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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지영 <사랑 후에 오는 것들> 앞표지
ⓒ 소담출판사
2006년 2월2일 현재, 참으로 오랜만에 국내 소설가의 소설이 각 대형서점 소설 부문 베스트셀러 1위에 올라 있다. 교보문고 소설 부문 1위, 영풍문고 소설 부문 1위, 서울문고 소설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각 대형서점 종합 부문에서도 상위권에 올라 있으며, 교보문고 종합 부문에서는 2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 소설이 가뭄 끝에 단비를 맞고 있는 느낌이다.

그 장편소설의 제목은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이며 저자는 공지영씨다. 이 성과는 베스트셀러 작가 공지영의 저력과 문체에다 출판사 기획력의 힘이 더해진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그러니까 2년 전, 소담출판사에서는 이런 기획을 하였다.

한국의 공지영과 일본의 츠지 히토나리가 만나게 된 사연

“2005년은 한국과 일본 두 나라에 있어 역사의 한 매듭을 짓는 해였다. 우리 편에서 보자면 광복 60주년을 맞는 해였으며, 일본 편에서 보자면 제2차 세계대전의 패전국이 된 지 60년을 맞는 해였던 것이다. 사람으로 치자면 환갑을 넘기는 셈이다. 2005년은 ‘한일 우호의 해’로 정해졌고, 벽두부터 서로 상반된 얼굴을 지닌 60년을 돌이켜보고 그 의미를 짚어 보는 다양한 움직임과 행사들이 있었으며, 한쪽에서는 ‘한일 우호의 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두 나라 사이에 여느 해와 다름없이 여러 문제들이 불거져 나왔다. 그러나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한국의 젊은이들은 일본을 문학, 음악, 애니메이션, 영화 등을 통해 가까운 나라로 인식하고 있으며, 일본의 젊은이들은 한국을 더더욱 역사적인 시각으로 의식하지 않고 최근에는 음악, 드라마, 영화 등에 힘입은 한류 붐에 빠져 있다, 이에 소담출판사에서는 두 나라 사이가 과거의 시간을 뛰어넘어 말 그대로 우호의 관계로 나아갈 수 있는 문화적 접근으로서의 한일 작가의 공동 집필을 계획했다. 이 기획은 2년 전에 잉태되었고, 서울과 파리에 있는 두 작가가 서로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집필하여 이 책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을 완성하였다.” -<사랑 후에 오는 것들> 편집자

‘공지영씨는 발표작마다 베스트셀러가 되는 유명세도 유명세지만, 섬세한 문장으로 어떤 작가보다도 젊은이의 감성에 동요를 일으키고 공감을 얻는 탁월한 작가’라고 출판사에서 판단하여 섭외했다고 한다. ‘츠지 히토나리는 1997년 <해협의 빛>으로 일본 최고의 문학상인 아쿠다가와상을 받았고 1999년에는 <흰 부처>가 프랑스에서 번역 출판되어 프랑스 굴지의 페미나상(외국소설 부문)을 받았으며 <냉정과 열정 사이>로 이미 한국에서 인정받고 있는 작가이기도 하지만, 작가 자신이 뮤지션, 영화감독, 배우로 활동하면서 젊은이들의 취향과 감성을 읽어내는 데 탁월하다는 평을 받고 있어’ 출판사에서 섭외했다고 한다.

프랑스 파리에 있는 츠지 히토나리의 단골식당에서 아르바이트하는 한국 유학생이 공지영의 팬이기 때문에 츠지 히토나리가 출판사의 제의에 응하기로 했다는 에피소드도 있다.

한일 과거사에서 벗어난 요즘 젊은이의 러브 스토리

앞서 인용한 대로 이 소설의 기획은 두 나라의 과거사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있다. 정치적․역사적 배경은 배제하고, 미래지향적이고 말 그대로 우호의 관계를 위한 작은 걸음이 되려고 하는 뜻에서 출발한 것이라고 한다.

한국의 홍이, 일본의 준고… 이렇게 짜여진 두 한일 남녀의 사랑 이야기는 작가의 창작 능력에 따른 맛도 맛이지만, 공지영과 츠지 히토나리의 작품을 둘 다 읽고 나면 씨실과 날실이 함께 하여 ‘사랑의 완성’이 이루어지는 아름다운 무늬를 감상할 수 있는 특별한 재미와 감동이 있다. 공지영은 여자의 시선으로, 츠지 히토나리는 남자의 시선으로 주인물의 내면과 상황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줄거리는 어떤가. 출판사 경영자 집안의 맏딸 최홍(베니)은 일본 도쿄로 어학연수를 떠난다. 4월 어느 날, 도쿄의 한 공원 안에 있는 호숫가에서 최홍은 준고(윤오)를 만난다. 준고는 어머니와 이혼한 가난한 아버지와 살고 있기 때문에 아르바이트로 생활비와 학비를 댄다. 최홍과 준고는 사랑을 한다. 그러나 아르바이트로 바쁜 준고와 최홍은 사랑을 나눌 만한 시간을 제대로 찾지 못한다. 두 사람 사이의 갈등으로 사랑은 차츰 식어가고 두 사람의 갈등은 마침내 폭발하지만, 그 뒤로 7년 만에 김포공항에서 두 사람은 뜻밖에 다시 만난다.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은 무엇일까. 국경과 언어를 초월한 참신한 사랑 여행 속으로 한번 빠져드는 것도 겨울밤의 뜻 깊은 독서가 될 터이다.

공지영이 본 츠지 히토나리, 츠지 히토나리가 본 공지영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의 작가 공지영은 츠지 히토나리를, 또 다른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의 작가 츠지 히토나리는 공지영을 각각 이렇게 바라보았다.

▲ 츠지 히토나리 <사랑 후에 오는 것들> 앞표지
ⓒ 소담출판사
“츠지 히토나리의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그를 만나고 있는 것과 신기하게도 같다. 그는 늘 장난꾸러기 같고, 그는 늘 조용하나 그는 늘 설레고 있고, 그는 늘 출발하고 있다. 무엇보다 그는 이 모든 것을 진실과 진심으로 해냄으로써 결국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가까운 나라에서 태어나 다른 언어로 작업하고 있는 내 오뉘 같은 그와 이런 작업을 할 수 있었던 시간이 내게는 축복이었다. 그의 경쾌와 그의 진심이 우리 독자들에게도 나와 같은 감동을 일으키리라고 믿는다. 그의 말처럼 한국과 일본, 그 백 년 후의 흐름에 이 소설을 맡기고 싶다.”- 공지영

“공지영씨가 그린 작품은 때로는 대륙적으로 힘찼고 때로는 반도적으로 섬세했으며 풍부한 감성으로 읽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오늘을 사는 한국 여성의 삶의 모습과 사랑법을 알 수 있어 흥미로웠다. 섬나라에서 태어난 내 문체와 공지영씨의 문체가 바다를 사이에 두고 조용하게 서로 녹아들었다. 정말 이 작품에 어울리는 파트너였다.”- 츠지 히토나리

사랑 후에 오는 것들 - 공지영

, 소담출판사(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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