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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머리등(龍山)'이 있는 마을 앞 해창뜰의 너른 농토를 터전으로 찬란했던 농경문화를 꽃피우며 살아왔던 중흥마을과 해창마을에는 오래 전부터 전해 내려오던 정월 대보름 세시풍속 '용(龍)줄다리기'가 있다.
중흥·해창 용줄다리기는 1965년 줄다리기 도중 뜻하지 않는 사고가 발생하여 자칫 그 맥이 끊길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하지만 20년 만에 재현에 성공해 1985년 남도문화제에 출전하여 우수상을 타기도 했다.
1997년부터 순천시 농업 기술센터 해룡면 농민 상담소(임용택 소장)와 해창마을 출신 이홍재씨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중흥·해창 용줄다리기는 6회까지 전해지는 데 성공하지만 이후 또 그 맥이 끊긴다.
다행히 2005년 용줄다리기 보존회가 구성되면서 국제 와이즈맨 승평클럽의 주관으로 7회대회가 실시됐다. 2006년부터는 해창마을이 농촌진흥청 농촌테마마을로 지정되면서 8회 행사를 맞게된 것이다. 이번 용줄다리기는 '2006년 병술년 대보름 세시풍속 행사'로 해창 농촌전통테마마을 운영위원회와 중흥·해창 용줄다리기 보존회가 주관했다.
중흥·해창 줄다리기는 섣달 보름부터 준비에 들어간다. 학생은 서당이나 학교를 다녀온 후, 일하는 사람들은 나무를 하고 난 오후부터 작은 새끼줄을 꼬아 소동놀이로 줄다리기를 한다. 차츰 줄이 커져 섣달 그믐 저녁에 당산제를 지내고 마당밟기를 시작해 초닷새 무렵까지 마당밟기를 끝낸다.
그때부터는 초승달이 뜨는데 새해가 되기 전에는 오후에 끌고 줄이 점차 커지면서는 밤에 끌게 된다. '애기줄'은 섣달 보름부터 세안에 만들어진 정도의 줄로 애기줄다리기는 '끌는다'는 표현을 쓴다. '봇줄'은 줄이 점차 굵어져 보름 안에 끌게 되는 제법 큰 줄로 봇줄을 '댓다'고 한다. 큰줄은 줄이 완성되면 곧바로 가지고 나가서 코를 걸고 끌게 된다. 대개 저녁 11시에서 새벽 1시경에 코를 걸게 되는데 큰줄을 끌는것을 바로 '줄다리기'라고 한다.
줄다리기는 조금만 끌어도 날이 새는 경우가 허다하여 뒷날까지 끌기도 하고, 때에 따라서는 승부가 나지 않아 연 사흘간이나 줄다리기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한다.
고를 만들 때에는 각각 18가닥으로 만들어 양쪽을 합해 36가닥이 된다. 그리고는 36가닥을 12가닥씩 3줄로 만들어 더 이상 꼬이지 않을 때까지 비벼서 줄을 한가닥으로 만든다. 이때는 마을 주민들이 혼연일체가 되어 "비벼라" "도셔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줄을 꼰다.
줄을 꼬는 것을 줄을 '드린다'라고 하는데 큰줄은 잡고 끌 수가 없기 때문에 지네발 같은 옆줄을 달아 잡아 당긴다. 현재 줄을 제작할 수 있는 기능 보유자는 해창마을의 박상길, 이강식, 강대철, 중흥마을의 장점용, 김종수, 진영기씨 등이 있으며 앞소리를 메기는 이(선소리꾼)는 해창마을의 박상길, 중흥마을의 김종수씨이다.
중흥·해창 용줄다리기는 400여 년 전부터 전해 내려오던 것으로 농경사회에서 우리 조상들이 주민 총화를 다지고 마을의 재액을 막고 풍년을 기원하는 고유의 민속놀이였다. 해창마을이 숫줄, 중흥마을이 암줄을 사용했는데 줄다리기를 하는 동안 소리꾼이 외치는 질펀한 성적인 농담은 모든 사람들의 웃음을 자아낸다.
올해 병술년 용줄다리기는 해창마을이 이겼다. 줄다리기를 하여 이기는 쪽이 그해 풍년이 든다고 전해지는데 옛날에는 이긴 마을 사람들이 패배한 마을에 승전놀이를 가서 마을 위세를 자랑하기도 했다.
옛날에는 줄다리기를 끝낸 용줄을 잘라서 농사용 퇴비로 사용했다는데 중흥·해창마을에서 작년까지 사용했던 용줄은 전남 영암에 있는 전라남도 농업박물관에 기증해서 보존할 계획이다.
줄다리기에 사용하는 줄을 큰줄이라고 하는데 대부분이 줄을 묶어서 사용할 뿐 중흥·해창처럼 꼬는 줄(용줄)을 사용하는 지역은 찾아보기 어렵다.
얼싸 더리덜렁
아따 아들아 줄걸어 메라
어얼싸 더리덜렁
우리 군사는 녹두장군
어얼싸 더리덜롱
짝짝 맞춰라 호박엿 사줄께
어얼싸 더리덜렁
용줄다리기 노래 - 중략 - 강병철(65.해창마을 이장)
이외에도 순천 해룡면 와온(臥溫)마을에서는 한 해의 무사안녕과 풍어와 만선을 기원하는 풍어제와 달집태우기 행사가 밤늦도록 계속되었다.
덧붙이는 글 | 순천시청(www.suncheon.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