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무리한 교통통제, 공격부대의 무참함 폭력
지난해 말 농민 2명이 숨졌던 서울 여의도 농민시위 같은 사건이 또다시 일어난다면 여론의 핵폭탄을 피할 수 없을 거라 예상했는지, 경찰 측은 "평화시위를 할 경우 (집회를) 보장한다"고 했다더군요. 저는 당연한 대응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지난해 일부 시위대가 미군기지의 철조망을 뜯으려 하고 경찰에 대항한 건 빌미를 줬다고 봅니다. '평화대행진'이었으니깐요. 그러나 행진을 하려는 시위대를 대추초교 입구에서부터 통제하고, 행렬이 가는 곳곳마다 경찰병력을 까맣게 깔아놔 시위대를 자극한 경찰의 책임도 있습니다.
그러다 시위대가 강하게 반발하자 경찰은 '공포' 방송을 하며 물을 뿌리고, 게다가 '공격부대'를 별도로 조직해 시위대에게 무참한 폭력을 가하기도 했지요. 전 깜짝 놀랐습니다. 시위대와 경찰에 막혀 오도가도 못하고 있는데, 갑자기 경찰이 "○중대 나와"라고 방송하고는 글쎄 완전무장을 한 덩치가 산만한 사내들을 등장시키더군요.
'이거 두들겨 맞는 거 아니야'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들은 저돌적으로 달려와 시위대를 '패기' 시작했습니다. 카메라를 치켜들고 "기잔데요!"를 숱하게 외쳤지만, 소리를 칠 때마다 거대한 방패로 엄청난 가격을 하더군요. 시위대와 경찰이 한데 엉키며 공포 분위기를 연출하자 시위대 중 일부 여성들은 눈물을 참지 못하더군요. 전 몸이 아픈 것보다도 마음이 더 아팠습니다. 저를 공격하던 그 전·의경의 살기 가득찬 눈빛, 그 얼굴이 아직도 눈에 선하거든요.
[그 뒤 6개월] 평화 지켜진 평택, 모두 축하축하
지난해 말 농민시위 이후 첫 대규모 집회가 열린 12일, 평택엔 평화가 지켜졌습니다. 서로 지난해 여름을 기억하며 감정의 골이 남아 있었겠지만, 적어도 육탄전을 벌이진 않았습니다. 다행입니다. 국민 모두 축하할 일입니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직접 나와 행사를 지켜보곤 "오늘 집회는 무난했다"는 평가를 내렸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아쉬움이 남습니다. 평화시위를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채, 국민적 합의 없이 그냥 흘러가 버리는 것 같습니다.
농민시위 직후 대토론회를 열던가 해서 평화시위에 관한 근본적인 청사진이 마련됐어야 한다고 봅니다. 이렇게 그냥 흘러가다가는 언제 또다시 서로 억눌러 왔던 좋지 않은 감정들이 튀어 나와 '전쟁'으로 비화될 지 모를 일입니다.
영화 <살인의 추억>의 마지막 장면을 기억하시는지요. '박두만' 형사(송강호 역)가 화성살인 사건 이후 세월이 꽤 흘러 처음 사건이 일어났던 장소를 찾죠. 그런데 바로 얼마 전, 자신이 미처 잡지 못했던 살인마가 현장을 다녀갔다는 걸 암시하는 한 아이의 말을 듣곤 공포 또는 분노에 가득찬 표정을 짓습니다.
'평택의 추억'. 지금 '평화시위'를 해치는 범인을 잡지 못하고 연쇄살인의 가능성마저 내포한 채, 세월이 흐른 뒤 박두만처럼 땅을 치는 일이 없길 바랍니다!
<덧붙임> 12일 전·의경들도 수고 많았습니다. 마지막 행사였던 달집태우기가 오후 5시쯤 진행됐는데도 추운 날씨에 오후 2시부터 나와 폴리스 라인을 치고 있었다고 하더군요. 교대도 없이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