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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보강 : 10일 오후 6시 30분]
"스크린쿼터는 전 세계의 '동막골'입니다. 지켜주세요."
영화 <웰컴 투 동막골>에서 주연을 맡았던 영화배우 강혜정(25)씨가 '스크린쿼터 사수 영화인 릴레이 1인시위' 6번째 주자로 나서며 든 피켓 문구다. 영화에서 '동막골'은 한국전쟁당시 남북·좌우의 이념 대립이 존재하지 않는 신비로운 강원도 시골마을로서 한국인이 꼭 지켜야 할 소중한 곳으로 등장한다.
강씨는 10일 오후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앞에서 안성기-박중훈-장동건-최민식-전도연에 이어 1인시위를 펼쳤다. 여자배우로서는 두번째. 영화 <말아톤>을 만든 정윤철 감독도 "한국영화는 백만불짜리 한국마케팅입니다, 스크린쿼터가 부자 한국을 만듭니다"고 쓰인 피켓을 들고 1인시위에 동참했다.
"스크린쿼터는 '동막골' '백만불짜리'"
강씨는 이날도 어김없이 몰려든 취재진과 수백명의 시민들 앞에서 다소 긴장한 듯 굳은 얼굴로 등장했다. 강씨는 먼저 "이 자리에 나오고 싶은 배우가 많다, 영광이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개인적으로 모험적인 작품을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은데 스크린쿼터가 없으면 그럴 수 없다, 여러분이 지키지 않으면 안 된다"면서 "한국영화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또 한 사람의 관객으로서 이 자리에 섰다"고 밝혔다.
또 "저도 오디션을 보던 어려운 시절이 있었는데 스크린쿼터가 축소되면 오디션을 볼 기회도 줄어들 것"이라고 토로했다.
'한국영화가 개방에 이기지 못할 만큼 경쟁력이 없다고 보냐'는 질문엔 "창작의 자신감이 없진 않지만 창작할 자리가 줄어들면 나와 감독, 스태프를 포함한 모든 영화인들이 설 자리가 없어질 것"이라고 답했다.
'1인시위가 시민들에게 얼마만큼 파급력이 있을 것인가'란 질문엔 "어떤 남자가 나무를 한 그루씩 평생 심었더니 숲이 되더라"는 MBC 드라마 <궁>의 한 대사를 인용한 뒤 "개개인의 작은 목소리들이 합쳐져 정부 정책을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씨는 영화계의 스크린쿼터 지키기 투쟁이 일부 스타배우들의 '밥그릇챙기기' '집단이기주의'란 비판 여론에 대해 "밥그릇을 챙기기 위해서라면 맥도날드에서 일하지 왜 이 자리에 나왔겠나"고 다소 흥분된 목소리로 반박했다.
이어 "스크린쿼터는 영화인 집단의 문제인 것과 동시에 개인, 동료들의 문제"라며 또래 영화배우들도 스크린쿼터 축소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말아톤> 정윤철 감독 "스크린쿼터 사수 마라톤, 이제 시작"
정윤철 감독은 1인시위를 시작하자마자 시민들을 향해 "사진 많이 찍어서 개인홈페이지에 많이 올려주세요"라고 외치며 홍보를 당부했다.
'인기 배우는 배부르고 스탭은 배고프다'는 이른 바 '영화계 양극화'와 관련, 정 감독은 "배우·감독의 90% 이상은 서민"이라며 "이 싸움은 영화계 밥그릇싸움, 집단이기주의가 아니라 한국문화의 정체성이 담긴 한국영화를 지키자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정 감독은 "정부가 FTA가 국익에 도움될 것이라고 말하는 것을 국민들이 그 내용은 잘 알지 못하면서 무조건 믿는 경향이 있다"며 "'황우석 신드롬'이 온 국민을 사로잡았던 경우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영화가 우리의 주요 수출품목인 자동차, 핸드폰보다 더 '돈'이 될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미국이 스크린쿼터와 FTA를 맞바꾸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정 감독은 "<말아톤>이 500만, <웰컴 투 동막골>이 800만의 관객을 동원하리라고는 그 누구도 상상할 수 없었다, 마찬가지로 스크린쿼터도 관객이 도와주면 지킬 수 있을 것"이라며 "마라톤에서 꼭 완주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시위를 시작한 뒤 2시간 가량 지나자 정윤철 감독과 강혜정씨를 둘러싸고 있던 행인들도 수십명 수준으로 줄었다. 이리저리 움직일 수 있게 되자 정 감독과 강씨는 교보빌딩 앞을 돌아다니며 행인들에게 스크린쿼터 축소반대의 당위성을 적극 홍보했고, 팬과 행인들도 이들과 함께 우르르 몰려다녔다.
| | 배우들 1인시위에도 시민들은 팽팽한 찬반여론 | | | |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앞에서는 지난 4일부터 내로라하는 스타 배우와 감독들의 시위가 6일째 계속되고 있지만, 행인들의 여론은 여전히 찬반이 팽팽한 양상을 보였다.
시위장소 근처를 지나던 김준철(29·대구)씨는 "스크린쿼터 축소는 시기상조"라며 "정부가 FTA협상에 앞서 슬쩍 스크린쿼터를 축소한 것 같아 안타깝다"고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차지호(20·대전)씨는 "영화인들이 고생해서 만든 작품이라도 작품성이나 흥행성을 크게 인정받는 몇몇 영화를 빼고는 흥행에서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며 스크린쿼터 축소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반면, 신성아(20·서울)씨는 "관객수에 비해 한국영화의 수준은 아직 함량미달"이라고 주장한 뒤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도 개방해야 한다"며 스크린쿼터 축소에 찬성했다.
김민식(25·경기)씨도 "스크린쿼터 축소 문제는 영화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전체 이익의 문제"라며 "국제적 상황이 영화시장 개방을 요구하는 만큼 스크린쿼터는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스크린쿼터 사수 영화인 대책위원회는 정부의 스크린쿼터 축소가 철회될 때까지 1인시위를 계속할 계획이다.
11일에는 배우 김주혁씨와 <왕의 남자>의 이준익 감독이 1인시위에 나선다. 이어 <왕의 남자> 주연인 배우 이준기씨가 12일 1인시위를 이어갈 것이라고 스크린쿼터대책위는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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