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돌이 지나면서 온종일 집안 구석구석을 기어다니기는 잘하는데 서서 걷지를 못해 또 걱정을 했습니다. 그러다 14개월쯤 되어서 혼자 일어서기 연습을 하더니 덜컥 한 발짝 한 발짝 걷다가 넘어지곤 하네요. 집안에 형이나 누나가 있으면 걸어다니는 것을 보고 흉내를 내 볼 텐데 혼자 키워서 느린 것 같기도 해요.
이제 제법 걷는 게 자연스러워질 때가 되어서 처음으로 아기랑 포근한 오후에 외출을 해보기로 했답니다. 조선시대 때와 그 이전부터 제주의 관청이었던 목관아지를 찾았습니다.
아기가 빨간 잉어가 많이 놀고 있는 연못으로 가더니 물속으로 들어가려고 해서 얼른 잡았습니다. 그랬더니 들어가고 싶다며 놔달라고 떼를 씁니다. 연못 속을 보니 아기 키보다도 더 깊은 곳이어서 놀라 얼른 다른 곳으로 데려갔습니다.
데려가는 도중 아기가 넘어졌는데 태어나서 처음 흙을 만지더니 흙이 신기한지 자꾸 손바닥으로 흙을 잡기도 하고 손을 비비기도 하고 한참을 일어설 줄을 모르고 놉니다. 가만히 지켜보고 있는데 갑자기 땅을 기기 시작하더니 엄청난 속도로 연못을 향해 기어가기 시작합니다. 얼마나 놀랐던지 얼른 달려가서 아기를 안고 목관아지 관청이 있는 마당으로 데려갔답니다.
아기가 없을 때 애완견을 키웠는데 강아지가 땅을 보면 코를 박고 땅 냄새를 맡으며 흙을 파고 했던 게 생각이 납니다. 아기에게 장난감을 사주면 잠시 놀다 던져버리는데 자연 속에서는 그 자체만으로도 아이에게 많은 것을 줄 수 있겠구나 하고 느꼈답니다.
아기는 나무 밑에 가 돌덩이를 줍고는 나무 위로 올리려고 애쓰기도 하고 나무도 만져보고 나무 앞에 있는 표지판을 잡고 운전하는 것 흉내도 내고 합니다. 처음으로 아기가 자연스럽게 자연 속에서 자유로워진 것 같아 참 흐뭇했답니다.
방에서도 기어다니지 않던 아기가 흙에서 기어다닌 것을 보니 마당이 있는 집으로 빨리 이사를 하고 싶더군요. 아이가 장난감이나 교육 자료에 파묻혀 살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냥 하루종일 마당에서 뛰어다니면서 놀게 하고 싶은 간절한 소망이 생겼답니다.
돌아오면서 요즘 광고가 내내 마음속에 남았답니다.
'산이 키운 거랑 사람이랑 키운 거랑 다르잖아요. 지리산이 키운 거잖아요.'
우리 스스로 크는 것이 아니고 자연이 아기를 키울 수 있게끔 해야 정말 건강하게 자랄 수 있구나 하는 자연예찬을 하게 되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