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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이 이쁘장하게 변한 떡가래
색깔이 이쁘장하게 변한 떡가래 ⓒ 노태영
"가래떡이 왜 이렇게 나왔다냐? 혹시 떡 쌀이 쉬었는 개벼!"

떡 방앗간 아줌마가 걱정스레 말을 하자 곁에 있던 사람들이 한마디씩 거들기 시작했다.

"색깔이 요렇게 누렇게 나온 떡가래는 처음 보네. 혹시 쌀이 좋지 않은 것은 아녀?"
"우리 떡가래는 옆집 쌀로 했는디? 옆집 떡은 아무렇지 않찬어?" 어머님은 변명 아닌 변명을 하게 되었다.

사실 어머님은 속으로 켕기는 것이 있었다고 한다. 떡쌀을 물에 담그고 건져낸 다음 이틀 동안이나 방안에 놓아두셨던 것이다. 그래서 진짜로 떡쌀이 쉰 것은 아닌지. 그렇다고 해도 떡쌀이 쉬면 냄새가 나기 마련인데 남새가 나질 않아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으셨단다.

"요상허네. 쌀이 쉬었으면 냄새가 날턴디?"

떡 방앗간 아줌마는 떡집의 잘못으로 떡 색깔이 변했다는 의심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떡쌀이 쉬었다고 주장을 했고 동네 아줌마들도 동조를 하는 바람에 어머님의 잘못으로 쉽게 결론이 났다.

문제는 며느리들이었다. 어머니는 떡 가래를 한말(斗)이나 뺐는데 며느리들이 안 가지고 간다고 하면 어쩔까란 생각으로 밤잠을 설치다가 먼저 떡국을 끓여서 먹어보기로 결심하셨다고. 떡국을 끓여 아버지와 먹어봤지만 아무 이상이 없었다고 한다.

'웰빙 떡국'이 된 호박 떡가래
'웰빙 떡국'이 된 호박 떡가래 ⓒ 노태영
그래도 어머니의 걱정은 가시지 않았다. 보나마나 자식과 며느리들이 보면 상했다고 먹지도 않을까봐 말이다. 그래서 진짜로 어머님 실수로 떡쌀이 쉬어서 떡가래 색깔이 변했는지 아니면 쌀 품종 자체가 문제인지 알아보기 위해 다시 떡쌀을 다섯 되[升]를 물에 안쳤다. 시루떡도 해야 하기 때문에 찹쌀도 다섯 되[升]를 물에 안쳤다. 가래떡은 맵쌀로 하고 시루떡은 찹쌀과 맵쌀을 섞어서 한다.

어머니는 '걱정 반 기대 반'의 심정으로 인천과 서울, 익산에서 내려온 며느리들과 자식들에게 주황색으로 변한 떡가래를 내놓곤 맛을 보라고 하셨다. 그것을 본 며느리와 자식들은 대번에 "엄마! 떡가래 색깔이 왜 이래요?" "어머님! 떡가래가 상해서 변했나 봐요." 다들 한마디씩 했다.

나도 떡을 먹어봤지만 아무 이상이 없었다. 그래서 "쌀 품종 자체가 떡을 하면 색깔이 변하는가 봐요"라고 말했다. 아내는 쌀에 다른 물질이 들어갔다고 말했고 큰 형수님은 쌀이 쉬어서 그런가 보다고 말씀하셨다. 그러나 떡가래를 먹어본 후 맛은 아무 이상이 없다고 고개를 갸우뚱 했다.

옆집과 같은 쌀로 했는데 옆집은 아무 이상 없이 하얀색 떡가래로 잘 나왔다고 어머님은 말씀하시면서 그 집은 호박을 말려 갈아서 떡가래에 넣었다고 말씀하셨다. 그런데도 하얗게 잘 나왔다고 변명하시듯이 말씀하셨다.

그러자 형수님이 말씀하셨다. "바로 그거네. 옆집에서 넣은 호박가루가 기계의 실수로 우리 떡가래로 들어 왔네." 어떻게 이런 일이. 모두가 다시 생각에 잠겼다. 떡 방앗간 아줌마가 실수로 호박가루를 우리 떡에 넣었거나 아니면 기계에 남아있던 호박가루가 우리 떡에 묻었거나. 그러나 옆집 아줌마는 아무 이상이 없다고 했다는 말에 우리는 다시 이런 추측 저런 추측을 하기 시작했다.

"올 설날에는 '웰빙 떡국'을 먹을 수 있겠네"라는 아내의 말에 모두가 웃을 수밖에. 요즈음에는 떡가래에 호박가루도 넣고 녹차도 넣고 다양한 재료를 섞어서 만든다는 둘째 형수님의 말씀으로 우리의 생각은 완전히 일단락 됐다. 그래서 우리가족은 설날 아침에 '웰빙 떡국'을 먹을 수 있었다. 그 주황색 떡가래 때문에 마음을 졸였을 어머님을 생각하니 지금도 마음이 뭉클해진다.

아버지와 창고에 나란히 앉아 일곱 남매에게 줄 떡가래와 부침개, 인절미를 싸고 계시던 어머니의 손길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쌀 한가마니씩을 자식들에게 나누어주시던 아버님의 주름진 손은 우리에게 사랑의 매가 되기도 하고 농촌을 지키는 지게꾼의 친구가 되기도 한다.

덧붙이는 글 | 노태영 기자는 남성고 교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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