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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구리의 앞다리는 지리산을 향해 달려가려는 듯 쭉 뻗어있습니다.
너구리의 앞다리는 지리산을 향해 달려가려는 듯 쭉 뻗어있습니다. ⓒ 조태용
너구리의 발은 지리산을 향해 달려가려는 듯 쭉 뻗어 있습니다. 지리산으로 돌아가고 싶었겠죠. 지리산에서 섬진강으로 내려갔다가 다시 산으로 가면서 생긴 사고입니다. 그는 결국 산으로 가지 못하고 도로 위 노란선에서 생명을 다했습니다.

지리산을 곁에 두고 살다 보니 밤에는 고라니를 만나기도 하고, 동물들이 도로에서 흔히 말하는 '로드킬(Road kill)'로 죽어가는 것을 보게 됩니다. 많은 동물이 살고 있는 지리산과 섬진강 일대 88고속도로, 17번, 19번 국도는 가장 많은 동물이 죽어가는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아무리 빨리 달려도 피할 수 없는 자동차의 속도에, 죽으면서도 의아해 했을 동물들의 두려운 마음을 생각해 봅니다.

밖으로 흘러나온 내장이 도로 위 여기 저기에 널브러져 있습니다.
밖으로 흘러나온 내장이 도로 위 여기 저기에 널브러져 있습니다. ⓒ 조태용
오늘 아침 검은 아스팔트 위에 붉을 피와 내장을 쏟아내고 죽어버린 너구리의 표정이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저 익숙한 산길로 올라가려고 했을 뿐인데 말입니다.

너구리의 널브러진 사체를 수습하여 지리산 자락에 묻었습니다. 몸뚱이와 분해된 다리와 일탈한 내장을 수습하여 한 자리에 놓고 주변에 돌과 나뭇잎으로 덮어 너구리 무덤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하지만 밤새 추운 날씨에 도로에 달라붙은 내장들은 떨어지지 않습니다. 자신이 여기서 죽어갔음을 알리는 깃발이라도 되겠다는 듯이 말입니다.

너구리의 달라붙은 핏덩이와 내장을 보며 끝없이 이어진 편리한 도로 위에서 무서운 속도와 파괴력을 가진 자동차에 치여 피 흘리며 죽은 많은 짐승들을 생각해 보게 합니다. 과연 그 숫자는 얼마나 되는 것일까요?

교통사고로 죽는 사람의 숫자는 2004년 6563명이라고 합니다. 그럼 동물들은…. 아마도 10배, 100배쯤 되지 않을까요. 동물들에게 안전 교육을 시킬 수도 없고, 따로 건너갈 길도 없으니 이들은 계속해서 죽어가야 할 것 같군요.

무서운 속도와 파괴력을 가진 자동차가 힘차게 달려옵니다.
무서운 속도와 파괴력을 가진 자동차가 힘차게 달려옵니다. ⓒ 조태용
인간의 욕심만을 생각한 도로와 차가 없어지지 않는 한, 동물들의 교통사고는 끝없이 이어질 것이고, 여기 저기 동물의 사체들은 납작한 쥐포처럼 바싹 말라서 바람에 사라질 날만 기다리겠죠. 비싼 차, 싼 차, 바쁜 차 등 등 수없이 많은 차들의 검은 바퀴가 그들의 완전 분해를 돕고요.

너구리 무덤을 만들어준 것이 이번이 벌써 세 번째가 됩니다. 오늘 아침 만난 너구리가 고라니가 되고, 멧돼지가 되기도 하고, 사람이 되기도 하겠죠.

결국 자동차가 문제인가요. 결국은 자동차를 이용하는 인간이 문제네요. 아니면 바쁜 세상이 문제인가요. 동물을 죽이는 자동차를 만든 회사들은 죽어가는 동물들을 위해 동물이 이동할 수 있는 통로라도 만들어 줘야 하지 않을까요.

자동차를 운전하는 분들도 동물이 많이 다니는 도로에서는 천천히 운행했으면 합니다. 도로에 항상 동물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면 사고가 줄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저 역시 운전하면서 제 자동차에 동물이 다가오지 않기만을 바라고 삽니다.

너구리 사체를 수습하여 지리산 자락에 묻었습니다.
너구리 사체를 수습하여 지리산 자락에 묻었습니다. ⓒ 조태용
모든 인간이 끝까지 살아남으면 지구상의 모든 생명이 위협 받고, 인간이 사라지면 모든 생명이 평화롭다는 말이 떠오릅니다. 매일매일 교통사고로 죽어가는 많은 동물들을 위해 잠시 묵념이라도 해야겠습니다.

너구리 무덤가에서 죽어간 뭇 짐승들을 위해 묵념합니다. 합장.

덧붙이는 글 | 동물과 사람은 공존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인간을 위해 동물이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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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에서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친환경 농산물 직거래 참거래농민장터(www.farmmate.com)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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