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미납, 한나라당이 가장 쟁점화하는 대목이다.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전재희 의원은 유 내정자가 1999년 7월∼2000년 7월까지 13개월 동안 국민연금을 납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 전까지는 유 내정자가 한국학술진흥재단에서 국민연금 직장가입자 자격을 유지했으나 재단을 그만 둔 뒤 13개월 동안 지역가입자로 신고하지 않았다는 것.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은 1999년 당시 상황은 직장가입자에서 지역가입자로 국민연금제가 확대되던 때라며, 그 과정에서 생겨난 '행정공백'이라는 입장이다. 이기우 보복위 간사는 "국민연금 관리공단의 책임도 있다"며 "지역가입자에 대한 소득파악도 안되던 상황이라 공단이 통보하는 과정에서 '사각지대'가 많이 발생했다"고 반박했다.
또한 노웅래 원내대변인은 "실직자(프리랜서)가 되면 직장가입자가 지역가입자로 바뀌는 과정에서 그런 사각지대가 나올 수 있다"며 "공단의 통보도 없는데 제발로 찾아가 신고하는 경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재완 한나라당 간사는 "장관이 아니라면 상황을 이해할 수 있지만 3개월 체납에도 압류가 가능한데 1년 이상 안낸 장관에 대해 납입자들이 '장관도 안냈는데'라고 반박하면 공단 직원은 뭐라고 답해야 하냐"고 반문했다.
유 내정자측은 "공단의 통보가 없어서 몰랐다"며 "2000년 7월께 공단의 통지를 받고 이후에는 연금보험료를 납부해왔다"고 의도성이 없었음을 강조했다.
[쟁점② 과거사] 서울대 프락치 사건, 피해자인가 가해자인가
이미 사법부의 판결이 끝난 사건이지만 한나라당은 도덕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른바 '서울대 프락치 사건'은 1984년 9월, 서울대 학생들이 10일 동안 학내에서 타대학 학생 등 4명을 정부기관 프락치로 오인, 감금 폭행해 부상을 입힌 사건으로 당시 유 내정자는 서울대 복학생협의회 대표로 이 사건에 연루돼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한나라당은 법률적 판단과 도덕성의 문제는 별개라며 4명 피해자들에 대한 증인 신청을 요구했으나 보건복지위 표결에서 부결되었다. 민주노동당이 "정책과 자질 검증을 위한 인사청문회를 정략적인 정쟁 대립의 난장판으로 만들려는 의도"라며 반대 입장을 표시했기 때문이다.
당시 26세 청년이던 유시민 내정자가 작성한 '항소이유서'는 유명하다. 편지지 30여장에 달하는 항소이유서는 <월간조선>에도 보도됐다. 이기우 의원은 "시대가 낳은 사건이고 양측 모두 피해자"라며 "한나라당의 심재철, 이재오 의원들도 잘 알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역시 "아무리 유시민 내정자가 얄밉더라도 청문회는 국무위원 검증의 자리이지 '손보는 자리'는 아니"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박재완 의원은 "장관의 자질 문제를 따지는 필요조건에 해당된다"며 "법치주의 인식 문제를 따질 것"이라고 물러서지 않았다.
[쟁점③ 정책·현안] "개혁성 미달, 시장친화적"
야당, 특히 민주노동당이 가장 벼르는 분야다. 민주노동당은 유 내정자에 대해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으로 활동했지만 그가 책임지고 발의하거나 통과시킨 개혁적인 법안이 하나도 없다"며 "시장경제 논리에 입각해 의료분야 산업화·시장화에 찬성하는 입장을 가진 사람이 보건복지 업무를 담당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부적격' 판정을 내렸다.
이에 대해 유 내정자는 65세 이상의 특정 자산 규모 이하 노인을 대상으로 국가가 전액 부담하는 '효도연금법'을 비롯 응급의료기금의 안정적 확보를 위한 응급의료법 개정안 등 예닐곱 가지 법안을 냈다고 반박했다. 또한 독일 유학 시절 사회보험에 대해 공부를 했고 관련해서 칼럼과 책도 집필했다고 말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 등 진보적인 보건의료시민단체들은 지난달 유시민 장관 내정 반대 성명을 내고 그 이유로 "시장친화적 정책을 강조해 왔다"며 '개혁성 부족'을 가장 크게 꼽았다. 또한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연구 난자제공 의혹과 관련, "노 대통령과 더불어 문제를 봉합하고 덮는 데 힘을 쏟은 인물"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노동당 역시 "황우석 사태에 대한 입장과 태도를 추궁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 내정자가 지난해 MBC < PD수첩 >의 황우석 교수 논문 검증 보도와 관련 "방송국 프로듀서가 황우석 교수를 검증하겠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짓이다, 내가 가서 검증하는 것과 똑같다"고 발언해 무리를 빚었다. 이에 대해 유 내정자측은 "취재윤리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라며 "표현이 과한 것은 사과한다"고 밝혔다.
현애자 민주노동당 의원은 '설화(舌禍)'와 관련해 '유시민의 조개론'을 내놓았다. 보건복지위 소속의 현 의원은 5일 보도자료를 내고 "2002년 대선 당시 발생한 개혁당 내 성추행 사건 해결 요구에 대해 '해일이 일고 있는데 조개 줍고 있다'는 발언으로 묵살했다"며 "아직까지 아무런 사과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현 의원은 "2002년 '성매매 제한적 합법화'를 주장하는 보수적인 논조 글을 잡지에 투고하기도 했다"며 "여성의 성(性)마저 '시장주의적'인 입장에서 바라보는 저열한 성의식"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노동당은 유 내정자의 이라크 파병반대 소신 번복도 거론할 태세다. 유 내정자는 지난해 11월 서울대 특강에서 "미국의 이라크 전쟁이 명분 없는 전쟁이라는 소신에는 변함이 없지만 궂은 일은 대통령이 하고 폼은 국회의원이 잡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며 "(대통령이) 욕먹을 때는 같이 먹고 비가 올 때는 같이 맞아야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쟁점④ 코드인사] "소신 아닌, 조정 능력 보여야"
한나라당은 유 내정자의 '자질'을 문제 삼으며 일찌감치 '코드인사'라고 규정해 왔다. 이날도 논평을 내고 "인사청문회의 존재 이유를 확실히 보여주겠다"며 "코드인사, 보은인사의 문제점을 국민 앞에 낱낱이 고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문제 삼는 대목이다. 1·2 개각 파문을 주도한 의원들은 "이미 끝난 얘기"라면서도 "대통령·총리와 코드 맞추다가는 당의 노선이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 보건복지위 소속 의원은 "총리와 가깝다고 하는데 총리의 입장대로 한다면 의원들과의 부딪칠 수 있다"며 "입장 정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기우 의원은 유 내정자가 제출한 국민연금 개정안과 효도연금법에 대해 "유 내정자가 연금 개혁의 전도사는 아니"라며 "정부와 조정하고 야당을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재원 확보와 관련 "김근태 전 장관처럼 재경부와 부딪칠 수 있냐"고 물었다.
김 전 장관은 재경부의 국민연금 민자유치 사업 활용 입장에 대해 반대를 표시하는 과정에서 노 대통령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이 의원은 "국민이 불안해하는 부분"이라며 "이해 당사자의 동의와 사회적 합의를 어떻게 끌어낼 것인지 조정능력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17대 국회 들어 진척이 없는 국민연금법 개정안 처리가 유 내정자의 첫 실험대. 정부는 '더 내고 덜 받는' 재정안정화 기조 하에 '연금 개혁'을 추진한다는 입장이지만 한나라당은 기초연금제 도입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다. 이에 유 내정자는 정부안을 유지하는 대신 제2의 연금인 효도연금을 도입하는 절충안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여당 내에서는 "조율되지 않은 안"이라고 반박한다.
이와 관련, 유 내정자는 지난해 말 <오마이뉴스>와 만난 자리에서 "정치란 선물이다, (국민연금법 개정안 처리를 위해) 한나라당과 대연정을 할지, 민주노동당과 소연정을 할지 선택하면 된다"며 "내가 꽤 친화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