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자로 알려진 장두이(55)씨가 희곡부문 상을 받는다는 소식에 다소 의아해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대학 연극동아리를 이끌던 20살 때부터 글을 썼으며, 98년에 이어 작년에도 250쪽 분량의 희곡집(<장두이의 두번째 희곡집>(창작마을))을 냈고, 미국에서 활동하던 시절에는 자신이 쓴 작품(<모제스 마스크>- 이라크 전 배경...필자 주)으로 '뉴욕 드라마 클럽 특별상(2002)'까지 수상했다는 배경을 알게 된다면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게다가 아직도 세상에 빛을 보지 못한 작품들이 출판된 작품 수 만큼이나 많다는 그의 말을 듣고 있노라면 이 사람의 재능은 어디까지인가 의문스러울 정도다.
25일 사단법인 한국희곡작가협회는 제24회 한국희곡문학상 대상 수상자로 장두이씨를 선정했다. 대학로 디아더시어터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곽노흥 심사위원장은 "풍부한 현장경험을 바탕으로 대사와 몸짓이 생동감 있게 살아있다"며 "조형언어로서의 희곡의 특성을 잘 살린 장씨의 작품들은 형태 면에서도 우리나라에서 생소한 무용대본 등 다양한 시도를 선보인 면이 인정된다"라고 심사배경을 소개했다.
작년에 발간한 그의 희곡집은 순수희곡 외에도 6편의 무용대본이 실려 있으며 '2005 우수문학도서'로도 선정되기도 했다.
장씨는 수상소감에서 뉴욕 브루클린 대학에서 수학할 당시의 일화를 소개했다. 70년대 당시 학과장이 그를 불러 '한국의 희곡작가가 몇 명이냐'고 질문했는데 그는 늘려 잡아서 '300명정도'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학과장은 미국에는 극작가가 10만 명이 넘는다며 웃는데 그 웃음이 그에게는 그렇게 충격적일 수 없었다고 했다. 문화적 자존심이 그를 자극했던 것. 그 일이 있었던 후로 희곡 창작도 게을리 하지 않았던 것이 오늘의 결과를 있게 했다는 것.
이제 그는 한국의 연극을 들고 연극의 본고장 뉴욕에 간다. 올 2월 뉴욕에서 열리는 제1회 대한민국연극제에서 <춤추는 원숭이 빨간 피터>를 선보이는 것은 물론 그가 창단시킨 뉴욕소재의 미국극단 '코러스 플레이어'의 차기작도 준비하기 위해서다.
그밖에도 영화 <천국의 셋방>, 뮤지컬 <물고기가 나는 재즈카페>(장두이 작), 연극 <당나귀 그림자 재판> 등이 줄줄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작가' 장두이씨는 3일만에 희곡 한 편을 완성했던 사무엘 베케트처럼 작품 구상과 집필에 드는 시간은 일주일 정도로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배우와 연출을 오간 탓에 내공이 저절로 쌓였기 때문일 테다.
최근에는 조선시대를 풍미했던 자유인 '김삿갓'에 많은 관심을 갖고 차기작을 구상하고 있다는 장씨. 김삿갓 만큼이나 자유로운 예술 활동을 펼쳤던 그가 그릴 김삿갓 이야기는 어떻게 전개될지 자못 궁금해진다.
한편 이날 희곡작가협회는 한국희곡아동문학상에 유홍영, 한국희곡번역문학상에 장원재(숭실대 교수), 한국희곡문학상 신인문학상에 고연옥 김정훈, 공로상에 계간 한국희곡 편집주간 홍창수 고려대 교수 등을 수상자로 선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