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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대학생들이 지난 1월 19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학 당국의 등록금 인상 방침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이날 회견장에는 각 대학 총학생회장(앞 열)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전국 대학생들이 지난 1월 19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학 당국의 등록금 인상 방침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이날 회견장에는 각 대학 총학생회장(앞 열)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 안윤학
연간 대학등록금 1000만원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학기당 최소 300만원에서 최대 500만원에 이르기까지 대학이나 학과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이제 1000만원 시대는 현실로 다가왔다. 현실적으로 한국의 대학은 등록금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지 않는다는데 더 큰 심각성이 있다. 만약 지방에서 서울에 있는 대학을 다닌다고 하면 하숙비(또는 기숙사비)나 자취비용이 만만치 않다. 그렇다고 서울에 있는 학생이라고 해서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수도권 지역에 있는 대학에 입학하지 못하고 지방에 있는 대학에 입학했을 경우 역시 추가비용이 들게 마련이다.

등록금이나 하숙비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값비싼 교재는 물론이고 외국어나 컴퓨터 등 취업을 위한 별도의 학원비용까지 포함하면 정말이지 숨이 막힐 지경이다. 소수의 가진 집 자녀들을 제외하곤 대부분의 노동자 가정의 풍경이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비정규직 노동자 가정의 경우는 매우 심각한 상태다. 가히 살인적인 등록금이라 할 만하다.

월 100만원을 받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한 명의 자녀를 대학에 보낸다면 1년 임금으로 등록금과 기타비용을 충당하기도 벅찰 지경이다. 누가 모두 대학을 가라고 하느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사회 현실은 학력에 따른 임금격차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현실이다. 그리고 거의 모두가 대학을 가는 현실을 무시할 수도 없을 것이다.

등록금 상한제와 장기 대출제도 실시해야

전체 노동자의 60%에 육박하는 비정규 노동자들에게 있어 대학등록금은 이제 최고의 문제다. 몸이 아프지만 병원에 안 가도, 집이 없어 전·월세를 사는 한이 있더라도 자식들 등록금만은 마련한다는 것이 한국사회의 부모들 마음이다. 못 배워서 한이 된 부모들이거나, 최소한 자신 이상의 학력을 갖추기를 기대하는 부모거나, 그것도 아니면 취업이라도 하고 결혼이라도 할라치면 대학은 필수니까 간판이라도 따야 한다는 사회분위기 때문에 그야말로 목숨을 바쳐서라도 대학을 보내려 한다. 그러니 국가가 대학등록금 문제에 대해 고민하지 않아도 노동자들이 스스로 알아서 해결한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과 고용문제가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자식들의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모든 것을 접어두고 고단한 삶을 꾸려간다.

이제 노동자 한 사람의 1년 임금으로도 대학생 자녀 1년 학비조차 충당하지 못하는 사회라면 사회적 모순이 극에 달한 사회라 할 것이다. 이는 국가권력이 교육에 대한 책임을 방기한 채 교육을 사적 시장에만 내맡기고 있는 매우 잘못된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이제 대학 등록금 문제는 구체적인 제도마련을 통해 국가가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될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정부는 모든 대학에 대해 대학등록금 상한제를 실시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교육재정을 확충하고 대학교육의 공적 부담을 확대해야 할 것이다. 한편 가계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별도 기금을 설치하고 대학 학자금에 대한 장기대여제도를 조속히 실시해야 한다. 최소한 당사자의 취업 이후부터 10년 내지 20년까지 상환할 수 있는 조건으로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대학생 1년 학비가 비정규직 노동자 1년 임금을 능가하는 사회라면 매우 잘못된 사회다.

사회복지제도로서 무상교육 실시 준비해야

비정규직 노동자 1년 연봉보다 더 낮은 상태에서 살아가는 청소용역 등 최저임금을 받고 있는 노동자들의 연봉과 비교하면 대학 등록금이 노동자 연봉을 넘어선 지 이미 오래다. 사실 최저임금선상에서 허덕이는 노동자들의 1년 임금으로는 한 학기 등록금 마련하기도 힘든 것이 현실이다.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에 고용된 노동자들은 대학생 자녀 학자금을 지원 받고 있다. IMF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으로 대학학자금 지원이 축소되긴 했지만 대부분 유지되고 있다. 한 사업장에서 비정규직이나 용역 또는 파견노동자들은 저임금에도 불구하고 자녀의 대학 학자금을 자신이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그러나 정규직원은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에다 고등학교 학자금 전액과 대학 학자금의 전액 또는 일부를 지원받는다.

따라서 국가가 책임져야 할 교육비까지 기업이 정규직에게만 지급함으로써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의 임금격차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소위 사회적 임금(social wage)을 기준으로 볼 때 임금격차는 심각한 수준에 있다. 이 격차가 매우 크게 나타나는 부분이 바로 교육 부분이다. 사실 기업에 대한 법인세를 깎아줄 것이 아니라 법인세를 인상하여 교육 등 사회복지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기업은 법인세가 인상되는 만큼 정규직을 중심으로 한 개별 직원에 대한 사내 복지를 줄여나가야 한다. 개별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사내 복지가 아니라 전체 노동자들에 대한 사회복지를 확충해야 한다. 이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완전한 무상교육을 실시하되 당장은 재산과 소득에 따라 대학 등록금을 차등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단기적으로 등록금에 대한 상한제 실시와 장기대여 및 본인 상환제도를 정착시켜야 한다. 이러한 종합 교육 프로그램이 만들어져야 한다. 먼저 정부는 무상교육 완전실시 연도와 재원 마련 방법, 완전실시 때까지 단계적인 방안을 종합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이를 토대로 입법화와 국가예산 편성 등 종합적인 교육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서는 양극화 문제는커녕 사회적 불안을 해소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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