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공이 많아 배가 육지로 온 게 아니라 갈 곳이 없어 서울 한복판으로 나왔다"
바다위에 떠 있어야 할 어민들의 배가 서울 시내 한 복판에 등장했다.
2일 '제10회 세계 습지의 날'을 맞아 '새만금 화해와 상생을 위한 국민회의' 50여명은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앞에서 새만금 보전을 염원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은 새만금 물막이 마무리 공사가 시작되기 50일 전이기도 하다.
새만금국민회의는 갯벌이 막히면 바다 생물이 잡히지 않아 더이상 필요없는 어선을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내고자 서울까지 노를 저었다. 5톤 트럭에 싣고 말이다.
그러나 어선은 노 대통령에게 전달되지 못했다. 교보빌딩을 돌아 종로구 누하동 환경연합에 잠시 정박한 배는 환경연합 사무실을 에워싼 경찰들의 제지로 청와대 입성에 실패했다.
새만금국민회의는 기자회견에서 이날을 '습지 없는 습지의 날'로 비유했다. 이어 "세계 최대의 자연 습지인 새만금 갯벌은 살아야 한다"며 "정부가 반습지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새만금국민회의는 또 ▲근본적인 습지보전대책 수립 ▲새만금 2.7km구간 해수유통 ▲새만금 갯벌 보전대책 수립 ▲갯벌 보전을 전제로 한 전라북도 발전정책 수립 등을 촉구했다.
"오늘은 습지 없는 습지의 날... 새만금 갯벌은 살아야 한다"
최열 환경재단 대표는 "덕유산을 개발한 쌍방울, 인천 앞바다를 개발한 도하건설, 강원도 스키장을 개발한 쌍용 등 환경을 파괴했던 기업은 모두 망했다"며 "이러한 기업을 따라하는 현 정부도 곧 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정권은 유한하지만 환경과 환경운동은 무한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계 습지의 날은 1971년 2월 2일 체결된 람사협약을 기념하는 날로써 1996년 10월 랍사협약 25주년에 지정됐다. 세계 150개국 1558개의 습지가 등록된 람사협약은 습지를 안전하고 현명하게 이용해 생물의 다양성을 보호하기 위한 국제협약이다.
람사협약의 정식 명칭은 "물새 서식처로서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에 관한 협약"이다. '람사(Ramsar)'는 이란의 도시명으로 국제습지회의가 열린 장소다. 2008년 람사협약 당사국 총회는 한국에서 개최된다.
우리나라는 지난 1997년 101번째로 이 협약에 가입했고, 현재 강원도 대암산 용늪(97년), 창녕 우포늪(1998년), 전남 신안군 장도습지(2005년), 전남 순천만 갯벌(2006년), 전남 보성 벌교 갯벌(2006년) 등이 람사사이트로 등록돼 있다.
새만금 물막이 마무리 공사는 정부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공사일정에 따라 3월 24일부터 4월 24일까지 32일간 진행된다. 공사구간은 방조제 전체 33km 가운데 아직 해수가 유통되고 있는 2곳 2.7km 구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