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가 하얀 알비노 원숭이를 둘러싼 아이들은 박스를 두드려 본다. 하지만 스트레스가 쌓였는지 원숭이는 종이를 이빨로 물어뜯으며 답한다.
“친구들! 두드리면 원숭이가 놀라요”하고 선생님이 말하자 아이들은 일제히 자신의 작은 주먹을 뒤로 한 채 아무 짓도 하지 않은 척 원숭이의 행동을 관찰한다. 그 모습이 너무나 순수하고 예뻐서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공룡을 닮은 도마뱀, 멸종위기의 카멜레온, 빨간 눈 갑옷 도마뱀, 맹글로브 스네이크, 그린 이구아나 등등을 관찰하는 동안 ‘해피! 메리! 쫑~~!’공연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종소리를 듣고 동물전시장에서 공연장으로 갔다. 뒤쪽은 입식의자로 되어있었고 앞쪽엔 수백 장의 방석이 준비되어 있었다. 우리는 앞쪽 줄에 앉아서 동물 공연을 구경하기로 했다. 이 공연은 전래동화 콩쥐팥쥐와 선녀와 나무꾼을 패러디하여 연출하는 코믹 동물극이다. 콩쥐팥쥐의 이야기를 신데렐라 이야기와 접목시켜 시나리오를 구성한 것이 재미있었다.
오랑우탄은 콩쥐 엄마가 되어 아이를 낳는 출산현장을 보여준다. 한복치마를 곱게 입고 배를 뒤집는 오랑우탄의 모습이나 아기를 진짜로 낳는 듯한 연기실력이 놀랍다. 아이들은 박수를 치며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콩쥐 엄마가 병이 나서 죽게 되자 팥쥐와 팥쥐 엄마가 등장한다.
엄마 없이 홀로 자란 콩쥐가 잔치에 가고 싶어 울다가 천사의 도움으로 옷을 건네받고 잔치에서 구두를 잃어버린다. 왕자는 구두 주인을 찾으러 나서고 결국 콩쥐와 결혼한다는 이야기다.
이곳의 연기자들은 대부분 동물이다. 닭이 물장수로 변신하여 종이컵을 물고 나타나는가 하면 울고 있는 공주에게 예쁜 옷을 선사하는 오랑우탄도 등장한다. 훈련된 숲 속 친구들(원숭이 곰, 강아지등)이 모두 출연하여 콩쥐를 위해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장면은 가히 놀랍다.
공연체험학습장에 돌아오니 아이들이 제일 많이 모인 곳이 눈에 띈다. 바로 병아리들의 모임이다. 수십 마리의 병아리를 모아놓은 곳에서 병아리를 만지고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는 아이들의 모습이 노랑병아리 보다 더 예쁘다.
책으로, 간접적으로 듣기만 하였던 아이들에게 이번 동물 아카데미는 즐거운 산 경험이 될 것으로 믿는다. 이렇게 신비하고 순수한 동물들의 세계를 도시에서도 자주 만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동물 아카데미에서 파충류, 어류, 포유류, 곤충류, 설치류, 양서류 조류 등을 관찰한 어린이는 대한민국 동물학교장으로부터 “나도 이제 동물박사과정”의 수료증을 받게 된다. 수료증을 받아들고도 반나절의 관람이 아쉬운 아이는 자꾸만 뒤를 돌아다 본다. 그곳에서 기념촬영을 위해 대기 중인 오랑우탄이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들며 인사한다.
덧붙이는 글 | 동물아카데미 행사기간; 2005년 12월22일~2006년 2월10일
장소; 코엑스 3층 컨벤션홀
관람시간;10시~ 19시
공연시간; 평일(11시 30분,14시,16시 30분)
주말,공휴일(11시 30분, 15시 30분, 17시 30분)
문의;02-454-0100 단체문의;02-406-2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