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서린 라이언 하이디의 베스트셀러 소설 'Pay It Forward' (한국어 제목 : 트레버)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이하 아세위)가 지난 13일부터 3월 12일까지 대학로 예술마당 4관에서 앙코르 공연 중입니다.
영화 <식스센스>와
에서 멋진 연기를 선보였던 소년배우 할리 조엘 오스먼트를 비롯해 케빈 스페이시, 헬렌헌트가 출연한 영화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원제:Pay It Forward)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이 작품은 초등학교 5학년인 지홍이가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아이디어를 갖고 직접 실천하라'는 담임선생님 이집의 숙제를 실천하면서 생긴 에피소드를 담은 작품이죠.
"3명이 있고, 전 그들을 돕죠. 이들도 다른 3명에게 도움을 주는 거예요. 그럼 9명이 되고 그 다음은 27명, 그리고 81명, 이렇게 16번만 계속하면 4304만 6천721명이 되요. 16번만 반복하면 우리나라의 모든 사람이 다 도움을 받게 되요
다 단계 회사에서나 나올 법한 깜찍한 '릴레이 도움주기'가 지홍의 머릿속에 번뜩이게 되고, 이를 스스로 실천하기 시작합니다.
따뜻한 지홍의 마음은 노름빚에 쪼들리다 못해 노숙자가 된 장봉이를 시작으로, 말기 폐암을 선고받은 농부총각, 마음씨 착한 앞 못 보는 처녀, 중국집 배달원 소룡 등 상처받고 짓눌린 영혼들에게 따뜻하게 퍼져나가게 되죠.
특히 구타를 일삼던 전 남편을 뒤로하고 홀로 힘겨운 생활을 꾸려가다 알콜중독자가 된 지홍엄마와 폭력과 술에 찌들어살던 아버지로 인해 심한 화상을 입고, 마음의 문을 닫은 담임 선생님 이집이 지홍의 세번째 '도움주기' 대상이 돼 사랑을 키워나가는 장면은 보는 이의 마음을 찡하게 만듭니다.
뮤지컬과 같은 공연예술의 가장 큰 한계라고 하면 공연장까지 찾아가야 한다는 것 아닐까요. 이 때문에 이 작품의 감동을 소설이나 영화를 통해 대신 만족하려는 분들도 많이 계실 겁니다. 물론 이미 검증된 탄탄하고 감동적인 스토리는 어떤 장르를 선택해도 실망스럽지 않습니다.
하지만 작곡가 박문희, 최종윤씨의 편곡을 통해 재 탄생한 뮤지컬 버전은 찾아오는데 들인 공과 시간을 아깝지 않게 할 정도로 충분히 매력적입니다.
특히 자신의 상처를 극복 못 하고 방황하는 이집 선생님의 마음을 담은 '슬픈상처', 홀로 아이를 키우며 겪는 애달픈 마음을 표현한 '다른 엄마처럼' 등의 뮤지컬 넘버는 볼거리와 듣는 재미를 만끽하게 해주는 뮤지컬만의 매력에 폭 빠질 수 있게 만들어주죠.
주인공이자 해설까지 겸하고 있는 지홍 역을 맡은 이동건의 연기도 돋보입니다. 2부에 들어서는 다소 지친 모습이었지만, 어린이가 소화하기에는 상당히 많은 대사와 노래를 무난하게 표현해냅니다.
또 영화배우 출신 서태화가 시니컬하면서도 능청맞은 이집 선생님을, <아세위>의 전 버전인 와 <마녀사냥> <가스펠> 등에서 명연기를 선보였던 뮤지컬 배우 김은정이 지홍 엄마로 출연해 관객들을 웃기고 눈물짓게 만듭니다.
크고 많은 비용을 들여야만 관객들이 든다는 고정관념도 깨줬습니다. 아기자기하게 제작된 2층 무대와 상황에 따라 움직이는 이동식 단으로 극의 분위기를 잘 살려내고 있습니다. 특히 낙담한 지홍을 달래기 위해 이집 선생님이 애꾸눈 선장이 되어 인형들을 들고 등장한 선원들과 함께 바다괴물을 무찌르며 지홍과 함께 항해하는 장면은 공연장이 커야만 역동적인 느낌을 전달할 수 있다는 고정관념을 깨기에 충분했습니다.
""사람들은 지레 겁을 먹곤 시도조차 못 하더라고요. 하지만 세상은 생각만큼 개떡같진 않아요. 변화를 두려워하는 건 지금 삶에 익숙해져서죠. 나쁜걸 알면서도 겁이 나니깐 포기해 버려요. 사람들이 다 그렇게 살면 세상엔 온통 패배자뿐이겠죠"
뮤지컬 말미, 지홍이가 생각하는 '용기'에 대한 독백을 들으며 잠시 예전 대학시절이 생각났습니다. 어쭙잖은 학생운동을 한답시고 강의실보다 거리로 돌아다니던 그 때 말이죠. '나 하나의 변화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각오가 나이가 들고, 현실에 치이면서 차츰 시들해져갔습니다.
그렇게 사회에 내던져지고, 비난의 대상이었던 그 속에서 대충 만족하고 살아가는 제 모습을 저 작은 꼬마가 반성하게 만들다니! 하지만 제 선배들이 실패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쌓여왔기에, 또 수많은 후배들이 실패로 끝날지 모르는 일들을 용기있게 노력하고 있기에 새로운 희망을 꿈꿀 수 있는 세상으로 조금씩 변해온 것 아닐까 하고 스스로 위안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