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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4일 밤 전용기편으로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4일 밤 전용기편으로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valign=top이건희 회장 귀국 현장 이모저모 / 권우성 기자

재계 대통령으로 불리는 '그'가 돌아왔다. 꼭 5개월만이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4일 저녁 김포공항에 모습을 비쳤다. 몸은 휠체어에 의지하고 있지만 표정은 상기돼 있었다. 건강에도 이상은 없어 보였다.

그는 "소란 피워 (국민들께)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책임은 나 개인에게 있다”고 말했다. 한국 사회를 뒤흔든 '안기부 X파일'과 '삼성공화국'을 둘러싼 각종 논란에 대한 소회다.

하지만 삼성을 둘러싼 정서는 간단하지 않다. 검찰은 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 배정에 대한 수사 강도를 높이고 있다. 1심 재판부는 이미 검찰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이 회장의 소환도 배제할수 없다.

또 삼성 지배구조를 뒤바꿀 수 있는 법안이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다. 검찰의 무혐의 판정으로 일단락된 '안기부 X파일' 사건도 불길이 채 꺼지지 않은 상태이다. 삼성자동차 채권 문제는 결국 법정으로 넘어갔다.

삼성을 둘러싼 여러 논란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셈이다. 이 회장의 귀국이 더욱 관심을 끄는 이유다.

베일에 쌓인 이 회장의 5개월 행적

이 회장이 극비리에 미국으로 출국한 것은 지난해 9월 4일. 그해 5월 고려대 철학박사 학위 수여식 파동에 이어 삼성공화국 논란이 한창 일 때였다. 게다가 '안기부 X파일' 녹취록 일부가 공개되면서, 삼성의 불법 대선자금 전달 및 검찰 로비 의혹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었다.

검찰 수사가 진행됐고, 국회에서는 이 회장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했다. 그러나 삼성쪽은 이 회장의 출국 사실을 뒤늦게 공개했다. 건강검진 때문이라는 해명이 뒤따랐지만 여론의 시선은 따가웠다.

출국 후 5개월 동안 이 회장의 행적은 철저히 베일에 감춰져 왔다. 삼성쪽은 그의 행선지 등에 대해 철저히 함구로 일관했다. 대신 미국에서 폐암 수술 후유증 진단과 치료, 요양 등으로 시간을 보냈고, 지난해 연말께 일본으로 옮겨와 도쿄 등지를 오가며 사적 만남을 가져왔다고 밝혔다. 이 역시 객관적으로 확인된 적은 없다.

지난해 11월 19일 막내딸 윤형씨(당시 26세)의 자살사건도 처음엔 '교통사고'로 알려졌다. 이후 이 회장의 심신이 극도로 쇠약해졌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돌았다. 하지만 삼성쪽은 그의 건강이나 동정에 관해 입을 굳게 닫았다.

지난해 연말 청와대의 대중소기업 상생회의 등 삼성 안팎에서 중대행사가 이어질 때마다 이 회장의 귀국설이 나돌았지만, 설(說)로 끝났다. 그의 해외체류가 장기화하면서 건강과 앞으로 행보를 둘러싼 온갖 억측이 나돌기도 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4일 저녁 그룹 직원들의 호위를 받으며 김포공항 입국장을 들어서고 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4일 저녁 그룹 직원들의 호위를 받으며 김포공항 입국장을 들어서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왜 지금 들어왔을까

왜 지금 들어왔을까. 우선 이 회장을 둘러싼 온갖 억측을 잠재울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 경영 총수의 장기간 공백으로 인한 우려도 씻어야 한다는 것. 주로 삼성과 재계쪽에서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이 출국한지 5개월 넘자 건강악화설과 도피설 등 결코 삼성에 도움되지 않는 이야기가 나돌았다"면서 "이는 삼성이나 한국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해 연말 강신호 전경련 회장이 이 회장에게 귀국을 조언한 것도 이같은 맥락"이라며 "검찰의 'X파일 사건' 수사도 마무리됐고, 다른 부분도 큰 무리 없이 정리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 관계자는 "(이 회장은) 그동안 해외에서 건강진단과 요양, 사업계획 구상 등의 시간을 보냈다"면서 "그동안 일부에선 경영공백 우려도 있지만, 전혀 그런 일은 없다"고 일축했다.

이와 함께 경영권 승계 등 지배구조를 둘러싼 삼성 논란에 대해 이 회장의 해법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주로 시민사회진영에서 제기했다.

최근 김상조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은 "이 회장이 하루빨리 들어와 삼성과 관련된 제반의 문제를 먼저 풀기 바란다"면서 "검찰도 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 배정과 불법정치자금 등에 대해 진실을 밝힐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4일 밤 김포공항을 나와 전용차인 마이바흐57에 탑승해 이태원동으로 향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4일 밤 김포공항을 나와 전용차인 마이바흐57에 탑승해 이태원동으로 향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삼성 논란은 '현재진행형', 이 회장 해법 내놓을까

이 회장이 귀국함에 따라 삼성을 둘러싼 각종 논란이 어떤 식으로 정리될지 관심거리다. 우선 지난 96년 이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에게 배정한 애버랜드 주식 문제가 걸려 있다.

검찰은 삼성그룹이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이 상무 등에게 헐값으로 배정했다는 것이고, 1심 재판부도 이를 대부분 인정했다. 특히 검찰은 주식 배정과정에서 그룹차원의 조직적인 개입이 있었을 것으로 보고 수사 강도를 높이고 있다. 현재 압수한 회계장부를 면밀히 검토 중이다.

물론 검찰은 당장 이 회장을 소환 조사할 계획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언제 어떻게 이 회장의 소환이 이뤄질지 점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에 지난해 말 검찰이 무혐의 판정을 내린 '안기부 X파일' 사건의 여진도 여전하다. 검찰의 부실수사 여론이 커지고 있고, 국회에서는 특별법과 특별검사를 논의 중이다.

이에 금융산업구조개선에관한법률(금산법) 등 삼성 지배구조를 뒤바꿀 수도 있는 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다. 당초 박영선 열린우리당 의원이 내놓은 내용보다 후퇴하긴 했지만, 삼성 입장에선 여전히 부담이다.

이 회장이 사재를 출연해 해결했다는 삼성자동차 문제도 법정공방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채권 은행단쪽에서 삼성을 상대로 4조원대의 소송을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삼성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이 회장은 이날 귀국하면서 "모든 책임은 나 개인에게 있다"고 말했다. 삼성을 둘러싼 각종 논란의 정점에 이 회장이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밝힌 셈이다. 삼성 해법을 두고 이 회장의 행보에 국민의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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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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