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아빠 손을 붙잡고 12일 평택 미군기지 이전 반대 집회에 참가한 한 어린이가 K-6(캠프 험프리스) 미군기지를 향해 연날리기를 하고 있다.
아빠 손을 붙잡고 12일 평택 미군기지 이전 반대 집회에 참가한 한 어린이가 K-6(캠프 험프리스) 미군기지를 향해 연날리기를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12일 경기도 평택시 팽성읍 대추초등학교에서 열린 미군기지 확장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의 기지 이전 반대 집회에서 주민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주한미군 없는 세상'을 꿈꾸며 연날리기를 하고 있다.
12일 경기도 평택시 팽성읍 대추초등학교에서 열린 미군기지 확장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의 기지 이전 반대 집회에서 주민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주한미군 없는 세상'을 꿈꾸며 연날리기를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valign=top"오는 미군 막아내고 올해농사 지어보세" / 남소연 기자

올해 가을 평택 팽성 벌판에서 누렇게 익은 벼가 넘실거리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한·미 양국 정부는 2004년 한강 이남에 있는 용산 미군기지와 미2사단을 현 평택시 팽성읍 미군부대 캠프 험프리로 확장 이전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팽성 주민들은 285만평의 농토를 잃을 처지에 놓였다.

평택 미군기지 확장저지 범국민대책위(범대위)와 국제화 계획 지구 반대 고덕투쟁위원회 등 팽성·고덕 주민과 민주노동당, 민주노총, 학생단체, 시민단체 회원 등 3000여명은 정월대보름을 맞아 12일 오후 팽성읍 대추리 대추초등학교에서 미군기지 확장 반대·강제토지 수용 저지 '3차 평화대행진'을 개최했다.

대추초등학교에서 날린 200여개의 연

오후 2시 본행사가 시작되기 전, 독수리가 그려진 200여개의 연이 대추초등학교 하늘을 수놓았다. 한반도 평화와 미군기지 확장 저지, 그리고 올해 풍년대작을 기원하는 마음이 담긴 연이었다. 민노당이 준비한 150개 연은 일렬로 연결돼 미군기지 캠프 험프리 위를 날았다. 미군기지는 대추초등학교에서 불과 30여 미터 앞이다.

집회 연단은 볏단으로 쌓아 올렸다. 연단 뒤론 파란 논과 하얀 쌀밥이 그려졌다. 그림 앞엔 풍년제를 지내기 위한 제사상이 마련됐다. 며칠 전 내린 눈으로 아직 질퍽질퍽한 운동장엔 집회에 참여하기 위해 전국 곳곳에서 올라온 사람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참석자들은 "전국민이 똘똘뭉쳐 기지확장 막아내자", "전국민이 힘으로 올해농사 지어보자", "오는 미군 막아내고 올해농사 지어보세" 등 구호를 행사 내내 외치며 팽성에 부는 찬 바람에 맞섰다. 손엔 정부와 미군을 규탄하는 문구가 쓰인 피켓을 들었다. 각 단체 이름을 나타낸 깃발과 '미군기지 확장반대' 등이 빨갛게 쓰인 노란 바탕의 깃발 수백 여개도 함께 나부꼈다.

행사는 '풍년제'로 막을 열었다. 풍년제에선 풍년기원춤에 이어 축문이 낭독됐고, 주민과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이 연단에 나와 절을 올렸다.

문정현 신부 "파란평야에 하얀쌀 내는게 평화"

미군기지 이전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12일 K-6(캠프 험프리스) 미군기지 주변에서 '주한미군 없는 세상'을 꿈꾸며 연날리기를 하고 있다(왼쪽). 12일 경기도 평택시 팽성읍 대추초등학교에서 열린 미군기지 확장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의 기지 이전 반대 집회에서 주민들이 농기구를 들고 내년농사를 다짐하고 있다.
미군기지 이전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12일 K-6(캠프 험프리스) 미군기지 주변에서 '주한미군 없는 세상'을 꿈꾸며 연날리기를 하고 있다(왼쪽). 12일 경기도 평택시 팽성읍 대추초등학교에서 열린 미군기지 확장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의 기지 이전 반대 집회에서 주민들이 농기구를 들고 내년농사를 다짐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12일 경기도 평택시 팽성읍 대추초등학교에서 열린 미군기지 확장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의 기지 이전 반대 집회에 주민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참가, 주한미군철수와  평택미군기지 확장 반대를 주장하고 있다.
12일 경기도 평택시 팽성읍 대추초등학교에서 열린 미군기지 확장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의 기지 이전 반대 집회에 주민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참가, 주한미군철수와 평택미군기지 확장 반대를 주장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12일 경기도 평택시 팽성읍 대추초등학교에서 열린 미군기지 확장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의 기지 이전 반대 집회에서 주민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12일 경기도 평택시 팽성읍 대추초등학교에서 열린 미군기지 확장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의 기지 이전 반대 집회에서 주민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이날 평화대행진에는 일본 오키나와에서 600여일동안 미군기지 확장 반대 운동을 펼치고 있는 '일평반전지주회관동' 소속 일본인 10여명도 참석했다. 단상에 올라선 도미야마 마사히로는 "한국민중과 연대해 미군기지 확장 저지를 위해 끝까지 투쟁하겠다"며 행사에 동참한 취지를 밝혔다.

문정현 신부는 대회사를 통해 "평택의 285만평 파란평야에서 하얀쌀을 내는게 평화이고 미군기지 확장이 바로 폭력"이라면서 "대추리 곳곳에 평화 텐트를 세우고 밤마다 불을 밝혀 폭력을 저지하기 위한 평화촌을 만들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의발언에 나선 문성현 민주노동당 대표는 미군기지 확장을 강행하는 현 정부를 강하게 규탄했다. 문 대표는 "현 정부가 평택 주민의 삶을 짓밟고 있다"면서 "농민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내년에도 볏단으로 연단을 만들도록 노력하자"고 말했다.

이어 진행된 평택지역 문예패연합의 공연에서도 정부를 규탄하는 발언이 계속됐다.

"일제 때도, 1952년 미군기지 확장 때도 땅을 빼앗긴 적이 있는데 이제 또 한마디 상의 없이 나가란다. 시장에서도 물건 살 땐 '이거 얼마요' 물어보는 게 예의다. 그런데 남의 농토를 이렇게 일방적으로 빼앗을 수 있나."

범대위는 선포문에서 "미군기지 확장과 강제토지수용을 막아내는 것은 주한미군의 아시아·태평양 침략군화와 한·미 동맹의 침략동맹화를 파탄내는 길"이라면서 정부가 미군기지 확장 계획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또한 최근 한·미 양국이 공동 발표한 '전략적 유연성'을 저지하고, 3월 논갈이·4월 못자리·5월 모내기를 진행하는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농토를 되찾겠다고 결의했다.

경찰과 큰 마찰 없이 열린 평화대행진

12일 경기도 평택시 팽성읍 대추초등학교에서 열린 미군기지 확장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의 기지 이전 반대 집회에서 주민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주한미군 없는 세상'을 꿈꾸며 날린 연이 K-6(캠프 험프리스) 미군기지 상공을 날자 미군들이 나와 지켜보고 있다.
12일 경기도 평택시 팽성읍 대추초등학교에서 열린 미군기지 확장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의 기지 이전 반대 집회에서 주민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주한미군 없는 세상'을 꿈꾸며 날린 연이 K-6(캠프 험프리스) 미군기지 상공을 날자 미군들이 나와 지켜보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미군기지 이전에 반대하는 팽성 주민들이 집회를 하는 동안 경찰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K-6(캠프 험프리스) 미군기지 안을 정찰하고 있다.
미군기지 이전에 반대하는 팽성 주민들이 집회를 하는 동안 경찰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K-6(캠프 험프리스) 미군기지 안을 정찰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오후 5시께 참석자들은 대추초등학교부터 황새울까지 약 1km를 행진하고 논 위에서 '달집태우기'를 진행했다. 풍물패의 흥겨운 장단 속에서 축제의 한마당이 열리는 가운데 대나무와 볏단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달집에 불이 붙었고 논은 어느새 희뿌연 연기로 가득찼다. 참석자들은 미군기지 위로 연을 띄우고 폭죽을 터뜨리기도 했다.

미군기지 안팎엔 56개 중대 수천명 경찰 병력이 배치됐고, 행사장에서 수십미터 떨어진 곳에선 인터넷 '전의경 부모들의 모임' 회원 20여명이 우려섞인 얼굴로 행사를 지켜보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행사는 평화적으로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돌발행동을 막기 위해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재경 국가인권위원회 침해구제1팀장은 "경찰측이 시위가 평화적으로 진행될 땐 이를 보장해준다고 했고 주최측도 별다른 몸싸움을 벌이지 않는 등 오늘은 큰 무리없는 행사였다"며 안심한 기색이었다. 최 팀장은 "지난해 말 농민시위 이후 첫 대규모집회인 이날 집회에서 폭력 등 인권침해 행동을 예방하고자 나왔다"며 집회에 나온 이유를 밝혔다.

현재 정부는 올해 말까지 주민 이주를 완료하겠다고 밝힌 상태. 미군기지 확장예정지인 팽성읍 대추리, 도두리 등은 정부의 토지 강제수용 절차가 진행 중으로, 지난해 12월 말 주민 토지 소유권이 국방부로 넘어 갔고 토지 보상 비용만이 법원에 공탁돼 있다. 범대위와 주민측은 정부의 토지 강제수용을 전면 거부하고 있다.

범대위는 지난해 7월 10일 미군기지 주변 1.5km를 인간띠로 잇는 1차 평화대행진을 열었으며, 그해 12월엔 평택역·평택시청 등에서 2차 평화대행진 및 촛불집회를 연 바 있다. 1차 평화대행진에선 경찰과 시위대의 마찰로 참석자 200여명이 부상을 입기도 했다.

범대위는 지난달 14일에도 미군기지 확장 반대 촛불집회 500일을 맞아 기념문화제를 연 바 있다. 주민으로 구성된 '트랙터 순례단'은 그 달 3일부터 7대의 트랙터를 이끌고 부산, 대구 등 전국 1200km를 돌기 시작해 기념문화제 당일 대추 초등학교에 도착했다. 주민들은 주민등록증 반납 투쟁을 전개하기도 했다.

12일 경기도 평택시 팽성읍 대추초등학교에서 미군기지 이전 반대 집회를 마친 주민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K-6(캠프 험프리스) 미군기지가 인접한 황새울까지 행진해 내년농사를 기원하며 달집을 태우고 있다.
12일 경기도 평택시 팽성읍 대추초등학교에서 미군기지 이전 반대 집회를 마친 주민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K-6(캠프 험프리스) 미군기지가 인접한 황새울까지 행진해 내년농사를 기원하며 달집을 태우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