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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이화여대 아시아여성학센터 ‘한류 붐의 배경-일본의 연애정사 : 메이지부터 헤이세이까지’토론회서 사토코 칸 오차노미즈여자대학교 교수는 만화 ‘최종병기그녀’를 통해 ‘순애붐’의 위험성을 지적하고 있다.
지난 13일 이화여대 아시아여성학센터 ‘한류 붐의 배경-일본의 연애정사 : 메이지부터 헤이세이까지’토론회서 사토코 칸 오차노미즈여자대학교 교수는 만화 ‘최종병기그녀’를 통해 ‘순애붐’의 위험성을 지적하고 있다. ⓒ 우먼타임스
[채혜원 기자]일본에서의 한류붐이 일본 사회의 우경화, 보수화와 밀착돼 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1990년대까지 존재했던 일본 사회의 ‘순애붐’과 달리 현재의 ‘순애붐’에는 순애와 국가주의가 코드를 이뤄, 센티멘털리즘과 폭력이 융합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지적은 일본에서의 한류붐은 한국문화 콘텐츠 우수성의 결과라기보다 일본 사회의 순애관과 연관되어 있다는 전제에서 시작한다.

지난 13일 이화여대 아시아여성학센터에서 ‘한류 붐의 배경-일본의 연애정사 : 메이지부터 헤이세이까지’란 주제로 발표를 맡은 사토코 칸 오차노미즈여자대학교 일본학과 교수는 일본 젊은이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최종병기그녀(最終兵器彼女)>라는 만화를 통해 ‘순애붐’의 위험성에 대해 설명했다.

<최종병기그녀>는 2000년과 2001년 청년만화잡지 <빅코믹스피릿> 게재 이후 2002년 TV 애니메이션으로, 2005년에는 애니메이션 영화로 만들어지면서 붐을 일으켰다.

무대는 홋카이도 시골마을로 극히 평범한 남학생인 ‘슈지’와 내성적이고 부끄럼 잘 타는 여학생 ‘치세’의 첫사랑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러나 치세는 자위대에 의해 ‘최후병기’로 개조된 고성능 인조병기로 슈지와의 순애(純愛)를 지키기 위해 몇만 명을 살육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특히 치세가 병기로 계속 변하면서도 순애를 지키려고 하는 모습에 많은 독자들의 눈물을 자아내는 ‘감동적인 작품’으로 해석되고 있다.

칸 교수는 “치세라는 ‘전투 미소녀’의 모습에서 폭력 자체가 감미로운 순애의 센티멘털리즘과 접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그는 <최종병기그녀>에서 일본이 알 수 없는 적과 계속 전쟁하고 있으며, 이 ‘익명의 적’이라는 설정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적을 익명으로 설정해 어떤 국가든지 적으로의 개입이 가능케 한 설정 자체가 국가주의를 순애라는 센티멘털리즘에 투영함으로써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다는 것이다.

칸 교수는 “역사왜곡교과서를 만들고 전쟁을 미화하는 보수 이데올로기들은 국가주의의 환영을 일본사회에 계속해서 송출하고 있는 것”이라며 “<최종병기그녀>에서 치세를 최후 병기로 입체 개조하고 일반시민을 동원해 익명의 적과 전쟁을 전개하고 있는 사람들은 현재 자위대라 불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서 칸 교수는 일본 사회의 순애관을 메이지시대(明治, 1868-1912)와 타이쇼시대(大正, 1912-1926), 쇼와시대(昭和, 1926-1989)로 나눠 시대마다 찾아왔던 ‘순애붐’의 특성에 대해 설명했다.

이중 쇼와 초기까지 연애를 둘러싼 논의가 다양하게 진행되다가 패전과 함께 연애가 금기시되었을 때 청춘에 해방을 가져다준 것이 ‘남녀공학’인 점은 한류붐과 많은 부분 연관되어 있다.

<겨울연가>에서 준상(배용준 역)과 유진(최지우 역)의 첫사랑이 이뤄지는 배경이 고등학교인 점은 많은 여성들로 하여금 고교에서의 추억을 되살리게 해 <겨울연가> 팬이 되었다는 것이다. 칸 교수는 “지금까지도 일본의 10대들이 즐겨 읽는 소설, 만화는 학원러브코미디이며 첫사랑 이야기의 무대 대부분이 학교”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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