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보건의료노조는 또 ▲현장강화를 통한 산별다운 산별노조 건설 ▲무상의료 실현 ▲미조직 비정규 사업 강화 ▲산별교섭 정착을 핵심과제로 선정하고 2008년까지 산별운동을 완성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특히 보건의료산업 40만 미조직 비정규 노동자를 포괄하는 제2의 산별노조 건설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히기도 해 노동계의 지각변동을 예고했다.
한편 보건의료노조는 이날 오후 서울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에서 250여 명의 조합원이 참가한 가운데 3,4대 위원장 이·취임식을 진행했다. 새로 취임한 홍명옥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을 만나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했다.
- 의료산업화 정책을 왜 반대하나.
"의료는 돈벌이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빈부격차와 상관없이 의료는 모든 국민의 권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건강한 삶은 모든 국민들의 희망이자 국가의 존재 이유다. 이런 이유 때문에 대부분의 선진국에선 의료의 영리화를 아예 금지하거나 극히 제한된 영역에서만 허용하고 있다. 영리병원이 허용되면 의료가 지금보다 훨씬 더 이윤중심으로 갈 것이고 결국 의료 양극화 현상이 심해질 것이다.
의료산업화 정책은 한마디로 국민의 건강을 팔아서 경제를 살리겠다는 것이다. 극소수의 부자들과 기업을 위해 대다수 국민의 건강을 팔아먹겠다는 것인데 이게 정부가 할 일인가. 영리법인을 하면 도대체 누구에게 이득이 돌아간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 의사도 환자도 아니다. 몇몇 대형 의료기관과 의료보험사에 수혜가 돌아간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 정부는 의료산업화를 통해 일자리를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하는데.
"일자리를 늘리려면 오히려 의료 공공성을 강화하는 것이 대안이다. 예를 하나 들겠다. 우리나라는 병상당 인력이 0.9명인데 비해 공공의료가 발달된 영국은 무려 5.7명으로 우리보다 6배 인력이 많다. 의료서비스 산업화와 거리가 먼 영국 국영의료체계의 병상당 고용자 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다는 통계(OECD Health Data 2003)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의료서비스가 산업화되지 않아서 병원 부문의 고용창출이 낮은 것이 아니라 고용유발 효과가 큰 노인요양보장제도, 요양병원, 간병서비스 등 공공 보건의료 인프라가 취약해서 그런 것이다. '주식회사 병원'은 오히려 비정규직 활용을 높이면서 고용 불안정성을 증대시킬 가능성이 크다."
- 의료 공공성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노무현 대통령이 대선 기간 '돈이 없어 진료 못받는 나라는 나라도 아니다'라고 했는데 그런 관점에서 보면 우리나라는 정상적인 나라가 아니다. 실제 진료비가 없어 진료를 못 받고 죽어가거나 암 등 중병이 걸리면 집안이 망하는 그런 사회 아니냐. 따라서 능력에 따라 부담하고 필요에 따라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금의 건강보험제도가 대폭 강화돼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모든 국민이 완전 무상의료가 실현될 수 있도록 근본적인 의료개혁이 필요하다. 우리가 조사한 바로는 지금보다 3만원씩만 더 내면 무상의료가 가능하다. 민주노동당이 주장하는 부유세나 국방비 감축을 하면 한 푼도 더 안내고 전면 무상의료가 가능하다. 유럽 대다수 국가들은 이미 무상의료에 가까운 공공의료체계가 발달되어 있다. 대만같은 나라도 모든 국민 무상의료에 가까운 건강보험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2004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국민들은 건강보험료를 가구당 한 달에 평균 4만7790원을 내고, 낸 보험료보다 2만8410원이 더 많은 7만6200원(160%)의 혜택을 받는다. 반면 민간보험은 전체 가구의 90%가 가구당 평균 4.7건을 가입해서 월 평균 9만3300원을 내고 있지만 혜택은 62%밖에 못 받는다."
- 일부 지부들이 잇따라 산별노조인 보건의료노조 탈퇴 결의를 했는데 이는 지도부의 합의주의, 이른바 절충주의에 대한 반발 아닌가?
"산별운동에서 기업별 집단 탈퇴는 안 된다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 점에서 탈퇴 결의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 그리고 탈퇴는 자유되 함부로 남에게 딱지를 붙이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절충주의? 우리처럼 한 해도 쉬지않고 열심히 투쟁하고 활동하는 산별노조가 합의주의고 절충주의라면 조용히 임단협을 마무리하는 90% 이상의 노조들은 그럼 도대체 뭔가?
탈퇴 결의한 지부에 대해 더 이상 비난할 생각 없다. 조직 분열을 고착화하거나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보건의료노조는 보건의료노동자 총단결 운동을 전개하면서 산별운동의 원칙을 바로 세워나갈 것이다. 재평가를 통해 서로를 되돌아보면서 하나 되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는 다짐이다. 무엇이 옳은 지는 이후 실천 과정 속에서 자연스레 밝혀질 것이다."
- 실제로 지난해 병원파업 때 중앙노동위원회의 직권 중재를 받지 않겠다던 당초 입장을 바꿔 중재안이 나오자 파업을 철회하지 않았나.
"그 당시(7월 22일) 파업을 유보한 것은 맞지만 그것이 직권중재안을 받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 7월 20일 전면파업 이후 3일째 되는 22일 국면전환을 검토하고 있었다. 그 당시는 직권중재안과 무관하게 전면파업전술의 변화를 고민하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파업철회=직권중재안 수용'이라는 등식으로 바라보는 것은 착각이다.
당시 전면파업전술은 수정되었지만 직권중재안은 받지 않았고 이후 현장에서 투쟁은 계속 진행되었다. 특히 직권중재안에 불복하여 소송도 진행 중에 있고 인권위원회 정책 권고도 요청해 놓은 상태이다. 임금 등 일부 안이 사측 예상 밖으로 노조에게 유리하게 나온 것 때문에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은데 우리 입장과는 다르다. 우리는 과거도 그랬고, 현재도 미래도 대표적인 노동악법인 직권중재를 받아들일 수 없다."
- 올 산별교섭 전망은
"낙관도 비관도 아직 이르다. 작년 교섭조차도 직권중재에 의해 중단된 채 아직 마무리를 못하고 있다. 일단 2년 산별교섭 경험과 단협 합의사항 때문에 서로가 교섭에는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결론은 작년처럼 노사간 힘 관계에 따라 교섭 진척 여부가 판가름 날 것이다.
올해부터 산별교섭의 영역 확대에 노력하려고 한다. 4만에서 40만의 대표조직으로 거듭나기 위해 병원협회, 의사협회와 교섭을 적극 추진할 것이다. 처음가는 길인 만큼 힘들고 어렵다. 하지만 지난 2년간 경험과 성장통을 거쳐 올해 3년차 산별교섭은 더 많은 현장 토론을 통해 더욱 힘있게 추진해 나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