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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축사
텅 빈 축사 ⓒ 조태용
첫 번째 찾은 곳은 소가 없는 축사입니다. 5년 전쯤 소를 키우던 아저씨는 빚더미에 힘들어 스스로 숨을 거두었습니다. 그가 세상을 떠나자 가족들도 농촌을 떠났습니다. 그가 세상에 남긴 것은 해결되지 않은 빚과 빚을 들여 만든 축사뿐입니다. 소가 떠난 축사는 동네 사람들의 공동창고가 되어 농기계만 가득합니다. 그래도 세상을 떠나기 전에 나누었던 아저씨와 추억은 그대로 기억 속에 남아 있습니다. 제가 처음 송아지의 탄생을 본 것도 그곳이고, 소젖을 짜본 것도 그 곳이었습니다. 조카에겐 그냥 텅 빈 축사일 뿐이죠.

그 다음 찾은 곳은 빈집입니다. 그 집에 살던 어르신들이 모두 돌아가셨고, 자식들은 시골에서 살지 않기 때문에 빈집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자식들이 근처에 살면서 청소도 하고 가꾼 탓에 집은 깨끗하고 밭에는 항상 채소들이 자랍니다. 채소가 자라면 그 집은 아직 희망이 남아 있는 것이죠.

빈집
빈집 ⓒ 조태용
그 집을 떠나 동네 길을 걸어갑니다. 시골길도 모두 포장되어 흙으로 된 길이 없습니다. 큰길을 떠나 작은 골목길로 접어드니 동네 친구가 살던 집입니다. 지금은 친구도 떠나고 가족들도 도시로 떠나 다른 분들이 살고 있습니다. 그 집 앞에서 친구를 부르며 기대고 있던 벽돌담에 조카의 세우고 사직을 찍어 봅니다. 거기에 그 나이에 친구를 찾기 위해 집에서 걸어왔을 저의 모습도 남아 있습니다.

지금도 이름을 부르면 친구가 나올 것 같습니다. 그때 친구를 부르면 꼭 친구의 할머니가 저를 불러 교회에 가야 한다고 한참 설교를 하곤 했는데 그 할머니는 천당에 가신 지 이미 오래 되었습니다. 할머니도 떠났고 친구의 가족도 떠난 집은 더 이상 그의 집이 아니지만 그래도 그 집 역시 저의 추억이란 폴더에 과거의 그 모습으로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조카는 도착하는 곳 마다 새로운 것에 끝없이 관심을 가지고 살펴봅니다.
조카는 도착하는 곳 마다 새로운 것에 끝없이 관심을 가지고 살펴봅니다. ⓒ 조태용
벽돌담을 떠나 탱자나무 울타리 길을 만났습니다. 이 길은 제가 이 동네를 뛰어 다니던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같습니다. 튼튼하다던 콘크리트 벽돌담들이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한지 오래지만 탱자나무로 된 울타리는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튼튼합니다. 나무는 살아있기 때문입니다. 죽어있는 콘크리트 담은 세월이 지날수록 약해지지만 살아있는 나무는 매년 새로운 가지를 뻗어 재생되기에 30년 전이나 지금도 같은 모습입니다. 아니 오히려 더욱 튼튼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나무는 그대로 살아 있어 가지를 뻗고 더욱 튼튼해졌지만 동네는 여기 저기 빈집이 늘어납니다. 재생되지 않은 콘크리트 시대가 농촌에 남긴 것이 바로 빈집입니다.

친구를 부르며 기대고 있던 벽돌담
친구를 부르며 기대고 있던 벽돌담 ⓒ 조태용
도시로 떠난 자식들이 찾아온 명절날 농촌은 결코 사람이 적은 곳이 아닙니다. 그들이 모두 여기에 남아 있다면 말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명절이 끝나면 도시로 떠나갑니다. 조카와 같은 어린아이들을 찾아보기 힘든 농촌마을. 이 아이들이 다시 시골로 내려오게 하려면 어찌 해야 하는 것일까요?

도시로 떠난 농촌 사람들이 돈을 벌기 위해 떠났듯이 시골에서 돈을 많이 벌게 되면 다시 돌아오겠죠. 그럼 시골에서 돈을 많이 벌려면 무슨 일을 해야 할까요? 명절 특집 방송에서는 농촌도 이제 경영이라면서 기업체처럼 농촌에서 돈 잘 버는 사람들이 나옵니다. 그럼 시골에 경영학을 가르치면 되는 것일까요? 지금 경영학을 배운 사람들은 모두 잘 살고 있기는 합니까? 그것이 아니라면 경영만으로는 되지 않습니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배운 사람도 살아남기 힘든 시대입니다. 물론 경영을 배우면 좀 나아지기는 하겠지만 그것도 고작 몇몇을 위한 대안일 뿐입니다. 지금 농촌을 지키는 경영을 모르는 농민이 살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합니다.

농촌이 희망의 날개를 달 수 있으려면 여러분의 관심이 필요합니다.
농촌이 희망의 날개를 달 수 있으려면 여러분의 관심이 필요합니다. ⓒ 조태용
조카는 도착하는 곳마다 새로운 것에 끝없이 관심을 가집니다. 강아지풀, 대나무 막대기, 낙엽, 풀 한 포기 만져보고 느껴보고 살펴봅니다. 아이가 세상에 가지는 관심처럼 우리도 농촌에 관심을 가져 보면 어떨까요?

고향에 다녀온 여러분도 가슴속에 농촌을 위한 대안 하나씩을 만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 농촌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농촌을 살리는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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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에서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친환경 농산물 직거래 참거래농민장터(www.farmmate.com)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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