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강정구 교수 사건과 관련해 교수ㆍ학술단체 회원들이 14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강 교수 강의를 들은 학생들에게 취업 불이익을 주겠다'고 한 김상렬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의 해임을 요구하고 있다.
강정구 교수 사건과 관련해 교수ㆍ학술단체 회원들이 14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강 교수 강의를 들은 학생들에게 취업 불이익을 주겠다'고 한 김상렬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의 해임을 요구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자유로운 취업권을 침해한 대한상공회의소는 각성하라."

교수·학술단체가 '재계'를 강하게 규탄하고 나섰다. 지난 8일 동국대 이사회가 강정구 교수를 직위해제하는데 재계가 결정적 영향을 행사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김상렬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은 지난해 10월 4일 "강 교수 강의를 들은 사람이 시장경제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을지 올바른 경제관·역사관을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경제단체 차원에서 대책을 강구하겠다"며 '동국대생 취업 불이익'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다.

'강정구 교수 사건 교수·학술단체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 20여명은 14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 앞에서 '자유로운 취업권 침해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김 부회장 해임과 강 교수 직위해제에 대한 공식 사과 등을 촉구했다.

공대위는 전국교수노동조합,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등 25개 교수·학술단체가 강 교수 사태에 공동 대응하겠다며 지난 10일 만든 단체다.

"교수는 국가보안법, 학생은 시장보안법"

공대위는 "재계는 해방 후 군사독재정권에 기생하며 국민의 피, 땀을 착취하고 노동자를 탄압해온 집단"이라면서 "그 자본 권력의 마수가 대학에까지 뻗쳤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동국대가 강 교수 직위해제를 최종 결정한 배후에 '자본권력'인 재계가 자리잡고 있다고 주장하며 이번 사태를 "자본권력이 교권을 유린하고 학문·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초유의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학생 취업을 볼모로 해 민주주의를 압살하는 자본권력의 만행"이라고까지 비난했다.

김상곤(한신대) 전국교수노조 위원장은 "자본·경제권력이 모든 부문을 좌지우지하려 한다"고 성토했다. 조희연(성공회대) 학술단체협의회 공동대표도 "김 부회장 발언은 시장·경제단체의 월권이자 '반칙'으로 왜 재계가 기업경영이 아닌 대학 개입에 나섰는지 의문"이라고 따졌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강정구 교수 사건해결을 위한 동국대학교 학생대책위원회' 소속 학생들도 참석했다. 학생들은 "교수는 국가보안법, 학생은 시장보안법", "취업불이익 발언이 오히려 반기업적 폭력"이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강정구 교수 사건과 관련해 교수ㆍ학술단체 회원들이 14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강 교수 강의를 들은 학생들에게 취업 불이익을 주겠다'고 한 김상렬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의 해임을 요구하고 있다.
강정구 교수 사건과 관련해 교수ㆍ학술단체 회원들이 14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강 교수 강의를 들은 학생들에게 취업 불이익을 주겠다'고 한 김상렬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의 해임을 요구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강 교수 "직위해제 결정엔 재계 영향이 결정적"

기자회견을 마친 김세균(서울대) 민교협 상임의장 등은 직접 대한상공회의소를 항의방문해 김광동 비상계획실장 등 관계자 3명과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교수들은 "항의방문이 하나의 해프닝이 아닌 김 부회장 발언에 대해 조치를 취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항의서한을 전달했고, 이에 대해 김 실장은 "임원진에게 전달하겠다"고 답했다.

항의서한에는 "기업이 존중받으려면 '이윤추구'라는 자신의 논리를 사회 전체에 강요해선 안 되며 '진리추구'의 대학 논리도 존중해야 한다" 등 김 부회장 발언을 비판하고 공식사과를 촉구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항의방문은 20여분만에 끝났다.

한편 이날 강 교수는 대한상공회의소 앞에서 항의방문을 가는 교수들을 지켜봤다. 강 교수는 '김 부회장의 발언이 동국대 직위해제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동국대 동문, 학부모, 학생들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 교수는 최근 동국대 직위해제 결정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를 통해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강 교수는 신청서에서 “학자로서 양심에 따라 견해를 표명했을 뿐인데 해명기회를 박탈한 채 수업할 권리를 빼앗긴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오는 24일 공판을 열어 동국대측과 강 교수의 의견을 듣기로 했다. 현재 강 교수는 "한국전쟁은 북한의 통일전쟁"이라는 기고문 때문에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으며, 검찰에 의해 불구속 기소돼 1심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