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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곳은 홍콩이라지만, 아이와 같은 유치원에 다니는 이웃 엄마들이 모두 일본인이다 보니 1년 동안 홍콩친구보다는 일본 친구를 많이 두게 되었습니다. 그 덕분에 때로는 홍콩 속의 '리틀 재팬'에 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 때도 있지요.
일가친척 없는 홍콩이란 외딴 곳에 와서 둥지를 틀고 사는 비슷한 처지라서 그랬을까요? 일본 아줌마들과는 비록 서로 말은 잘 안 통해도 생각보다 빠르게 친해지면서 남편들이 출장을 갈 때면 이 집 저 집 번갈아가며 친구들을 초대해서 저녁을 함께 먹는 기회를 꽤 많이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럴때면 자연히 일본의 가정요리를 맛보곤 했는데 그 경험은 정말 신기하고도 흥미로운 것이었습니다.
똑같은 감자조림, 생선구이, 된장국인데도 그 맛이 어떻게 그렇게 다를 수가 있는지.
일본의 가정 식탁에 자주 오르는 반찬 하나 하나를 맛보면서 "이건 무슨 요리냐? 재료는 무엇이냐? 어떻게 만드냐?"고 묻는 질문에 하나하나 상세히 대답을 해 주고 말로 안 되면 다음날 이메일로 친절하게 답해주는 친구들 덕분에 이제는 몇몇 일본 요리는 자신 있게 만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구이 조림 튀김 무침 등 우리와 비슷한 조리법을 사용하는 까닭에 몇 가지 재료나 과정을 응용해서 어렵지 않게 따라 만들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일본의 가정요리를 배우다 보니 그동안 일본요리에 대해 가져왔던 생각도 일부 잘못된 것이란 것을 알게 되었지요. 한국요리가 무조건 짜고 매운 것이 아니듯 일본 요리도 모든 요리가 다 심심하고 달고 산뜻한 맛은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일본식 된장국에 돼지삼겹살을 넣어 기름지게 끓인 된장국의 경우도 그러했고 흔히 '일본식 김치'라고 불리는 쯔게모노같은 반찬도 우리나라 오이지 못지 않게 짠 맛이었으니까요. 흔히 일식요리 하면 '회ㆍ샤브샤브ㆍ초밥ㆍ스키야키' 정도를 떠올리면서 가졌던 편견을 바로잡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나 할까요?
같은 아파트단지에 살다 보니 대부분 같은 수퍼마켓을 이용하고 그러다보면 비슷비슷한 야채며 고기가 장바구니에 담겨지게 마련인데, 같은 재료를 가지고도 한국 일본 홍콩 인도 필리핀 등 나라별 조리법에 따라서 사뭇 다른 요리가 나올 수 있다는 것.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얘기겠지만 여러 나라 사람이 한 동네, 같은 아파트에 모여 사는 홍콩이란 나라에 산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게 하는 대표적인 이야기란 생각이 들더군요.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일식 가정요리를 가끔 만들어보는 것도 식탁을 다양하게 꾸밀 수 있는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오늘은 일본식 감자고기조림을 만들어보겠습니다. 홍콩에서 사귄 일본 친구집에 초대를 받아 갔을 때 한번 먹어보고는 완전히 반해버린 요리입니다. 만들기도 쉽고 여러 가지 야채를 쇠고기와 같이 넣어 달콤하게 조려내면 깊은 고기맛이 야채 속속들이 스며드는 데다가 국물까지 고소하고 달콤해서 한 숟가락도 남기지 않고 먹게 되는 요리지요. 친구집에서는 체면 불구하고 마지막까지 숟가락 들고서 달그닥 달그닥 바닥을 긁었다는 것 아닙니까?
부드러운 쇠고기와 다양한 야채를 넣어 달콤하게 조려내는 일본식 감자고기조림(肉じゃが)입니다. 니쿠쟈가라고 불리는, 일본 가정에서 아주 흔히 먹는 식탁 반찬이지요.
재료
쇠고기 한 줌 / 감자 중간 크기 2개 / 양파 보통크기 반 개 / 당근 반 개 / 올리브유 반 큰술 / 다진마늘 반 큰술 / 브로콜리 등 야채
후추 약간
설탕 1큰술 + 진간장 1.5큰술 + 물 3/4컵 + 맛술 1큰술
만드는 방법
1. 팬에 올리브유를 반 큰술 두르고 달군 후 한 입 크기보다 조금 더 크게 썬 감자를 넣어 겉이 익도록 볶아주세요.
2. 감자가 어느 정도 익어 투명해지면 한 입 크기로 썰어둔 쇠고기와 양파 당근을 모두 넣습니다. 이때 물 맛술 간장 설탕 후추 마늘을 섞은 양념도 같이 넣어주세요. 한번 끓어오르면 불을 줄여 10분 이상 끓여줍니다.
3. 브로콜리는 너무 오래 익히면 뭉그러질 뿐더러 영양소도 파괴되니까 맨 나중에 넣어줍니다.
4. 불을 최대한 작게 줄이고 뚜껑을 닫은 후 브로콜리가 살짝 데쳐질 정도로 익혀주면 완성입니다.
5. 불린 당면을 넣어 조려도 맛이 좋습니다.
덧붙이는 글 | 달콤한 일본식 감자조림을 먹고 나니 빨갛게 조린 고추장 감자조림이 먹고 싶어지네요.도대체 제 입에는 맛없는 것이 없으니 이것 참 걱정입니다.
'멋대로 요리' 이효연의 홍콩 이야기 http://blog.empas.com/happym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