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중순 아침 6시에 저절로 눈이 떠졌다. 혹시 빠뜨린 물건은 없는지 주위를 둘러보았다.
"맞다. 터키는 날씨가 변화무상해서 우산을 챙겨야 한다던데."
또 빠진 게 없나 살펴보았다. 멀리 가야 하니 비행기가 매우 지루할 텐데 책이라도 한 권 넣어가야지, 꼭 읽어야 할 책이지만 읽기 싫었던 책을 수면제 대용으로 하나 골라야지, 읽으면 좋고 못 읽어 잠들면 더욱 좋고.
가방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는 부산 고속버스 터미널에 가기 위해 전철을 탔다. 전철이 출발하자 여행이 시작되었다는 느낌이다. 막연함과 설렘이 이어지다 막연함이 현실로 나타냈을 때 비로소 여행은 시작된다. 종점에서 종점까지 가야 한다. 약속시간을 꼽아봤다.
출발하고 나면 꼭 뭔가 빠졌음을 깨닫는다. 수영복이 없다. 온천이 좋은 곳이 하나 있고, 거긴 뭔가 하나를 걸쳐야 한다. '그 까짓것 꼭 필요하다면 거기 가서 대충 조달하자' 손목시계도 차고 오지 않았다. 아쉬운 대로 휴대폰 시계를 사용하면 되겠다고 막연히 생각했는데 비행기가 한국을 벗어나자 휴대폰은 작동되지 않았다. 그건 나만 모르는 상식이라나?
종점에 도착하자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었다. 요즘 여긴 오랜 가뭄이었고 강원도에서는 눈이 오질 않아 겨울축제도 하기 힘들다던데. 갑자기 전국적으로 비와 눈이 많이 내렸다. 이건 좋은 징조인가 나쁜 징조인가? 철저한 무신론자이면서도 이럴 땐 가끔 이렇게 묻곤 한다.
여기서야 비가 내리지만 위 지방으로 올라가면 눈으로 바뀌고 눈이 많이 쌓이면 차가 못 가는 게 아닌가? 얼마 전까지 전라도엔 폭설이 내려 온천지가 마비되지 않았는가? 그럼 어떡하지? 중간에 내려 KTX를 갈아타고 가야 하나?
버스정류장에는 수녀 2명이 서 있었다. 이 정류장은 인천공항으로 떠나는 곳이고, 그들의 커다란 짐엔 영어 주소가 크게 적힌 걸 보니 그들도 멀리 가나 보다.
"수녀님은 어디로 가시나요? 교황청?"
혹시 글 쓰는데 도움이라도 될까 싶어 넉살좋게 물었다. 그들은 웃으면서 영국 친지 방문하러 간다고 말했다. 그들도 우리에게 어디로 가느냐고 물었다. 우리가 터키를 간다고 하니 자기들도 언젠가는 한 번 가보고 싶다고 대꾸했다. 특히 천주교의 걸작품인 성소피아 사원을 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고속버스는 9시 30분 인천국제공항을 향해 출발하였다. 부산에서 인천공항 가는 버스가 있다는 사실을 이번 여행에서 처음 알았다. 생긴 지 몇 달 되지 않은 노선이다. 다행히 비와 눈은 가는 도중에 멈추었는데, 중부지방쯤 가자 부산에서 보기 힘든 눈이 산에 많이 쌓여 있었다.
여행은 잠이 반, 구경이 반이라고 했던가? 자다 깨다를 되풀이하다 보니 중부고속도로 문경휴게소에 도착했다. 12시였다. 잠시 쉬는 시간에 동료들과 가볍게 우동 한 그릇을 먹고 또 다시 자다 깨다를 되풀이하다보니 인천공항이었다. 오후 3시였다. 빨리 도착한 줄 알았더니 단체 일행 중 우리가 제일 꼴찌란다.
덧붙이는 글 | 튀르크 여행기입니다. 역사를 중심으로 한번 살펴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