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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만 931미터인 천성산 원효터널 사갱터널 내부 모습.
길이만 931미터인 천성산 원효터널 사갱터널 내부 모습. ⓒ 오마이뉴스 윤성효

valign=top왜 말라갈까?... 천성산 터널 안으로 들어가다 / 윤성효 기자

최근 천성산 주변 3개 계곡과 경남 양산시 웅상읍 대동아파트 지하수 수량이 급격히 줄어든 원인은 과연 무엇일까. 주민과 환경단체는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관통 원효터널 공사가 원인이라는 주장이지만, 한국철도시설공단과 시공사인 현대건설은 갈수기가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이 2일 현장조사를 벌였다. 천성산 환경영향평가 공동조사위원으로 지질분야를 맡은 한병상 연세대 교수(공단측)와 함세영 부산대 교수(환경단체측)가 현장조사에 나섰다. 또한 서재철 녹색연합 생태환경국장과 3명의 기록원이 참여했다.

<오마이뉴스>는 이 조사 현장을 단독 취재했다.

터널 곳곳에 흘러나오는 물방울

원효터널(본선)과 사갱터널 벽변에서는 물이 조금씩 흘러내리고 있었다.
원효터널(본선)과 사갱터널 벽변에서는 물이 조금씩 흘러내리고 있었다. ⓒ 오마이뉴스 윤성효
사갱터널은 공사 끝, 원효터널 900m 뚫어

최근 계곡물과 지하수 고갈 내지 수량감소가 발생한 곳은 경남 양산시 웅상읍 소주리·주남리 일대다. 이곳은 경부고속철도 13-4공구에 해당하는데, 천성산을 관통하는 원효터널의 사갱터널 주변이다. 최근 지하수가 줄어 단수조치가 단행된 대동아파트는 직경으로 사갱터널 입구에서 630m, 원효터널(본선)에서 1560m 떨어져 있다.

원효터널은 울산과 부산 쪽에서 각각 공사를 진행해 오고 있는데, 1월말 현재 각각 900m 가량 파고 들어간 상태다. 원효터널 중간 지점인 양산 웅상읍에 사갱터널(斜坑·inclined shaft)을 뚫어 터널 중간지점에서 양쪽 방면을 파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사갱터널은 공사 일정 단축 등을 위해 터널구간 중간에서 파고 들어간 터널을 말한다.

931m인 사갱터널을 뚫는 작업은 모두 끝났으며, 입구에서 터널 공사장까지 차량으로 이동했다. 원효터널 공사는 서울과 부산 방면으로 각각 50여m 정도 파고 들어간 상태다.
현장조사는 시공사인 현대건설 관계자들의 안내를 받아 터널 안 조사부터 실시됐다. 현대건설은 이날 현장조사에 대비해 모든 작업을 일시 중단한 상태였다.

'물' 때문에 시작된 현장조사인 만큼 '물'에 가장 먼저 눈이 갔다. 사갱터널 곳곳에 물방울이 떨어지고 있었으며, 바닥은 떨어진 물방울로 약간 패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원효터널 공사장 벽면에도 곳곳에 물이 흘러내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환경단체측 함 교수와 서 국장은 이 부분에 집중했다. 왜냐하면 물이 흘러내린다는 것은 암반에 지하수를 머금고 있다는 증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단측 설명은 달랐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원효터널 공사장 벽면에서 흐르는 물에 대해 터널을 뚫는 작업을 하면서 투입했던 물이 흘러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지하수가 아니라는 말이다. 또한 사갱터널에서 떨어지는 물에 대해서도 설계허용량 이하라는 입장이다.

터널 입구에서 200여m 정도 떨어져 있는 소주천(물탕골)을 조사했다. 마을 주민들이 식수를 끌어다 쓰기 위해 묻어 놓은 파이프관이 산 중턱까지 연결되어 있었다. 이 관에는 최근 들어 물이 흐르지 않고 있다.

서 국장은 "읍장을 비롯한 주민들의 말을 들어보면 가뭄이 심했던 2000년 겨울에도 이 관을 통해 물을 받아먹었다고 한다, 몇 해 전부터 이 계곡을 비롯해 천성산 일대를 답사했는데 물이 마른 적이 없었다"며 "갈수기 때문이 아니라 터널공사 때문에 물이 마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곳에는 지난달 30일 비가 내렸다. 계곡 중간에 간혹 물이 고여 있기도 했는데, PH와 용존이온농도 등을 측정한 함세영 교수는 "측정한 수치를 보면 지하 깊은 곳에서 나온 물이라기보다 엊그제 내린 빗물이 고여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동행한 서옥열 감리단장은 "천성산 일대에는 각 마을에 물을 공급하는 수천 개의 파이프관이 있는데, 이곳뿐만 아니라 공사현장에서 멀리 떨어져있는 다른 곳에 묻힌 파이프관에도 수량이 줄었다"면서 "터널공사 때문이라고 보면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함 교수 일행과 함께 대동아파트 관리사무소를 찾았다. 이 아파트는 6개의 관정을 뚫어 996세대에 하루 700톤의 지하수를 퍼올려 사용해 왔다. 이 관정은 대략 100m 안팎의 깊이다. 1997년 9월 완공 이후 한 차례도 단수된 적이 없었다고 한다. 지금은 지하수를 끌어올리지 않고, 소방용으로 설치해놓은 상수도를 임시방편으로 사용하고 있다.

주민들은 지하수가 줄어든 원인을 터널 공사 때문으로 보고 있다. 황중근 관리소장은 "주민들은 9년 동안 한 차례도 지하수가 마른 적이 없었는데, 최근에 그런 일이 벌어진 것은 터널공사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면서 "아직까지 원인을 정확히 모르고 있으니 갑갑하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대책위를 구성하기로 했으며, 조만간 임원진이 구성되는 대로 본격적인 활동에 나설 예정이다.

현장조사는 했지만... 엇갈린 두 교수의 견해

사갱터널에서 200여미터 떨어진 계곡에 있는 파이프관을 살펴보고 있다.
사갱터널에서 200여미터 떨어진 계곡에 있는 파이프관을 살펴보고 있다. ⓒ 오마이뉴스 윤성효
계곡 물과 아파트 지하수의 고갈 내지 수량 감소의 원인에 대해 이날 현장조사를 실시한 두 교수의 견해는 달랐다.

공단측 한병상 교수는 "터널 공사가 원인이라고 볼 수 없다"면서 "계곡 물이 줄어든 것은 갈수기가 원인으로, 겨울에 비가 조금만 내리면 곧바로 증발해버린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아파트 지하수는 터널공사 현장 거리 등을 검토해볼 때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터널 안 벽에서 나오는 물은 하루 200t 정도로, 이는 설계허용량(4000t)의 1/20에 그친다"면서 "이전에 논산터널공사 현장에도 가봤는데, 물이 이곳보다 많이 나와 철벅거릴 정도였다"고 말했다.

반면 환경단체 측 함세영 교수는 "아파트 지하수 문제가 터널공사와 관련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좀더 정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함 교수는 "터널공사 현장의 경우 일부 지하수 유출이 부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사갱터널에서 나온 배출수가 조금이라고는 하지만 본선에 대한 공사가 될 경우에는 사정이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서재철 국장은 "계곡과 아파트 지하수 문제가 이전에는 발생하지 않았는데, 그 같은 일이 발생할 수 있는 원인 제공은 터널공사뿐이지 않느냐"고 말했다.

윤철수 현대건설 현장소장은 "계곡과 아파트 지하수에 대해 일부에서는 고갈이라고 하는데 사실은 수량 감소다"면서 "그 문제가 터널공사 때문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환경단체 관계자들이 공사현장 옆 계곡의 물을 측정하고 있다.
환경단체 관계자들이 공사현장 옆 계곡의 물을 측정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윤성효
사갱터널 입구.
사갱터널 입구. ⓒ 오마이뉴스 윤성효
원효터널 서울 방면 공사작업 모습.
원효터널 서울 방면 공사작업 모습. ⓒ 오마이뉴스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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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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