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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말기의 당간지주와 팔각집
백제말기의 당간지주와 팔각집 ⓒ 김문창
충남 계룡산 자락 상신리(上莘里)에서 나무를 하나하나 깎아 97년부터 10년째 팔각 전통가옥을 짓고 있는 부부가 있다. 박의하(47세) 강현경(46세) 부부다. 박씨 부부는 97년 상신리 일대를 본 뒤, 이곳에다 집을 짓고 살면 좋겠다고 판단해 98평 터를 샀다.

처음에는 토담집을 짓고 살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이왕 집을 지을 거면 수입산 목재가 아닌 우리나라 목재로 집을 짓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짜 목수가 집을 짓게 된 배경이다.

목걸이 만든 경험이 전통 가옥 짓는 목수로

완성된 3층 팔각 누각
완성된 3층 팔각 누각 ⓒ 김문창
박의하씨는 원래 전국 산행을 다니던 사람이다. 산행 도중 쉬는 시간을 활용해 등산용 칼로 목걸이를 만들어 걸고 다녔는데, 그걸 본 사람들이 갖고 싶어 하자 하나둘 나눠주면서 스스로 목각에 손재주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리고 87년부터 본격적으로 목각 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길 10년만에 처음으로 집짓기에 나섰다. 97년 3월 집 설계를 시작했다. 고건축 도면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한국 고건축 자료를 모아 참조하고, 고구마를 깎아 맞춰보면서 각을 잡아 3개월만에 도면을 완성했다.

박씨가 설계한 집은 3층짜리 나무집이다. 목재도 다양하다. 경상북도 울진과 영덕에서 나오는 금강 송(육송) 9m 60cm 짜리를 중심기둥에 쓰고, 4m 50cm 짜리를 고주기둥에 사용했다. 2m 70cm짜리로 17개 기둥을 세웠고, 서까래는 경상북도 봉화에서 나오는 4m 50cm-80cm짜리 춘향목 144개, 지붕은 충청남도 예산 차동고개 공사에서 베어낸 참나무를 너와로 사용했다.

박씨가 구한 나무만도 11톤 트럭으로 14대 분량에 이르렀다. 당연히 나무값이 만만치 않았다. 박씨는 4년 동안 나무만 다듬었단다. 이를 본 동네 사람들이 집 짓겠다고 기초만 해 놓고 내내 나무만 다듬고 있으니까 약간 이상한 사람이라며 기피했단다.

큰 부상당해 누워 있다 산삼 두 뿌리 캐어먹고 기운차려

팔각집 내부의 서까래
팔각집 내부의 서까래 ⓒ 김문창
박씨는 2001년 4월 혼자 서까래를 나르다 넘어져 큰 부상을 당했다. 광대뼈가 함몰되고 다리에 부상을 당해 하루에 죽은피를 한 컵씩 흘리면서도 병원 가기를 거부했다. 병원을 가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단다.

2개월 동안 누워 진통제와 소염제를 복용하며 치료를 받던 중 하루 20시간씩 잠만 잤다. 그러다가 그 해 6월 2일 박씨가 아내에게 계룡산에 가서 머위 나물을 뜯어다 먹고 싶다고 부탁했다. 결국 부부가 뒷산에 올라갔는데 중턱쯤에 산삼 비슷하게 생긴 풀이 있어 캐어보니 산삼향이 나더란다. 그 때 부인도 앞서 똑같은 것을 보았다며 그게 산삼이냐고 남편에게 물었다.

부부는 산삼 두 뿌리를 각각 하나씩 나누어 먹고 동네 어른에게 산삼 잎을 보여주었다. 그랬더니 어른이 절을 하며 캔 사람이 잎까지 모두 먹는 것이라고 알려주었다. 그 후 박씨는 자리를 털고 일어나 서까래 140개를 쉬지 않고 모두 짜 맞추었다.

현재 팔각집은 3층 꼭대기에 있는 너와 지붕과 4.5평 누대만 3년 걸려 완성한 상태로 모습을 드러냈다. 올해 3층까지 외벽을 완성시키고, 내부공사는 2007년에 완성할 계획을 갖고 있어 12년만에 팔각 3층집이 완성될 것으로 보인다.

단청은 안 할 것… 벌레들도 살아야지

팔각집 내부의 중심기둥과 고주기둥
팔각집 내부의 중심기둥과 고주기둥 ⓒ 김문창
자신이 건축 일을 조금만 알았더라도 이런 집을 짓겠다는 계획을 세우지 않았을 것이라는 박씨. 그는 "10년이란 세월을 집 하나 짓기 위해 흘려보냈지만 후회는 없다"며 "이제는 주변 사람들이 팔각집이 완성되는 날이 언제인지 관심이 더 크다"고 말했다.

박씨는 팔각집에 단청이나 마감칠 등을 하지 않을 생각이란다. 벌레도 자신들에게 중요한 부분은 모두 알아서 피하며 오히려 단청 등을 할 경우 (벌레가) 숨구멍을 뚫기 위해 이곳저곳 구멍을 파 집을 망칠 수 있다는 것. 박씨는 "벌레들이 사람들보다 더 똑똑한 것 아니냐"며 슬며시 미소 지었다. 박씨는 집이 완성되면 큰잔치를 벌일 테니 꼭 참석하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강씨는 "이제 집의 한 부분이 완성돼 기쁘다"며 "집을 잘 지으려면 여자도 기운이 세야 하고 변하지 않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홀로 기둥을 하나하나 세우는 남편을 바라보고 있으면 가슴이 아프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모습이 보기에 좋다"고 덧붙였다.

한편 상신리는 산기운이 좋다 하여 봉우 권태훈(1900∼1994. 선인(仙人), 예언가) 선생이 일찍이 수련하고 단학을 전파한 곳이다. 또한 통일신라와 백제 말기로 추정되는 구룡사 터의 기와가 발견되는 등 오래 전부터 구룡쟁주(九龍爭珠) 형의 명당 터로 널리 알려져 있다.

박의화씨가 마을입구에 세운 장승
박의화씨가 마을입구에 세운 장승 ⓒ 김문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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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충청지역에서 노동분야와 사회분야 취재를 10여년동안해왔습니다. 인터넷을 통한 빠른소식을 전할수 있는게기가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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